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중형위성 2호·다목적실용위성 7호부터 산업체서 개발 주관
국내 인공위성 개발 주체가 국가에서 민간으로 바뀐다. 20년 이상 유지해 온 국가 주도 위성 개발 체계가 민간 주도로 개편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항우연은 앞으로 위성 개발을 하지 않고 산업체가 맡도록 할 것"이라며 "다목적실용위성은 '아리랑 7호'부터 개발 주체를 산업체로 이관하고, 차세대 중형위성 역시 1호만 항우연이 개발하고, 이후 산업체가 맡아 진행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는 항우연이 위성 개발을 총괄하면서 필요한 일부 기술을 민간에서 조달해오던 기존 방식이 180도 바뀜을 의미한다. 공공 주도의 인공위성 개발을 민간에 이관함으로써 인공위성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아리랑 시리즈와 정지궤도위성은 항우연이 20년 넘게 개발·공급했다.
인공위성 수출 사업화를 위해 개발하는 차세대 중형위성은 1호만 항우연이 개발하고 2호부터는 민간이 맡는다. 정부와 항우연은 과도기적으로 올해 개발을 시작하는 1호는 항우연과 산업체가 공동설계팀을 구성키로 했다. 공동설계팀은 올해 말까지 시스템 기본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항우연은 위성 시스템, 본체 등 기술과 개발 노하우를 참여기업에 이전할 예정이다.
차세대 중형위성은 다양한 탑재체를 올릴 수 있는 500㎏급 표준형 위성 플랫폼을 개발해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해외 수출까지 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2025년까지 총 12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 중 1호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2호기는 2018년 3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각각 개발·발사할 예정이다.
1호기는 항우연이 개발을 주관하되 기업을 참여시켜 시스템, 본체, 탑재체 기술을 이전하고, 2호기부터는 기업이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전담해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해외수출에 나서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0년 발사 예정인 아리랑 7호부터는 다목적실용위성 개발 주체도 민간으로 바뀐다. 조 원장은 "위성 개발은 민간이 하고, 항우연은 난이도가 높아 산업체가 하기 힘든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환영하면서도 항우연의 분위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위성 시장을 독점해온 항우연이 이제 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기술 이전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산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을 산업체에 맡기기로 했지만 여전히 위성 핵심인 탑재체 개발은 항우연이 주관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아리랑 3A호 개발 등을 통해 기업들도 위성 개발 능력이 있는 만큼 탑재체 개발도 민간이 주도할 수 있게 해야 경쟁력 있는 위성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일부는 해외 수출도 하지만 항우연은 산업체의 기술 기반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기술이전과 협력에 다소 소극적"이라며 "위성기술의 과감한 이전과 협력이 이뤄져야 산업체 주도 위성 개발에 성공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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