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출신 순다 피차이는 공감능력과 판단력 등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 구글 등 실리콘 밸리는
융합적 창의성에 주목 한국 IT도 달라질 때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 구글 등 실리콘 밸리는
융합적 창의성에 주목 한국 IT도 달라질 때
구글은 최근 새로운 부사장급 최고경영자(CEO)로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를 임명했다. 그는 구글의 제품관리팀에서 일하며 크롬 브라우저와 운영체제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조직을 지휘해 왔다. 그의 탁월한 기술적 지식 이외에 리더십, 프로젝트 관리, 조직 관리 능력 등을 인정받아 입사한지 10년만에 구글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실리콘밸리와 IT업계에서는 회사와 업계에서 능력을 꾸준히 인정받아온 그의 초고속 승진을 거의 예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런데 피차이의 성공을 바라보는 미국과 한국언론의 시각의 차이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신문들은 일제히 "인도 출신 구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혹은 "개천에서 용난 피차이"라는 제목으로 깜짝성공신화로 보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주요 언론은 주로 구글에서 그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고 IT에서 어떤 기여를 해 왔는가하는 그의 업적과 성과 중심으로 보도를 한다. 국내의 언론은 그가 인도의 가난한 남부 시골의 기계공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 인도공과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원을 졸업해 40대 초반의 나이에 구글정상에 오른 드라매틱한 스토리텔링으로 프레임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은 그가 구글에 입사하기전 컨설팅일을 해온 실적, 구글에서 크롬브라우저와 운영체제 작업을 이끌었던 일, 구글툴바, 데스크톱 서치, 가젯, 구글 기어스 등의 검색 프로그램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는가, 그가 어떻게 사내의 다른 조직과 성공적으로 융화를 해왔는가의 그의 행적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구글 내의 엔지니어, 매니저, 비즈니스 담당자들도 그를 좋아했고, 멋진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공감능력과 협업성향,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 등이 초고속승진의 비결임을 알 수 있다. 순다는 요행과 그의 배경으로 미국인들을 제치고 CEO자리에 오른 것이 아닌, 그의 철저한 능력과 성과로서 승진을 한 것이다.
우리의 시각에서는 몇 살에, 어떤 출신에, 어떤 가정환경과 어떤 학부와 대학원을 나왔나 등의 배경적 사안이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특히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출신, 나이, 국적, 인종, 학벌은 의미가 전혀 없고 그런 것들을 언급하는 것조차 불문율로 되어 있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도 그런 조건들이 업무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돼 있다. 그런 열린 인식과 융합적 통섭적 생각, 창의적 사고방식이 실리콘밸리가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순다가 학부와 석사에서의 전공은 재료공학으로 현재 구글의 일과 거의 관련이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중요한 것은 배경보다 그가 현재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런 열린 생각이 혁신적 실리콘밸리를 만들었고, 개방시스템인 인터넷을 확산시켰으며, 오픈마켓의 등장으로 콘텐츠의 유통구조가 변화됐다. 사물인터넷 등 향후 스마트 혁신도 이러한 개방성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순다라는 이름의 세계적 학자, 엔지니어, 과학자, 전략가가 매우 많다. 한국의 언론을 통해 가난하고 피폐한 인도의 이미지에 익숙해 있는 일부 한국인들은 실리콘밸리의 인도인들의 괄목한 성과와 능력에 놀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인도인들은 프로패셔널하고 적극적이며 의사소통에 있어 직설적이다. 타인종, 타문화 등 다름을 받아들이는 개방적 인식과 융합적 창의성이 있다. 인도인들이 없는 실리콘밸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의 전반적 사회와 IT업계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려면 우리의 사고방식을 개선하고 열린 사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스마트 경쟁은 하드웨어등의 IT기술 뿐 만이 아니라 스마트생태계의 여러 다른 요소들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융합하느냐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IT가 비약적 성과를 이루어 왔지만 앞으로의 스마트 혁신에 대비한 철저한 혁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성과 이면에는 갈라파고스적 국내시장에 국한된 우물안 성장의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우수한 IT인재가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영어부족을 극복해야 하고, 기술적 지식과 아울러 시장과 사회를 꿰뚫어 전략을 도출해내는 혜안적 지식이 필요하다. 순다 피차이가 기술적 지식이 뛰어나서 CEO가 된 것이 아닌, 사람과 조직을 다루고, 시장과 사회의 변화를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도출신 인재들의 진출과 성공은 정체기에 빠진 한국의 IT에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향후 순다들의 활약을 지켜볼 만하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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