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 발생된 '모래폭풍'이 황사
매연 · 중금속 포함된 스모그와 달라
매연 · 중금속 포함된 스모그와 달라
![[이덕환의 과학세상] (504) 황사와 중국발 스모그](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09021015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04) 황사와 중국발 스모그")
올봄에는 끔찍한 황사가 몰려올 것이라고 한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서부 건조지대가 지난 겨울의 날씨 탓에 유난히 심한 수준으로 말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상청의 예보가 아니더라도 올해 황사의 계절은 이미 시작됐다. 사흘 동안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황사에 중국 동북부에서 배출된 납·비소·카드뮴처럼 유해한 중금속이 잔뜩 들어있다는 소문이 우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반드시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분과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충고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서부의 건조지대처럼 습도가 매우 낮은 지역에서는 수증기에 의한 온실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런 곳에서는 국부적으로 심한 기온의 편차가 생기면서 거센 강풍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토네이도와 같은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만들어지면서 엄청난 모래폭풍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 모래폭풍은 전 세계의 모든 사막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고약한 자연현상이다. 건조 지역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주민이나 가축이나 여행객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황사는 그런 모래폭풍의 결과다. 건조지대의 거친 모래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대류권의 상층부로 올라가서 강한 편서풍을 따라 서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이상 이동한다. 그런 먼지가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는 낙진이 바로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다. 황사는 화학적으로 건조지대의 모래와 같다. 대부분이 실리카(규소의 산화물)이고, 소듐(나트륨)이나 포타슘(칼륨)과 같은 알칼리 금속과 함께 철납·비소·카드뮴과 같은 중금속도 섞여 있기 마련이다. 황사에 들어있는 금속 성분은 중국 서부 지역의 토양에 들어있던 화학적으로 안정화된 순수한 천연 물질이다. 황사가 우리의 건강이나 정밀산업에는 적지 않은 피해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황사가 산성화된 농지와 산림의 토양을 회복시켜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중국발 스모그는 황사와 전혀 다르다. 중국 동북부의 대도시와 산업지대의 자동차와 보일러에서 배출되는 매연이 원흉이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스모그는 대부분 낮은 구름이 떠 있는 지상 1킬로미터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더욱이 스모그는 강한 바람이 불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흩어져서 사라져 버린다. 중국발 스모그의 물리·화학적 특성도 황사와는 다르다.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은 초미세 먼지의 비율이 훨씬 높다. 저질 석탄에도 황사와 비슷한 성분이 적지 않게 들어 있지만 불완전 연소된 탄소 입자와 함께 질소와 황의 산화물이 잔뜩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공장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중금속은 황사의 경우와 달리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우리 건강에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일반인의 입장에서 황사와 중국발 스모그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두 경우 모두 누런 먼지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황사와 중국발 스모그는 분명하게 구분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발생 원인도 다르고,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경로도 다르다. 물론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다르다. 황사가 중국의 산업지대를 지나오면서 오염물질로 뒤범벅이 된다는 주장은 억지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 서부의 건조지대에서 발생하는 황사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열악한 자연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고 있는 황사 발원지 주민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발 스모그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에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중금속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중금속의 화학적 상태에 따라 독성도 크게 달라진다. 혼란스러운 '중금속'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 국제순수및응용화학연합(IUPAC)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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