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만 돈이 몰리는 여신 집중화 현상 여전
미국 '지역재투자법'은 지역순환시스템으로 관심
수도권-지방 금융양극화를 근본적으로 고쳐나가야
미국 '지역재투자법'은 지역순환시스템으로 관심
수도권-지방 금융양극화를 근본적으로 고쳐나가야
![[시론] `돈`이 돌아야 지역경제 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2502102351607001[1].jpg "[시론] `돈`이 돌아야 지역경제 산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의 '돈'은 전국 각 지방에서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지역으로 일극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이 돈은 여러 지방의 수요와는 무관하게 수도권에서 곧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버린다. 지방의 돈일지라도 지방을 거치지 않는 게다. 실물경제를 인체에 비유하면, 돈은 사람 몸속에서 흐르는 혈액과 같은 것이어서, 이 혈액이 도달하지 않는 지역은 반드시 괴사해버리고 만다. 그런 측면에서 혈액이 골고루 흐르지 못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형적이다. 따라서 전국 각 지방 지역경제의 금융수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돈의 지역순환형 시스템'이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혈액 없이 유지할 수 없는 지역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리라.
금융 자유화 및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지역경제가 지반침하 현상에 허덕이게 된 것에는 매우 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실의 발표에 의하면, 2012년 말 기준 일반은행의 60%, 저축은행의 60.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소재 기업 및 가계의 금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5년 이후 수도권의 여신금액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그 외의 지역은 점차 축소되고 있어 수도권에 대한 여신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한 지역 내에서 조성된 자금이 역내에 재공급되는 수준을 파악하는 데에 유용한 지표인 예대율은 2012년 말 기준으로 경기와 인천이 각각 2.72배, 2.04배로 크게 증가하여 여타 지역 예대율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예금으로 모여진 돈이 그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 쓰이지 않고 외부로 특히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수도권 이외의 각 지역경제가 황폐화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처럼 왜곡된 돈의 흐름 구조를 시정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전체 지역경제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수출입국(?) 한국의 대외수출 흑자 분도 국내로 환류시켜 내수를 확대시킬 수 있는 돈의 흐름 역시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은 돈의 지역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한 모범 정책사례이다. 왜냐하면 이 법이 특정 지역에서 모인 돈은 그 지역의 금융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재투자되어야 할 것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여러 차원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이 지역재투자법은 은행과 같은 예금을 취급하는 영리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 투자, 또 그 외의 여러 금융서비스와 관련하여 이 금융기관이 위치하는 해당 지역의 저소득자와 중소영세업자들의 다양한 금융수요에 적극적인 대응을 취해야 할 것을 법적책임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4단계의 지역재투자법 평가기준을 적용하여 일반 상업은행 등의 영리금융기관의 해당 지역에 대한 금융서비스 대응을 등급으로 평가하여 그 결과를 전면적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우량' 이상의 등급을 받지 못한 은행은 이들의 금융 비즈니스에도 일정한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지역 주체들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출을 벌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과 같은 금융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소외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의 개인과 중소영세기업의 금융수요가 지역 은행들의 대출 배제로 인해 충족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금융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중소영세기업들의 경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심지어는 지역에 크게 공헌해왔던 기업들마저 금융제약으로 인해 폐업하게 되면서 우리 지역경제의 지반은 급속히 침하되고 있다. 국민 대다수 계층의 수요와 직결되어 있는 의, 식, 주, 환경, 의료, 교육 등의 분야는 21세기 우리나라 경제를 추동해나갈 성장산업 분야이자 지역사회에 착근되어 온 수많은 중소영세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금융수요 충족률은 매우 낮다. 산업구조 조차 제대로 고도화해내지 못 할 형국이다.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기관 간의 M&A가 급속히 전개되면서 비효율적인 곳으로 간주된 지역의 점포는 통폐합되어 금융기관의 창구마저 지역에서 소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간지대 등 이른바 과소지의 고령자 세대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와 같은 돈의 그리고 금융기관의 수도권 일극 집중화 현상에 어떻게든 메스를 가하지 않으면 수도권과 지방 간 금융양극화는 손을 댈 수 없는 수준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으로부터 예금으로 모은 돈이 수도권과 대도시권으로만 집중하는 이 파행적인 현상을 제대로 개혁하여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지역경제의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지역재투자법'과 같은 지역순환형 경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역의 돈이 그 지역 모두에게 골고루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혈액 부족으로 쓰러져 가고 있는 우리 지역을 살리는 가장 근본적인 수술이지 않을 수 없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경제학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