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518) 공기감염과 지역확산

"메르스 '공기감염 불가설' 근거 부족
물리적 간접접촉 등 예상경로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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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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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518) 공기감염과 지역확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도무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방역의 핵심은 정부·전문가·국민의 원활한 소통과 철저한 신뢰,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어느 정도의 '과잉' 대응이 어설픈 '과소' 대응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 메르스의 경우처럼 준비가 부실한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과잉에 대한 문책이나 낭비를 무서워하면 재앙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메르스가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의 밀접 접촉으로만 전파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안이한 것이다. 만약 그것이 확인된 과학적 사실이라면 그동안 우리는 괜한 호들갑을 떨었던 셈이 된다. 애써 손을 씻거나 소독할 필요도 없어지고, 단순히 같은 병실이나 병동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격리할 이유도 없어진다. 감염자로부터 직접 기침 폭풍을 맞은 사람만 주목하면 된다.

물론 우리 현실은 전혀 다르다. 3명의 슈퍼 전파자가 135명을 감염시켰다. 무려 74명이 넘는 확진 환자와 연결된 초강력 슈퍼 전파자도 있다. 채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붐비는 시장도 아닌 응급실에서 그렇게 많은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름 5마이크로미터가 넘는 '비말'(飛沫, droplet)을 통한 감염 이외의 다른 경로가 활짝 열려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공기감염 불가설'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메르스의 사촌인 2003년의 사스(SARS)는 주로 '공기감염'으로 전파됐다. 현실적으로 공기감염을 가능케 하는 '에어로졸'(연무)과 '비말'의 구분이 언제나 명확한 것도 아니다.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에는 비말과 에어로졸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감염 예상 경로를 적극적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 에어로졸에 의한 '공기감염'과, 침대·테이블·이불·손잡이 등을 통한 '물리적 간접접촉'에 의한 확산을 제외시킬 분명한 과학적 이유가 없다. 가정과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확실한 대비도 필요하다. 물론 야단법석을 떨 일은 아니다.

국민들이 과도하게 얼어붙어 버린 것은 문제였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도 문제가 된다. 해마다 감기에 의한 사망자가 5000명이 넘고, 교통사고 사망자가 6000명이 넘는데 괜한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의 언어가 소통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가 얘기하는 '공기감염'(airborne transmission)을 일반인은 비말감염을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의 '공기감염'(aerial transmission)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비말은 되고, 공기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다. 상식에 맞지 않는 전문용어는 바꿔야 한다. 통계에 대한 지나친 신뢰도 경계해야 한다. 환자 총 규모가 1200명에 지나지 않는 메르스에 대한 통계는 크게 믿을 것이 아니다.

메르스가 병원 안에서만 전파되는 진짜 이유도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공기감염 불가설은 설득력이 없다. 어쩌면 바이러스 감염 부위와 증상의 진행 양상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 2009년 신종플루의 경우 주로 상기도에 감염이 일어나고, 잠복기 중에도 기침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메르스의 경우는 사정이 전혀 다른 모양이다.

병원 현실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 의료기술과 의료진이 훌륭한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감염성 질병에 관한 한 우리 병원의 시설·인력·제도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열악한 응급실과 다인 병실이 메르스의 화를 키운 진짜 원인이었다. 공연히 과학을 앞세워 무의미한 핑계를 찾을 이유가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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