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 세로' 구조… 데이터 읽고 쓸때 정보에 바로 접근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빨라
D램보다 10배 용량 집적 가능
셀당 100만번 사용 수명 늘어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빨라
D램보다 10배 용량 집적 가능
셀당 100만번 사용 수명 늘어
![[알아봅시다]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http://contents.dt.co.kr/images/201509/2015090702101832794001[1].jpg "[알아봅시다]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도구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진화했습니다. 원시인들은 동굴에 벽화를 그려 당대의 정보를 담아냈고 문자와 종이가 등장한 이후에는 책이 정보 저장의 도구 역할을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대표적인 저장 도구는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특히 최근 대표적인 저장장치로 자리 잡은 낸드플래시는 스마트 혁명 이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보 저장 도구의 진화는 이제 정보를 저장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얼마나 큰 정보(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시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 인텔입니다. 인텔이 최근 공개한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은 1940년대 램 메모리가 등장하고, 1980년대 일본에서 낸드플래시가 상용화한 이후 메모리 업계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만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메모리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D램 메모리에 비해 10배의 용량을 집적할 수 있고,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의 속도와 내구성을 갖는다는 게 인텔의 설명입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플래시 메모리의 핵심 기술은 비트를 담는 셀(Cell)을 어떻게 배열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컴퓨터의 메모리는 오로지 0과 1만으로 데이터를 보관하는 '2진법'에 기반 합니다. 아무리 빠른 컴퓨터도 0과 1의 2진법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수천만 화소의 사진도, 아름다운 음악도 결국 메모리, 하드디스크, SSD 등에 0과 1로 기록할 뿐입니다. 메모리에 이 0과 1을 하나 담을 수 있는 단위를 셀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셀 하나는 1비트의 정보를 담는 것이죠. 보통 8개의 비트를 모아 영문자 하나를 담는 '바이트(byte)'가 됩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SSD도 결국 이 셀 단위로 데이터를 기록하는 저장장치입니다. SD카드, 스마트폰 속 저장장치 등 현재 우리가 쓰는 '하드디스크 외의 저장장치'도 대부분 낸드플래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특정 셀에 데이터를 읽고 쓸 때, 그 셀에 직접 접근하지는 못합니다. 셀들은 가로세로 격자 모양으로 배치돼 있는데 CPU가 어떤 데이터를 읽으라고 호출하면 그 셀이 있는 한 줄을 모두 읽어내는 방식입니다. 설계에 따라 몇 개에서 몇십 개 셀이 한 번에 따라옵니다. 셀에 비트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셀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줄의 정보를 미리 읽고, 고쳐 쓸 셀의 정보를 심은 새 페이지를 마련합니다. 그 다음 이 페이지를 한 번에 다시 씁니다. 이렇게 페이지 단위로 기록하는 것을 '플래싱(flashing)'이라고 부릅니다.
얼핏 봐도 효율적이진 않습니다. 학생 한 명과 면담하기 위해서 일단 한 분단을 모두 복도로 데려온 뒤에 한 명만 교무실로 데려가는 정도의 비효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일단 메모리의 접근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플래시 메모리가 가진 또 하나의 약점인 '수명'을 단축합니다.
![[알아봅시다]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http://contents.dt.co.kr/images/201509/2015090702101832794001[2].jpg "[알아봅시다]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
3D 크로스포인트는 이 낸드 플래시의 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메모리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셀 단위로 비트를 기록한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지만,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단 메모리의 구조부터 보면,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는 셀 위아래에 가로와 세로로 엇갈리는 금속 회로가 깔립니다. 그리고 그 교차점마다 0과 1의 신호를 담는 '메모리 셀', 그리고 '메모리 셀렉터'를 설치합니다. 언뜻 보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보다 더 간단한 구조인 셈입니다. 가로 세로로 엇갈려 배치된 회로는 각각의 주소를 갖게 되고, 메모리 콘트롤러는 특정 셀을 불러올 때 가로 번호와 세로 번호만 알면 된다. 각 회로가 마주치는 점이 바로 찾는 셀이 되기 때문입니다. 도로명 주소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데이터를 읽고 쓸 때 곧장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기 때문에 접근 속도가 1000배 빨라질 수 있고, 다른 데이터의 기록 때문에 페이지와 블록 전체의 셀을 읽고, 지우고, 쓰는 일이 사라지기 때문에 셀의 수명도 1000배 늘어납니다. 현재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셀 당 1000번 정도 쓸 수 있는데, 3D 크로스포인트는 100만 번의 사이클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은 기존 플래시 메모리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에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수많은 IT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궁극적으로 컴퓨터의 형태가 전혀 새로운 형태로 달라지거나 가상현실 환경,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시대 진입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황민규기자 hmg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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