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칼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의 `재난`](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2402102251673001[1].jpg "[임윤규 칼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의 `재난`")
2014년 5월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단호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한 달여, 초기 구조에 실패한 정부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대통령은 자리에 모인 국무위원에게 "지금 당장 국가 재난망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얼마 후 국민안전처는 1조7000억원의 예산으로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완성은 2017년, 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 마지막 해다.
재난망은 국가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세월호 사고 당시 서로 다른 무선통신방식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대량의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지하철 등 철도 통신망과 소방망 등이 서로 연계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난망은 상용 통신망이 아니다. 망의 우선순위에서 경제성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재난 상황에서 구조와 안전 확보를 위한 통신기능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안전처는 재난망의 목적과 가치보단 시간 내 구축에 만 관심을 쏟은 듯하다.
이미 디지털타임스는 재난망 구축에 배정된 지금의 예산이 현실성이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극한 환경에서 국가 단일 재난망으로 기능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기반이 갖춰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지하, 건물 안, 터널 등 실제 재난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대해 망구축 잘감 차원에서 상용망과 연계하겠다는 안전처의 판단에 대해서는 여전히 토론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은 20일 재난안전통신망 시범사업 발주 계획에 최종 결재했다.
조달청은 이 주중 사업을 발주한다. 이미 사업의 첫 삽을 뜬 셈이다. 그런데 시범사업 계획에는 구체적인 상용망 연계 방안이 없다. 436억원을 들인 시범사업은 강원·평창 지역의 재난망 구축을 겸하고 있어 사실상 선행사업이다. 안전처는 이 지역에 구축한 자가망을 기반으로, 상용망 연계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한다.
상용망 연계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재난망을 지금 이동통신사만큼의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자가망으로 구축하자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지금 안전처가 구축하려는 국가 재난망이 현실성 있게 짜여 지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안전처는 전체 재난망 구축 및 운영비용으로 10년간 1조7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안전처가 망구축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상용망 연계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상용망 연계 비용은 연간 700억원에 달한다. 10년이면 7000억원이다. 일단 2017년까지 모양만 갖춰 놓고, 상용망 연계비용은 다음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든 알아서 하라는 얘기인가.
안전처는 시범사업을 맡아 수행할 사업자에게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을 내라고 '과업 지시'를 했다. 과연 어느 사업자가 이 '독이 든 성배'를 취할 것인가. 이미 통신사들 사이에선 '재난망은 수주하는 순간 재난'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계획서를 들고도 시범사업 발주를 강행한 것은 결국 2017년까지 재난망 구축을 완료하라는 대통령의 '명령' 때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범사업 첫 삽 뜨는 것이 우려스럽다. 국가 재난망 사업이 '대통령의 치적'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진정 국가 안전과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부실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망구축, 운영계획을 만들자.
임윤규 IT정보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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