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에 'K라이프스타일' 새로운 성장판 열려
'자동차·전자 → 화장품·식료품' 수출 주력산업 변화
중화권 시장 확대 주효… 아모레 등 뷰티사업 확장
잠재 성장력 큰 식품산업… 패션도 세계 시장 겨냥
■ reDesign 대한민국
한국경제 새 틀을 짜자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상생활이 녹아 있는 화장품, 식품, 패션, 생활용품 등이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는 상품들이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을 주도해 온 '굴뚝 산업'을 대신할 수출 엔진으로 떠오른 것. K뷰티, K푸드, K패션 등 생활산업은 외국인들의 마음과 일상에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심으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운데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 지형도를 정확히 읽고 'K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계획을 짜는 것이 정부와 산업계에 숙제로 주어졌다. 단순한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한류를 결합해 'K라이프스타일'을 세계 시장에 효과적으로 뿌리내리는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미 작년말 2016년 경제 정책방향을 세우면서 자동차·전자·철강·조선 등 중후장대한 제조업 위주였던 수출 주력산업을 화장품·식료품·유아용품·의류 등 소비재 산업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혀 전략 선회를 공표했다. 소비재 산업의 약진은 K팝에서 파생된 '한류'의 힘이 크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한류이는 한국사람의 의식주, 즉 'K-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은 세계인들의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고품질의 상품이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이면서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태국 센트럴 라파라오(Central Ladprao) 쇼핑 센터 내 설화수 매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화장품산업 '수출의 꽃'으로 부상="요즘 수출되는 건 화장품밖에 없다"는 말이 무역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나돌 정도로 화장품은 대표 수출 품목으로 부상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1~ 10월) 화장품 수출액은 23억492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3% 증가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시장의 성장의 효과가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은 7억3919억달러로 전년대비 122.1% 증가했으며, 홍콩(4억6999만달러), 대만(9388만달러), 마카오(677만달러)에서도 각각 84%, 12.6%, 61.4% 늘었다. 북미지역과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에도 한국 화장품이 수출됐다.
국내 업체 중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 제품과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이 8601억원으로 전년 전체 매출(8325억원)을 뛰어넘었다. 이중 중국 매출이 절반이 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말까지 누적 수출액이 2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부터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중국 시장은 물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이미 진출한 나라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힘쓰는 한편 스킨케어 시장 규모 3위인 미국을 비롯, 중동, 중남미 시장, 캐나다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12조원, 영업 이익률 15%, 글로벌 사업비중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화장품이 수출 효자로 떠오르자 신세계그룹도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경기도 오산에 생산공장과 R&D센터를 만들고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내수 시장을 겨냥해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해외시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토니모리, 잇츠스킨 등 중소 브랜드는 물론 '마유크림'으로 유명세를 탄 클레어스코리아도 해외 시장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중국 대형마트에 자리잡은 신라면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있는 현지인의 모습. 농심 제공
◇폭발적 파급력 품은 식품산업=식품산업은 쉽게 바뀌지 않는 사람의 '입맛'과 직결되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려운 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일단 진입에 성공하면 원재료를 공급하는 농축수산업 등 1차 산업뿐 아니라 2차 제조·가공업은 물론 3차 유통산업까지 확대할 수 있는 폭발적인 파급력을 지닌다. 특히 세계 식품 시장은 2014년 기준으로 5조300억달러 규모로 ICT(3조5000억달러)와 자동차산업(1조6000억달러)을 합친 것보다도 커,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류의 영향이 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침체기에 빠진 국내 식품업계도 수출 확대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세계 소비자의 기호 변화와 식품 트렌드에 부합하는 식품을 개발하고 R&D 투자, 연구인력 확충 등으로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죌 계획이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이 먹는다'는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오리온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6934억원 중 68.5%인 1조1595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이 중 중국 매출 비중은 60% 이상으로, 중국은 오리온에 제1 시장이 됐다. 최근 환율 영향으로 선전하던 러시아와 베트남 매출이 주춤해지자, 오리온은 올해 해외성장 전략을 새로 짜기로 했다. 베트남법인장에 강원기 한국 오리온 사장을 보내는 등 베트남시장을 강화하고 할랄 인증을 통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시장 확장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명보다 '신라면'으로 더 유명한 농심은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에 생산·판매법인과 영업지점을 구축해 세계 100여개 국에 라면과 스낵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부터는 라면 시장의 중심인 아시아를 집중 공략하고 지난해 중국에 건설한 '백산수' 공장을 통해 글로벌 생수 시장에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고추장 브랜드 '순창'과 '종가집 김치' 등을 수출하는 대상은 현재 34개 글로벌 해외 거점을 50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패션업계, 중국서 글로벌 시장 첫 단추=패션산업은 전통적인 내수산업으로 꼽힌다. 패션은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세분화된 취향과 스타일을 구현해 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의 증가로 한국의 패션 스타일이 주목받기 시작, 업체들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패션업계에서 해외진출에 가장 성공한 곳은 이랜드다. 이랜드는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해외에서 연평균 26%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44개 브랜드 77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는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올해는 동남아 전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았다. 이서현 사장의 야심작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그 첫번째 시험 작품으로,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넣어 '8초 안에 중국을 사로잡으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것만 봐도 삼성물산이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인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일모직으로 1997년에 중국시장에 진출한 삼성물산은 현재 빈폴, 엠비오, 라피도 등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올해 중국 현지에서 에잇세컨드를 공식 론칭하고 매장 확대와 마케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