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3.0] `헬스케어 MICE 산업` 지원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9/2015090902101476788001[1].jpg "[메디컬 3.0] `헬스케어 MICE 산업` 지원 필요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필자가 근무하는 분당서울대병원에 선진적인 의료IT 기술이 구현됐다는 입소문이 국제적으로 퍼지면서 한 달이면 적게는 대여섯 건, 많게는 십여 건 이상의 외국 병원과 IT 기업의 방문이 이어졌다. 특히 병원이 미국 HIMSS의 의료정보화 최고등급인 7등급을 인증받고 2013년 차세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후, 이런 입소문은 더욱 널리 퍼졌다. 이는 병원 솔루션의 여러 해외 수상과 전시회 참여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과 더불어 최초의 대형병원 솔루션 수출이라는 성과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소프트웨어를 수출하기 위해 외국 고객을 만나면 업종을 불문하고 부딪히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국내 이외의 해외 레퍼런스가 어디냐는 질문이다.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를 놓고 고르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질문이지만, 우리 업체의 입장에서는 해외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한 사전 영업의 일환으로 많은 업체들이 해외 전시회 참가를 고려하고, 실제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병원과 컨소시엄도 미국 HIMSS 전시회 및 사우디아라비아의 의료정보박람회 등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만 명의 전시회 참석자 속에서 수천 개의 부스 중 단 몇 개에 불과한 한국 업체들의 부스를 바라보며 '우리도 이런 큰 규모의 헬스케어 국제전시회를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하고 생각한다.
MICE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을 지칭하는 단어다. 산업적,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병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해외사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을 말하고자 한다.
한때 매년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병원을 수시로 방문하며 한국을 모범사례로 삼아 정부와 병원 차원에서 투자를 지속한 싱가포르의 경우 지금은 아시아태평양 전체에서 헬스케어IT 선도적 국가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도 뜯어보면 소프트웨어의 질도 우리나라 기업이나 병원보다 우월하지 않고 심지어는 대부분의 핵심 소프트웨어는 외국 기업 것을 사서 구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 배경은 무엇일까. 왜 우리나라는 개개의 병원 사례는 유례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면서도 이런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지 못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분명 국가적 차원의 MICE 산업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많은 수의 헬스케어 국제 전시회가 열린다. 특히 미국 HIMSS와 연계된 아시아태평양 HIMSS 박람회 및 디지털 헬스케어 주간 행사를 매년 9월 싱가포르에서 개최,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병원 관계자를 불러들여 자국 병원의 성과를 소개하고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한다. 지금은 정부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큰 행사로 성장했지만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참가자가 저조하고, 외국 연사 및 업체를 초청하는 데에 큰 비용이 들어 일정 부분을 정부와 현지 기업이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최근 말레이시아도 복지부와 관광청의 지원 아래 헬스케어 MICE 사업에 투자하면서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도 없는 말레이시아의 헬스케어 IT 평판이 많은 업적이 있는 우리나라보다 앞서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은 헬스케어 관련 전시회가 있고,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러 정부 부처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국내 업체들만의 집안 잔치가 되거나, 국책과제 결과 홍보의 장으로 그치고 더 큰 산업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 연사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실제 구매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마케팅을 하는 일이 민간 협회나 단체에서 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정부의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헬스케어 MICE 산업이 활성화되면 수출 증대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황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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