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시설 외곽감지시스템 중소보안업체 참여 제한… 외산이 90% 차지
산·학·관 협력 성공사례로서 수원대 U시티보안감시기술협력센터(CUSST, 센터장 장성태)와 중소기업 세렉스(대표 정양구), 경기도 지역협력연구센터(GRRC)의 모델은 일찍이 잘 알려져 있다. 수원대 CUSST와 세렉스가 장력(張力,tension)을 이용한 물리보안시스템을 개발하고 자금과 공급처 확보 등은 경기도 GRRC가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수원대 CUSST 장성태 교수팀과 GRRC, 세렉스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수원대에서 장력을 이용한 침입방지시스템 '아이 가드펜스'의 시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 대전교도소,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 국가 중요 시설 관계기관과 경기도 수원시 Kotra 등 지원기관, 한전 삼성 LG 등 대기업, '아이 가드펜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등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아이 가드펜스는 국경이나 국방시설물, 공항,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의 중요 시설물에 설치하는 외곽보안시스템이다. 중요시설 외곽에 와이어로 연결된 울타리를 치고 절단되거나 당기는 힘(장력)의 변화가 생기면 센서가 감지해 전기적 신호로 변환, 상황실에 전송한다. 기존 외곽감지시스템은 이스라엘 등 외산이 주로 공급돼 있다. 그러나 탐지율 90%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침입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강풍·강우·강설, 낙뢰 등이나 동식물에 의한 훼손으로 오경보가 자주 발생한다. 상당수 제품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오경보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관리자들이 오작동 오경보 때문에 시스템을 꺼 놓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한다. 고장이 나도 신속한 수리가 어려워 방치된 곳도 적지 않다. 도입비에 버금가는 유지보수비 때문에 현재 주요시설에 구축된 기존 시스템의 관리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대 CUSST와 세렉스는 고급 퍼지-뉴로신경회로망 기반의 특허기술을 통해 탐지율 높이고 오작동 오경보율을 제로에 가깝게 낮췄다. 조명과 감지 대상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객체인식, 다중객체 추적, 기상청 레이더 데이터의 패턴 분류 기술 등도 활용했다. '100% 탐지율과 오작동 오경보 제로'에 가까운 성능을 보유하게 된 것은 기존 시스템들이 채택한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들이 외부 압력 변화에 따른 전압만을 감지하는 압전소자 방식인데 반해, 아이 가드펜스는 외부의 압력변화를 지속적으로 검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떠한 압력 전달 상황에서도 침입을 감지해낸다.
아이 가드펜스는 2013년 7월 해양수산부 제주항 보안울타리 감지센터를 위한 시범 운영에서 기존 외산 제품 대비 월등한 성능을 보였다. 100% 탐지에 오작동 오경보 제로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경기도 GRRC가 나서서 각국 대사관의 국방무관들을 수원대 U-City 보안센터에 초대해 시연을 함으로써 수출을 돕고 있다. 각국의 요청으로 기술 전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각국의 군, 경찰, 보안담당자들이 한국의 보안기술로 자국 중요시설을 설계, 구축,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수원대 CUSST는 산학관 상생협력 모델로 해외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아이 가드펜스의 생산, 설치,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수원대와 세렉스만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레이저 조사와 촬영을 위한 주·야간 원거리 상황인지 감시시스템은 GRRC의 지원업체인 위아코퍼레이션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아이 가드펜스에 일정한 간격으로 위아코퍼레이션의 촬영시스템이 설치되면 레이저 조명에 의한 빛의 노출이 전혀 없이 근·원거리 물체를 감시할 수 있다
수원대 CUSST는 연구성과 공유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올해 2000만 달러, 2016년 5000만 달러의 수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 12개국과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다. 수입대체 효과도 연간 1억 달러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국내 중요시설 관리기관들이 엄격한 벤치마크테스트(BMT)를 거치지 않거나 국내 중소 보안업체들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경보 오작동으로 인해 성능결함이 드러난 방식의 제품으로 한정해 불공정한 입찰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오경보 오작동이 많은 외산 제품이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수원대 CUSST와 세렉스, 경기도는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엄격한 BMT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공항(인천 제주 김포 울진 등), 고리 원전, 국방부 등 국가 중요시설 12곳에 설치돼 대테러 및 침입 보안감시 역할을 하고 있다. 3년간 운용결과 유지보수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구입비, 설치비, 유지보수 비용을 합산한 통합 운용비용에서도 외산에 비해 경제적인 제품임이 입증됐다. 제대로 된 BMT 시행과 엄격한 기준 설정, 중요시설 관리자들의 직무에 충실한 심사만 전제된다면 아이 가드펜스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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