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포함 운송장비업계 대출 누적액 171% 늘어
금융위기 후 구조조정 추진 '취약업종' 대출 급증
금융위기 후 구조조정 추진 '취약업종' 대출 급증
조선·철강·석화·해운업의 부채가 최근 6년간 41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 제조업의 부진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LG경제연구원(이하 LG경연)이 내놓은 '기업대출, 업황 변화 반영 늦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대출 중 제조업의 대출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2009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예금취급기관의 제조업대출은 연평균 7.2%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제조업 대출 증가율은 2009년 초 20%에 육박했고, 2011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3년여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LG경연은 설명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업종별 기업대출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해운업종의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조선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2009년 초 대비 올해 6월 말 대출 누적액이 171% 증가해 전체 업종 중 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에 전체 기업대출 증가율(33%)의 5.2배, 제조업대출 증가율(57%)의 3배 수준이다. 대출 증가액은 13조3000억원에 달했다. 시기별로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하반기에 지난해보다 대출 증가율이 매우 높았다. 2012년과 2013년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출 증가율이 20%를 넘을 정도로 대출이 크게 늘었다.
2009년 초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철강업에 해당하는 제1차 금속 제조업, 석유화학업에 속한 화학제품·의료용 제품 제조업, 해운업이 속한 운수업의 대출 증가율도 각각 61%, 50%, 39%에 달해 전체 기업대출 증가율인 33%를 웃돌았다.
이들 업종의 대출 증가액은 각각 11조원, 9조7000억원, 7조3000억원에 달해 조선업까지 포함한 이들 4대 취약업종의 대출 증가액은 41조3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건설업의 경우 해당 기간 대출이 42% 감소해 대출 잔액이 29조3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뿐 아니라 자영업의 대출도 급증하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와 올 6월 말의 업종별 대출 누적액을 보면 부동산·임대업, 숙박·음식점업의 대출 누적액은 각각 26%, 19% 늘어 업종별 대출 증가율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여 동안의 대출 증가액만 각각 28조9000억원과 6조200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임대업의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올해 2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출 증가율이 17.7% 높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올해 2분기에만 6조6000억원 늘어나 2분기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 12조3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했다.
조영무 LG경연 연구위원은 "업황이 악화되는 업종에 대한 대출 위험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기관의 분석·전망능력 향상, 공정한 대출심사 관행 정착, 신용평가 기관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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