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국방용 비중 90% 이상… 글로벌 주도 어려워기술력 떨어진 중국이 취미·완구용 제품 매출 압도적 1위
"민군 상호협력 통한 상업용 제품 경쟁력 강화 필요"
"민군 상호협력 통한 상업용 제품 경쟁력 강화 필요"
드론(무인기)은 지표 가까이서 활공한다는 특징 때문에 일찍이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잉태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드론은 민감한 규제의 대상이 된다. 국내 드론이 본격 소개된 지 최근 수년 동안 산업과 시장, 기술에서 구심점이 없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가 출범했다. 초대 회장사를 국내 대표 방산기업 LIG넥스원이 맡았고 LIG넥스원 이효구 대표이사(부회장·사진)가 협회 회장으로 추대됐다. 항공전자장비 등 유도무기, 수중무기, 해군 전투체계, 레이더, 전자광학 제품 등을 생산하는 LIG넥스원은 우수한 방산기술의 민간 이양을 통한 산업 진흥이 요구되는 시점이어서 국내 드론산업계가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이효구 회장을 경기도 판교 LIG넥스원 본사에서 만나 한국 드론산업의 발전 전략과 협회 운영 계획을 들었다.
-지난 9월 드론산업진흥협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협회로 출범함으로써 한국 드론산업에 비로소 구심점이 생겼습니다. 초대 회장으로서 소감은.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는 지난 9월 9일 산업통상자원부 사단법인 인가를 완료하며 출범했습니다. 우리 협회 이외에도 타 부처(국토부) 산하에 3곳이 있습니다만, 목적이 다릅니다. 우리 협회는 '규제, 교육' 뿐만 아니라, 산자부 산하에서 유일하게 드론산업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입니다.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타 협회도 아우르며 드론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산업부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매출 30위, 기술력 7위권인 한국의 드론 산업을 2023년까지 매출 4위, 기술력 3위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 또한 보조를 맞추어 국내 드론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칠 겁니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의 구체적인 목표를 말씀해주신다면.
"우리 협회는 드론 관련 중소 기술개발업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 정책과 기업과의 가교역할에 주력하며 건강한 드론산업 생태계 구축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드론산업이 항공우주산업의 일부분으로 취급받으며, 본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산업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것입니다.
드론산업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항공우주산업과 명확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단일 활용목적으로 개발되는 항공우주산업기술과 달리, 드론산업은 플랫폼 기반의 '멀티 유스 기술'의 활용이 중요합니다. 둘째, 항공우주기술은 대기업 위주의 국방과학기술이 중심을 이루나, 드론은 대기업을 비롯해 유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상품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셋째, 기존 드론 플랫폼에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절히 융·복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될 때 드론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합니다. 즉 다양한 융·복합 기술개발의 지원, 육성이 필요합니다. 협회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항공우주산업과는 차별화된 드론산업의 진흥전담 '특허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정밀유도무기와 감시정찰무기, 지휘통신무기 등을 개발·생산하는 LIG 넥스원의 대표이사로서, 정밀한 유도와 안전성을 요하는 드론산업에서의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드론산업은 하드웨어의 성능 이상으로 그 목적에 맞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성공적으로 탑재, 활용될 때 발전할 수 있습니다. IT와 관련해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드론산업에 필수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술의 융·복합 분야에서 급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론 산업과 시장은 도입기에 있습니다. 군사적 활용은 이미 많이 확대되고 있으나 민간 시장은 국가안보, 테러,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로 인해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정체될 위기 요소도 없지 않습니다. 드론산업계에 던저진 숙제인데요.
"미국 TEAL GROUP의 전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드론 시장에서 민간비중은 2%(전체시장 53억 달러 중 1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2023년에는 8%(총 125억 달러 중 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법안을 정비해야 민간시장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검토 중인 드론의 '규제 프리 테스트베드'를 확대하고, '드론 특구' 형태의 입법 검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또한 지자체 특성에 맞추어 지역별로 취미·오락, 정보통신·방송, 관광·문화콘텐츠 등 드론산업 특성화 및 활용책을 지원하는 '산업별 드론 특구'를 지정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드론기술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주도하고 범용 민수 드론 생산은 중국이 활발합니다. 한국의 드론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요.
"현재 중국은 취미·완구용 드론 제품의 매출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기술 면에서는 우리 나라보다 낮은 9위권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Frost & Sullivan 2014 보고서, 한국은 7위) 우리나라는 국방용 드론산업의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그러나 내수시장과 국방용 제품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이제 민간과 군사 부문의 상호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상업용 제품을 대상으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민간부문의 기술을 군에 적용해 민군공동개발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민간으로 이전하는 민·군 협력 체제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민간의 우수제품을 군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의 추진을 통해서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산업용으로는 우리의 비교우위라 할 수 있는 IT를 적극 활용한 드론 특화 산업 정책으로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는 이러한 정부정책과 드론 관련 기업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국내 드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한편, 해외시장진출과 기술교류에 앞장설 것입니다."
-국내 드론 산업은 IT와 관련한 소프트웨어에서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하드웨어에서는 부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쓰는 등 가격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드론 하드웨어 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취미, 완구용에 한해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산업용 드론의 경우 전지·모터 등 핵심 부품을 대상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드론산업의 경쟁력에 있어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요소가 드론의 목적에 맞는 정보통신기술입니다. 우리 협회는 드론산업에 필수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산업부 등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
-드론은 국방뿐 아니라 물류, 운송, 교통, 농업, 임업, 수산업, 안전산업 등의 분야에서 운반수단이나 조사, 감시, 정찰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뿐 아니라 진흥적 측면의 정부 지원도 필요할 텐데요.
"드론산업은 농작물 작황, 산림벌목, 광산, 홍수피해 관리와 해양 기름 유출, 조수변화, 지진감지 등 다양한 산업 및 공공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드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플랫폼에 빠르게 새로운 ICT를 적용할 수 있는 창조경제기반의 드론 정보통신산업 육성이 필요합니다. 이에 인공지능, 자동항법 등 핵심기술 관련 중소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업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정책과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지속성장이 가능한 드론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는 앞서 말씀드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드론 관련 신규분야의 적용사업을 개발하고, 중소기업과의 시범사업에 정부지원을 유도하는 등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업무에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민간업체와 방위산업체, 군과 민간의 드론 기술 및 노하우 교류 협력이 필요할 텐데요, 중소 관련 중소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은.
"민·군 드론 기술과 관련해 상호 노하우(Know-how) 교류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민간 성숙기술을 군 분야에 활용하고, 민·군 협력개발을 진행하며 군에서 검증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상호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산업부 등 정부기관에서도 이를 위한 민간협의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이러한 선순환의 상호협력체계에 드론전문 중소기업이 참여해 서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적 정책적 지원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글·사진=이규화 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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