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취임 첫 기자화견
핵심사업 따라 인력 해외 집중 '구조적 혁신'
3년내 기업가치 30조·에너지기업 톱30위 목표
핵심사업 따라 인력 해외 집중 '구조적 혁신'
3년내 기업가치 30조·에너지기업 톱30위 목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최근 정유업계의 구조적 위기 극복 방안으로 미국과 중국, 협력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E&P(석유개발) 미국을, 화학 부문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석유 사업은 동북아 얼라이언스(동맹)로 돌파구를 만들어 오는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원의 세계 30위권 에너지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안팎의 규제와 시장 침체로 어려워진 국내 중심의 기업 환경을 글로벌 기업에 맞춰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28일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본사 사옥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전략을 소개했다. 정 사장은 석유개발 사업과 관련 "E&P 부문은 본사를 미국으로 보내려고 한다"며 "이미 반 이상의 인력이 (미국으로)나갔고 나머지 이전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올해 전체 투자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북미 석유자원 자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여러 판단을 거쳐 미국 석유자원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기태 SK이노베이션 E&P 사장은 이에 대해 "2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토론했고, 이는 사실상 휴스톤이 전 세계 오일가스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한국은 최소한의 자산 관리 기능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에 따르면 E&P 사업부문은 약 150명이 소속하고 있는데, 이중 미국 등 해외 각국 사업장에 파견한 인력이 약 100명이고 현재 서울 본사에는 50여명이 남아있다.
정 사장은 또 화학 사업 부문의 경우 우한 에틸렌 프로젝트(NCC) 등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한 NCC 가동 첫해에 이미 2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올해 1분기만 800억원 이상의 이익이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저유가 등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사업의 경우 '동북아 얼라이언스'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 단순 생산판매 구조가 아니라 (일본 등 동북아 정유업체와)협력구조로 정유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진 않았지만 업계가 서로 보는 눈이 비슷한 만큼 파트너는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배터리 부문에 대해서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시장 점유율 싸움보단 효율성을 중심으로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아자동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 뿐 아니라 최근 독일의 한 완성차 업체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내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이와 함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고 현장 중심의 기민하고 효율적인 인적 구성으로 '구조적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순차입금 규모를 올해 6조원 안쪽으로 줄이고, 대신 핵심 사업이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 중인 특별퇴직 신청과 관련해선 "마음이 아프다"며 "앞으로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사장은 이 같은 전략을 앞세워 현재 11조원인 기업가치를 2018년까지 30조원대로 키우고 글로벌 톱 30위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해외 진출 전략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국내 경영 환경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자연스러운 조직 효율성 강화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정 사장은 자원외교 관련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제도로)800억원을 받아 5600억원을 국가에 갚았는데 우리가 돈 몇 푼을 깎을 이유가 없다"며 "로비로 줄였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정부 기관 등에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가 필요하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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