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마윈이 말한 `DT의 미래`](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12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마윈이 말한 `DT의 미래`")
'소비자(消費者)'를 생산의 객체로 간주하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소비와 생산은 다른 것이며, 소비자는 이러한 다름 속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사고 속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는 엄격하게 구별된다. 하지만 생산이 일종의 창조적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이해는 자칫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소비 혹은 소비자의 창조성이 부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소비자'라는 용어 대신 '공동 창조자(co-creator)'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 속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엄격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소비'라는 인간의 행위가 단지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상품의 생산과 기술 발전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의 영역과 소비의 영역이 배타적이지 않을 때, 소비라는 행위를 수행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산업 시스템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계기일 수밖에 없다.
소비 행위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은 늘 있어 온 것이다. 생산의 측면에서 생산된 상품은 소비되어야 하며, 이에 소비될 상품이 생산되는 것은 응당하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어떻게 소비될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소비 행위자인 인간의 욕구를 알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답에는 또 다른 물음이 은닉되어 있다. '인간이 욕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개 이러한 물음은 방법적으로 재해석되어 접근된다. '인간이 욕구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어떻게 인간이 욕구하는 것을 알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우리는 비교적 간단한 답을 방법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기술(DT)'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방한했던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도 데이터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기업의 명운은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고객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고, 이러한 연유로 차후 데이터기술이 미래 산업과 시장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빅데이터와 IoT와 같은 데이터 기술의 중요성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마윈의 진단은 그리 새롭게 들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마윈의 진단은 빅데이터와 IoT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마윈이 '고객의 요구에 대한 경청'이라는 목적 하에서 데이터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서 방법의 문제가 본질의 문제와 다시 결부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방법의 문제와 본질의 문제는 별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공동창조자로서의 소비자 혹은 고객은 자신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존재다. 이러한 점에서 고객의 요구를 경청한다는 것은 이러한 고객의 역동성과 운동성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는 곧 데이터기술이 적용되는 모든 맥락에서도 소비자의 운동성이 반영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운동에 대한 본질적 이해 없이 이 운동성을 온전하게 반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운동은 외부에서 볼 때와 내부에서 볼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역사적 지성인 H. 베르그송의 설명에 따르면, 운동을 외부에서 보는 것은 특정한 관점을 전제하는 것으로 운동의 본질적 이해에 이르지 못한다. 그 특정한 관점에서 운동은 그저 분석되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의 본질적 이해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특정한 관점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운동 안으로 들어가 운동을 그 자체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의 운동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라는 운동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의 데이터기술은 여전히 고객의 운동 밖에서 운동을 분석하고 추론하고자 한다. 어쩌면 이것은 데이터기술이 갖는 한계일 수도 있다. 물론 이 한계가 현재까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앞으로 지속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기술의 활용 뿐 아니라 기술의 개발 역시 그것의 한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러한 한계의 인식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혹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문제라면 더더욱 그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치는 것이다. 데이터기술의 중요성이 나날이 더해가는 지금이 데이터기술의 한계를 직시해볼 적기다.
김종규 성균관대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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