![[의과학 칼럼] 조직재생, `협력`으로 앞당겨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1/2016010602102351607002[1].jpg "[의과학 칼럼] 조직재생, `협력`으로 앞당겨야")
오래 전부터 인류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희망해 왔으며, 이러한 욕구가 의과학과 의료 기술 발달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최근에는 질병 및 외부 자극으로 인해 손상된 장기 또는 조직조차도 재생시켜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지속시키려는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라는 비교적 늦게 태동한 융합 학문이 그 중심에 있으며, 뼈, 연골, 피부, 근육, 혈관 등의 조직 재생 및 기능 회복 가능성이 조직공학적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조직공학은 생명과학, 의학, 공학의 기본 개념 및 기술을 바탕으로 생체 조직의 대체물을 개발해 생체의 기능을 유지, 향상 또는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응용 학문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치료적 측면에서 조직 재생이 강조되어 재생의학이라고도 불린다. 조직공학적 측면에서 성공적인 조직 재생을 위해서는 손상된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 세포에 생물학적 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성장인자나 사이토카인과 같은 인자, 그리고 이들을 생체 내 특정 부위에 안정되게 위치시키는 스캐폴드(지지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필자의 연구 분야인 뼈 재생을 위한 조직공학에서는 세포 인자로서 초기에는 골모세포가 사용되었으나, 배양과정에서 세포성상이 바뀔 수 있고 증식에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다양한 분화능과 무한한 자가재생능력을 지닌 줄기세포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에 의해 골수유래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지방유래줄기세포, 치아유래 줄기세포 등이 골모세포로의 분화 유도가 가능하며, 생체 내에서 석회화되는 뼈 재생을 유도할 수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포만을 생체에 넣어 주면 온전한 뼈가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세포가 특정 부위에서 잘 생장해야 하며 뼈를 만드는 세포로 잘 분화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혈관형성이 잘 이뤄져야 하며, 줄기세포를 뼈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인자도 특정부위에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골형성단백(BMPs), 섬유모세포 성장인자(FGFs), 혈관내피세포형성인자(VEGF) 등은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한 생물학적 인자로 평가되고 있다.
많은 생명과학자와 의과학자의 노력 덕분에 뼈조직 재생을 위한 중요한 전구세포와 생물학적 인자가 밝혀졌지만 임상적인 뼈 재생 기술로 확립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손상뼈 부위에 단순히 전구세포와 생물학적 인자만을 투여할 경우 이들이 투여 부위로부터 멀리 이동하거나 혈류에 유입되어 빠른 시간 내에 제거되므로 충분한 양의 뼈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세포와 생물학적 인자가 뼈조직 재생 효과를 충분히 발휘시키기 위해서는 생체 내 특정 부위에 일정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스캐폴드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많은 공학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으로 세포와 생물학적 인자를 특정 부위에서 효율적으로 작용하게 하는 다양한 재질의, 다양한 형태의, 다양한 물성을 지닌 스캐폴드가 개발되면서 뼈 조직공학 기술의 임상적 적용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직 재생을 위한 기술도 개념적인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서 특정 세포를 분리하고, 이를 하나의 공정 장치에서 세포를 배양하고, 생물학적 인자를 첨가하고, 이들 인자를 결합시킨 스캐폴드를 삼차원 프린팅하고, 이를 환자에게 이식하여 조직을 재생하는 놀라운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각각의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인접 영역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에서 기인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속한 사회와 국가도 또 다른 형태의 커다란 조직체(organization)라 할 수 있다. 인체가 심장, 뇌, 콩팥, 허파, 뼈 등 다양한 장기와 세부 조직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서 조절되듯이 국가도 다양한 세부 조직의 상호 작용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인체의 특정 조직이 외부적 자극이나 질병으로 인해 그 기능을 잃으면 생명에 위협을 느끼듯이 국가도 세부 조직이 그 기능을 잃으면 존폐의 위협을 받게 된다.
최근 열악한 국제적 정세와 국내 계층 간의 심각한 이념 및 경제적 갈등 등으로 대한민국 조직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만약에 우리 사회에 기능을 잃어버린 조직이 있다면, 생체 내 조직 재생을 위해 생명과학자, 의과학자, 공학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협력하듯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회 조직의 재생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임을 생각해 본다.
고정태 전남대 치과대학 교수 (MRC 바이오미네랄장애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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