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엔화·EU 유로화 약세 이어 '3중 환율 협공'
위안화 추가 하락 전망 신흥국 불확실성 커져
장기적으로 한국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 지적
위안화 추가 하락 전망 신흥국 불확실성 커져
장기적으로 한국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 지적
사진=유동일기자eddieyou@
위안화 이틀째 절하… 한국 경제 득실은
중국이 이틀 연속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기습적으로 절하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에서 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본 엔화와 유럽연합(EU) 유로화의 약세에 이어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3중의 '환율 협공'을 당하면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위안화 절하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실제로 중국의 수출 증가가 나타난다면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중국은 완제품 경쟁 관계가 많지 않고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올 7월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5.4%로 가장 높다. 위안화 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증가할 경우 한국의 수출도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는 "(위안화 절하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전선에는 파란불이 켜질 전망이지만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계속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신흥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위안화 가치는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할 위험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출렁이는 원자재 시장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은 전날보다 4.2% 떨어진 1배럴당 43.08달러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2.4% 하락한 1배럴당 49.18달러로 집계됐다. 블룸버그의 원자재 지수는 1.6% 하락했고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도 최근 6년 사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 물 구리 가격은 1톤당 5125달러로 3.5% 하락했다.
장기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수출상품 경합도가 커져 위안화 평가절하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중국의 제품 경쟁력은 한국에 뒤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경합하는 중국 제품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위안화 절하가 환율 고시 방식을 바꾸는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IMF 측은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 성명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이 빠르게 통합되고 시장의 결정적인 역할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환율 유연성을 키우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위안화 절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원화와 아시아국가 통화가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원화 변동성이 더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위안화 절하 추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의 상황을 자세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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