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쟁/백일승 지음/더하기북스 펴냄/280쪽/1만4900원
IT 강국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소프트웨어(SW)'라는 단어는 늘 풀지 못한 과제처럼 답답한 느낌을 준다. SW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기조에 전 IT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온 지 이미 수 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많은 예산을 쏟아왔고, 여러 정책을 내왔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뾰족한 해법은 없는지 우리는 스스로 묻고 또 묻는다.
신간 '소프트웨어 전쟁'은 제목처럼 SW 주도권을 둘러싼 기업 간의 경쟁을 '전쟁'이라는 시각으로 충실하게 풀어낸다. 애플, 구글, 아마존, 샤오미, 텐센트, 바이두 등 SW 기술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영향력을 기존 로마제국, 당·청 왕조 등 제국이 지배해 왔던 지리상의 범주로 비교해 그래프로 보여준다. 오늘 날 글로벌 IT 공룡들의 지배력은 역사상 유례없이 공간, 문화적 장벽을 초월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SW 전쟁이 기존 물리적, 경제적 전쟁보다 무서운 이유는 '종속성'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반 소비자나 IT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전통적 영역의 산업들까지도 모두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거대한 플랫폼이 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패권 전쟁이 이미 미국과 중국, 두 강국의 싸움으로 옮겨가 우리나라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종전의 다국적 기업보다 더욱 포괄적으로 세계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미국의 제국기업들은 역사상 그 어떤 제국보다 사람들의 삶 속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는 이러한 제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중국은 아예 이들 기업의 진출을 막고 국산 SW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SW 산자이 전략은 마치 만리장성을 쌓고 중화를 지켰던 중국의 정책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 전례 없는 양상의 전쟁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을까? 이 거대한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까? 저자는 이 같은 질문에 차례대로 답을 풀어나간다.
SW 전통적 강국 미국과 새롭게 부상한 중국, 이 두 나라의 SW 산업 육성 비결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 실리콘 밸리의 제국전략과 중국의 SW 산자이 전략을 분석한다. 애플과 샤오미, 미국과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을 사례로 들며 이면에 담고 있는 의미를 풀어낸다.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프로그래밍 바람에 대한 분위기도 전한다.
저자는 SW 제국이 SW 인력을 대하는 방법과 그들의 SW 중심 DNA, SW 기업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와 정책 등을 상세히 소개하며 우리나라에도 변화를 촉구한다. 책은 표지는 심플하지만 각종 독창적인 인포그래픽으로 구성, 반전의 묘미가 있고 알차다. 각 페이지마다 담긴 QR 코드를 통해 추가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으며 홈페이지(sww.kr)에서 책 요약본이 제공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SW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만큼 프로그래밍의 핵심인 논리 구조를 쉽게 아이디어 전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 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IT 속국으로 전락할 것인가, 또 다른 제국으로 부상할 것인가. 책은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나라 IT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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