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홀 지도 일 쓰나미 감시 등 재난 대비
국내 '통합재난정보관리시스템' 고도화 추진중
식품·물·감염병·건강 이슈 등 관심·수요 급증
빅데이터·신기술 등 적용…국민 삶의 질 향상
국내 '통합재난정보관리시스템' 고도화 추진중
식품·물·감염병·건강 이슈 등 관심·수요 급증
빅데이터·신기술 등 적용…국민 삶의 질 향상
■ 2015~2020 `골든타임`…혁신나선 한국경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기술 마련
기체분리막 전문가인 이종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 박사는 환경보전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 연구 일생을 걸었다. 이를 위해선 기체분리막 성능을 어떻게 향상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는 고분자물질 합성의 전문가인 황승상 KIST 박사와 의기투합해 고분자 하이브리드 소재를 기체분리막 개발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두 연구자는 이 시도를 통해 이전보다 성능이 우수한 차세대 기체분리막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고, 연구의 궁극적 목표인 인류의 건강한 삶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씨앗 기술'을 확보했다.
미래 물 환경변화 예측 수자원 확보
최정현 이화여대 교수는 미래 기후 정보들을 생산하는 대기과학 분야와, 유역의 정보들을 생산하는 지리정보 분야의 정보를 통합한 '통합형 물관리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 삶과 직결된 물의 흐름과 변화를 과학기술로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스템 개발로 먹는 물을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 물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각종 물 관련 재난과 재해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틀이 마련됐다. 급변하는 환경문제에 앞서서 대응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의 밑거름으로 만드는 데 과학기술이 얼마나 유용한 솔루션으로 쓰이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인류 당면과제 해결'에서 성장기회 찾는다=세월호 참사 등 재난재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과학기술을 통해 재난과 안전, 환경, 식량 등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를 기회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는 세밀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 산업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한 과학기술이 국가·사회 현안 해결의 '키 플레이어'로 전면에 나서면서 이를 새로운 '성장공식'으로 연결하는 과제가 '대한민국호' 앞에 놓인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과학기술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풀기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는 '사회문제 해결사' 역할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그동안은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각종 사회적 재난과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 이상기후에 따른 식량위기 등을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의 역할에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 재난·재해 및 안전사고 분야 연구개발(R&D) 비중은 1.1%인 1780억원에 불과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12년 기술수준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난·재해·안전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의 72% 수준이고, 기술 격차는 6.3년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사회현안 해결'이 과학기술계 앞에 숙제로 놓이면서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국가적 재난과 재해를 사전 대비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 환경, 식량 등 인류가 직면한 공통된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과학기술과 ICT 접목으로 재난 대응=고위험 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재난발생 징후를 신속하게 예측해 주고, 재난 발생 시에는 첨단 구난장비들을 다양한 과학적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재난대응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과학기술 역할 강화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과학기술을 통해 재난을 예측·예방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비파괴검사기술을 활용해 국토 전역의 싱크홀 위험지도를 작성해 대비하고 있으며, 일본은 인공위성을 활용한 쓰나미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자체 개발한 국방용 로봇을 재난 시 수색과 구조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각종 첨단기술을 동원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와 함께 '재난대응 과학기술 역량 강화 3개년 실천전략'을 내놨다. 우리의 강점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국가 재난안전 대응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아가 재난안전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범부처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마련된 셈이다.
우선 재난정보 수집과 분석, 의사결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재난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합해 고도화한다. 이를 위해 재난 전조 감지와 분석·예측,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재난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시뮬레이션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또 재난으로 인한 통신두절 상황에서 신속한 통신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신호감도 증폭, 임시통신망 기술을 개발한다. 여기에는 기기간 직접통신(D2D), 위성통신, 이동식 임시기지국 기술 등 첨단 통신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재난예방·감시 강화를 위한 위험평가와 모니터링 기술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국가기반시설과 다중이용시설의 위험 여부를 실시간 평가하는 기술과, 싱크홀·기후재난 등 신종 재난을 감지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 IoT 센서와 고화질 지능형 CCTV 등 ICT를 활용한 재난위험 감시 기술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재난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기술의 첨단화도 추진한다. 3차원 공간정보를 탑재한 재난용 무인기, 실시간 현장정보 처리가 가능한 특수 차량, 극한환경에 대응해 작전을 수행하는 로봇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안전센서, 재난로봇, 무인기 등의 핵심기술 확보해 재난안전 대응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건강·환경 등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 잇따라=국민적 관심과 수요가 큰 건강·환경·식품안전 등의 사회문제 해결에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로 식품·물·감염병·건강 이슈가 꼽힌다.
최근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면서 환경오염에 따른 유해물질과 불법 위·변조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식품 공급의 모든 단계에 걸쳐 유해물질이 포함됐는지를 평가하는 표준화된 유해물질 검출방법을 식약처를 주관기관으로 해 개발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휴대용 불법 위·변조 판별기기 개발을 통해 '한국형 통합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안전한 물 공급으로 국민 건강 향상에도 주력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주요 하천에서 녹조현상이 빈번히 발생해 수질악화가 심각한 문제로 불거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수처리장에서 활용 가능한 '보급형 수처리제 개발'을 추진한다. 조류의 맛, 냄새, 독성 등 안전기준을 반영한 조류 경보제를 개선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구도 시작됐다. 현재 개발된 기술은 소규모 범위에서 발생한 녹조를 제거하는 데 그치고 있고, 현장 적용 시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해 신속한 녹조 제거에 한계가 있었다.
이와 함께 사스, 신종플루, 구제역 등 신·변종 감염병 발생빈도와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조기에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신·변종 감염병과 인수공통감염병 등을 대상으로 조기감시체계를 운영하고 관련 부처별 감염병 DB를 통합 연계하는 '통합 감염병 예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가축, 야생동물의 병원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는 '보급형 간이 검사키트' 개발을 추진한다.
아울러 고령화에 따른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개인 맞춤형 예방·관리체계가 구축된다. 타깃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암에 이어 2, 3위를 차지하는 심뇌혈관질환이다. '한국형 심뇌혈관질환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개인별·단계별 맞춤형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발적인 생활습관 관리와 비과학적인 재활치료 등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현재의 치료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 국민의 의료비 부담 절감과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기상재해 발생빈도가 증가하면서 늘어나는 교통사고와 각종 질환 등으로부터 국민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상청을 주관기관으로 도로기상 예보·정보제공 서비스와 개인용 초미세먼지 마스크, 고효율 공기청정제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정현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정책연구위원은 "과학기술 강국 코리아의 저력을 일궈낸 경험과 역량, 인력, 인프라 등을 접목한다면 질병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 풍족한 물질 속의 풍요로운 대한민국, 안전하고 재난 없는 대한민국을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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