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곳 대표이사 속전속결 등재
한·일롯데 경영권 사실상 확보
한·일롯데 경영권 사실상 확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알려진 일본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직을 모두 차지한 것으로 확인돼,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새 분수령이 될 지 주목된다.
6일 일본 법무성이 발급한 L투자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달 31일자로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등기됐다. 이전까지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12개 중 9곳, 3곳은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가 맡고 있었다.
지난달 31일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을 해임하려 하자 다음날인 28일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아버지와 형이 귀국한 후 신 회장은 일본에 남아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재를 '속전속결'로 완료한 것이다.
등기부등본 상 신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일은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6월30일로 소급 적용됐다. 따라서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난달 16일 이전에 L투자회사 대표에 선임된 것으로 해석된다.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어 신 회장이 사실상 한국 롯데 경영권을 장악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이 귀국 직후 "경영권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나, 신 총괄회장이 "차남이 나에게서 롯데를 탈취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관심의 초점은 L투자회사의 지분율에 모아지고 있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만 했을 뿐 주요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와의 지분관계는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만약 L투자회사의 최대 주주가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일 경우, 그리고 신 회장이 L투자회사의 우호지분을 반 이상 확보하지 못한 경우는 신 회장의 지위는 위태로울 수 있다. 반면 L투자회사가 롯데홀딩스나 광윤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 회장이 L투자회사의 주요 지분을 확보한 상태라면 신 회장에게는 절대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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