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지재권 포트폴리오 전략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25021034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지재권 포트폴리오 전략 필요하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 디자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침해하였다고 제소한 사건에서, 지난달 연방항소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모바일 폰 특허 및 디자인 특허는 침해했지만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삼성이 희석시킨 부분에 대해 인정한 배상액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무효화해 사건을 파기 환송하고, 1심의 9억3000만 달러의 배상 평결 중 해당 부분의 배상액 조정을 위해 사건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해당 부분이 조정되면 약 3억8200만달러에 해당하는 배상액이 감액될 것이라 보도되고 있다.
삼성의 배상액의 감액은 크게 다행한 일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전략과 관련하여 필자가 지식재산권 관련 국내외 기업들을 자문하면서 느끼는 몇 가지 점들을 나누고 싶다.
먼저, 하나의 발명, 즉 핵심적인 기술적 사상을 중심으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출연 연구원을 중심으로 특허의 양을 중시했던 기존의 정책에서 떠나 특허의 질을 중시하는 정책, 소위 똘똘한 특허를 창출해 내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아무런 쓸모없는 특허에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태를 개선하기 위한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고 사료된다. 그러나 필자는 똘똘한 특허가 아닌 똘똘한 기술적 사상을 발굴해 내고, 똘똘한 기술적 사상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원해 되도록 많은 수의 특허, 디자인 등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즉, 새로운 기술적 사상을 중심으로 몇 개의 핵심적인 특허를 출원하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분야, 또는 심지어 관련이 없는 산업분야까지 당해 기술적 사상이 어떤 특허 또는 디자인들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기존 특허 또는 공지된 기술적 특허와의 결합 또는 조합을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의 다양한 특허, 디자인들을 창출해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 침해중지 협상, 또는 라이선스 협상에서 숫자는 중요하다. 특허 1개로 침해주장을 하는 경우 상대방은 전력을 집중하여 당해 특허를 무효시키려고 시도하기 마련하며 많은 경우 실제로 특허를 무효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30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경고장을 받는 경우에는 보통 전의를 상실하고 라이선스 협상 테이블에 앉기 마련이다. 30개의 특허를 무효시키기 위해 싸우는 비용, 시간과 노력을 지불하느니 라이선스료를 지불하는 것이 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국제특허출원, 특히 시장이 큰 미국에 출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 같이 작은 시장에서는 애를 많이 써도 많은 과실을 따기 어렵다. 소위 똘똘한 기술적 사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제특허출원을 하여 큰 시장을 도모하여야 한다.
또한 표준특허 창출에 좀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표준특허 풀에 들어갈 경우 별로 큰 힘을 쓰지 않고도 많은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업비밀이나 저작권, 이번에 애플, 삼성 건에서 문제됐던 트레이드 트레스와 같은, 종전에 우리 기업들에서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졌던 지식재산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야 한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상품의 디자인 등 외관 중 상품의 기능에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한 부분에 식별력이 인정되어 상표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등록되지 않은 트레이드 드레스는 수요자들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로 말미암아 다른 상품과 구별시키는 식별력을 취득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의 병 모양과 같은 경우이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표처럼 고객흡인력을 보유하게 되어 다른 회사에 의해 사용될 경우 수요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키거나 고객흡인력의 일부가 다른 회사 상품으로 흘러가 원 회사 상품의 고객흡인력이 희석되는 결과가 발생되기도 한다. 애플, 삼성 사건에서도 애플은 아이폰 단말기 디자인 특징들이 반복적인 노출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으므로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1심 배심원단이 이를 받아들였는데 항소심에서는 당해 디자인 특징들이 스마트폰 단말기라는 상품에 필요한 기능적인 특징이라는 이유로 파기, 환송한 것이다. 중요하게 인식하여야 할 점은 트레이드 드레스가 보호요건을 갖춘 경우 디자인적인 특징이 상표와 같이 영구적으로 보호된다는 점이다. 디자인 특허의 경우 출원 후 14년(미국) 내지 15년(한국)이 경과하면 존속기간 만료로 더 이상 보호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로서는 상품 관련 디자인의 비기능적인 특징에 대해 디자인 출원을 하여 디자인권으로 보호받는 기간 중 수요자들에게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식별력을 취득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의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필자는 창조경제를 진정한 의미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똘똘한 기술적 사상'을 구별해낸 후 이에 대해 전반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박경주 리 인터내셔널 로펌 변호사·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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