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EIP, 산단 재생 집중
한약재 부산물로 항생제 대체
친환경 가축사료 활용길 열어
고용창출·상생문화 확산 기대
한약재 부산물로 항생제 대체
친환경 가축사료 활용길 열어
고용창출·상생문화 확산 기대
산단공 '지속가능 생태산단' 성과
산업단지 재생은 경제활력 제고와 성장의 모멘텀이다. 단순 생산 밀집지에서 R&D와 제조, 교육 및 훈련, 주거와 문화, 나아가 자아실현을 위한 다양한 여가활동까지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선진 각국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없이 산업단지는 물론 경제 성장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산업단지 조성, 관리, 기획 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강남훈)은 지난달 글로벌 생태산업단지(EIP; Eco-Industrial Parks & Climate Efficient Industries) 국제콘퍼런스와 산업단지 클러스터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산업단지 재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태산업단지은 산단공이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온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와 혁신 프로그램의 연장선 위에 있다. 하루 아침에 준비된 것이 아니다. 산단공의 EIP 프로젝트는 속속 성과물을 내고 있다. 산단공 호남권 EIP 총괄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제과, 제면 부산물을 활용한 생균제생산, 판매 네트워크사업'은 친환경 지속가능성 높은 생태산업단지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 사업은 경제적 환경적 효과뿐 아니라 고용창출과 기업간 상생문화 정착이라는 부수적 효과까지 올리고 있다. 주관 기업이 연간 18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참여기업들 역시 연간 3억 원의 비용절감 이익을 얻고 있다. 폐기물 매립에 의한 환경오염 저감, 부산물 부패에 따른 악취 관련 민원 해소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효과 이상의 무형의 효과 또한 막대하다. 신규 6명의 고용창출 효과까지 내고 있다.
◇ 골칫덩이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이끈 발상 전환=호남권 EIP 사업은 단미사료만 만들던 생산공정을 생균제 생산 공정을 도입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업이다. 주관기업 유한회사 금성상공(대표 진성우)은 단순히 사료 생산기업에서 다양한 분야의 생균제 생산기업으로 거듭났다.
금성상공은 제과, 제면 부산물로 단미사료인 제과분을 생산하고 있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2011년 EIP사업을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국가과제를 수행해보지 못했지만 사업단의 권유로 새로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보기로 했다. 금성상공이 생산공정의 부산물로 생균제를 생산키로 한 데는 한약재 부산물이 쉽게 부패해 악취로 인한 피해와 민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에 돌입한 결과 단순한 부산물 처리보다는 이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찾게 됐다. 골칫덩이 한약재 부산물로 생균제를 생산하는 방안이었다.
생균제는 요구르트 속에 있는 유산균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요구르트에 있는 유산균은 우리 몸에 들어가 장의 활동을 증진시키고 소화 흡수를 도와 면역력을 증가시킨다. 이처럼 재활용되는 배지(세균의 증식에 사용되는 액체 또는 고형의 재료)를 통해 만들어지는 유익균(효모, 유산균, 이스트)과 이들의 대사생성물을 통틀어 생균제라 하는데, 이를 사용하면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가축의 소화 흡수력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증가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항생제 대신 생균제를 먹이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육류를 생산할 수 있다. 금성상공과 산단공 호남권EIP총괄사업단은 이 같은 점을 바탕으로 가축사료 원료로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성상공은 제과, 제면 부산물을 활용해 생산한 생균제을 지역 사료회사와 농가에 공급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환경재생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금성상공과 생균제 활용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는 기업은 오리온, 샤니, 삼양식품, 한풍제약, 청보리한우 영농조합 등이다. 금성상공은 사료첨가제로 사용되는 생균제 생산을 위한 기술을 개발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했다는 점에서 생태산업단지의 전형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생균제는 2012년부터 사료에 항생제가 전면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항생제 대체물질이었기에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졌다.
◇ 생태산업단지사업을 식품, 생물 산업으로 확장하는 물꼬 역할 =생균제는 그 자체로도 축산농가에 항생제 대체 물질로 보급이 되기도 하고 사료회사에 첨가제 원료로서 공급되기도 하는 등 점차 수요, 공급의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다. 금성상공은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인력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생균제 관련 기술 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EIP사업은 자원의 활용에 있어서 부산물도 자원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부산물을 활용해 원료를 생산함으로써 매출을 증대시키고 기업의 사업영역도 확장하는 등 지역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금성상공은 "EIP사업을 접함으로써 중소기업에서 국가과제를 수행하는 기회도 가지고 기업에서 연구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고 기업이 발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호남권EIP총괄사업단 편규현 단장은 "EIP사업의 참여가 금성상공의 예와 같이 작은 규모의 기업일지라도 얼마든지 좋은 아이템으로 매출을 증대시키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더 많은 EIP사업의 참여과 관심을 발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약 부산물의 생균제 원료 전환 사업은 기존 EIP 사업과는 달리 새로운 장을 연 사업이다. 그동안 EIP사업에는 식품이나 생물 관련 사업이 없었는데, 금성상공의 부산물 활용 프로그램으로 인해 식품과 생물 관련 사업으로 EIP사업이 확대되게 됐다. 또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동시에 EIP사업의 취지에 맞는 아이템의 확장이란 의미도 크다. 전북지역은 식품산업과 축산업이 발달돼 있어 금성상공 사업은 이를 네트워크로 활용한 좋은 아이템이었다. 전북사업단에서 생균제사업을 시작함으로써 타 사업단(대구, 부산, 전남 등)에서도 식품부산물을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발굴해 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호남권EIP총괄사업단의 부산물 활용 사업은 이정표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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