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3.0] `바이러스와 전쟁` IT 역할 커진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1502101476788001[1].jpg "[메디컬 3.0] `바이러스와 전쟁` IT 역할 커진다")
지난 몇 달 메르스 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들었나 놨다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조금 잠잠해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100년 전에 비교해 세계 인구는 20억에서 70억으로 늘었고 이동 시간도 8개월에서 하루 반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문명과 기술의 발전이 바이러스에게 새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69년 윌리엄 스튜어트 미국 공중위생국장은 20세기 전염병은 끝이 보인다고 이야기했지만, 20세기 말부터 최근까지의 상황을 보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메르스·에볼라·신종플루·사스·조류독감 등이 그것인데, 이들은 대체로 RNA 바이러스로, 야생동물 속에서 조용히 살고 있던 바이러스가 20세기 후반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산림 파괴와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인간에게 가까운 동물 또는 인간을 직접 감염시키면서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인체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700∼800종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실제 바이러스 종수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이다.
그에 비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 기술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9개월 정도가 걸려야 확인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느린 프로세스를 극복하기 위해 '서브유닛 백신'이라는 형태로 단기에 백신을 만드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충분한 면역력을 만들어내는데 아직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통적인 백신 제조 프로세스를 혁신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할 때 지금같이 매우 수동적인 격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빠르고 쉽게 바이러스 감염을 진단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지난 6월 4일 미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혈액 한 방울보다 적은 양으로 개인이 접촉한 거의 모든 바이러스를 밝혀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또 옥스포드나노포어테크놀로지는 이동형 유전자진단 기술을 이용해 에볼라를 포함한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을 쉽게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IT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전염병 이동성 모델(GLEaM)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미국 인디애나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등 국제 연구팀이 2006년 개발한 전염병 이동 관련 모델로, 세계를 25만개 셀로 나누어 질병 확산경로를 예상할 수 있다. 이때 230개국의 3800개 항공사 예약정보, 40개국 교통정보 등이 활용된다. 이탈리아 과학학제간연구소재단 등 유럽 연구팀은 이 모델을 통해 2009년 국가별 신종플루 확산 시기 등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했고, 2013년 메르스가 중동에서 번졌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메르스 발생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분석해 메르스가 아시아에 퍼질 가능성이 66%나 된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열이 나거나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간단히 자가 신고를 하고, 전체적인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은 스마트폰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체열을 간단히 체크하거나 세균이나 바이러스 오염 지역을 쉽게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양한 사물인터넷 센서로 물이나 공기 또는 주요한 지역의 바이러스 등을 감지하는 예방 네트워크 기술도 고려할 수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또 IT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 대처를 의료계에만 맡길 게 아니라, IT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것도 미래 재앙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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