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2015 새해 새 비전
"우주와 하늘을 놓고 국가를 초월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항공우주기술 춘추전국시대'에 우리나라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기술 개발'밖에 없습니다."
인공위성부터 우주발사체, 무인항공기까지 미래 우주항공 기술 개발을 책임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조광래 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조 원장은 "발사체, 위성, 항공기 등에서 우리가 갖지 못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면 항공우주 선진국을 무조건 따라가는 '추격형 기술 개발 전략'이 아니라 이른바 '병목기술', '문턱기술' 등 필요한 핵심기술을 독자적인 힘으로 개발하고 국산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우연은 올해 한국형발사체 자력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인공위성과 위성활용 기술의 산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항공분야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드론(무인항공기)'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특히 위성 기술을 산업체에 개방하고 이전해 국내 우주산업을 키우는 터전을 닦는다는 전략이다.
- 작년 10월 원장 취임 후 새해를 맞았는데 소감은.
"그동안 연구자로서 '발사체' 한 분야에서만 일해 왔다. 지난해 10월부터 기관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다 보니 새해를 맞는 감회가 연구자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올해는 발사체를 비롯해 인공위성, 위성활용, 항공 등 모든 연구분야가 균형 있게 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무엇보다 사고 없는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살얼음 걷는 기분과도 같은 게 기관장 자리인 것 같다."
-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달로 예정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A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위성이 제 기능을 하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또 한국형발사체 개발 1단계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오는 8월부터 2단계 사업을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1단계까지는 개방형 사업단 체제로 운영된 만큼 이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이다.
항공기술 분야의 규모도 더 키워야 하고,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기관 기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항공기 품질인증 업무가 국토교통부 직할 업무로 바뀌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관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 발사체와 위성의 발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 보증 및 품질인증이 중요한 만큼 이런 방향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정부의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연으로서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에 기여하기 위해 수출 촉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항공우주기술 수출에 나설 것이다."
- 아리랑 3A호 발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아리랑 3A호는 55㎝급 고해상도 전자광학 카메라와 5.5m급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정밀하게 지구를 관측하는 위성이다. 현재 운용 중인 70㎝급 아리랑 3호에 비해 해상도가 2배 이상 향상됐고, 야간 관측도 가능하다. 발사에 성공하면 6개월 정도 초기 운용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아리랑 3A호는 우주개발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본체 개발을 민간 기업이 담당하도록 한 최초의 공공위성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고해상도 광학 관측과 레이더, 적외선영상 위성을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 운용할 수 있게 되고, 낮과 밤,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형 및 지리정보, 원격탐사, 정밀관측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한데 항우연의 우주개발 전략은.
"기술 개발밖에 없다. 그래서 취임 후 기술 개발에 집중하자는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항우연은 국가 미션을 수행하는 기관 특성상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연구를 해 왔다. 대형 사업은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인데,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기술을 완성할 수 있다.
올해 항우연이 설립된 지 4반 세기가 지났다. 시스템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달한 만큼 기술 개발에 주력, 우리 고유의 독자적인 핵심기술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발사체 분야에서는 추진기관(엔진) 개발이 중요하고, 위성 분야에서는 자세제어기술, 위성추진기술, 정밀센서기술 등 그동안 확보하지 못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항공분야에서는 산업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로기술을 발굴·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것이 출연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협력할 수 없고,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기술개발만이 항우연이 살 길이다."
- 올해 2단계가 시작되는 한국형발사체 사업 계획은.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한국형발사체는 길이 47.2m, 총중량 200톤으로, 나로호의 1.5배 크기에 달한다. 75톤 액체엔진 4기 묶음으로 1단을, 75톤 액체엔진 1기로 2단을, 7톤 액체엔진 1기로 3단을 구성하게 된다.
올해 75톤 엔진 구성품 시험과 엔진조립, 엔진 연소시험을 진행하고, 3단 엔진(7톤) 연소시험 설비와 75톤 엔진 지상 및 고공 연소시험 설비를 구축해 조립된 엔진 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75톤 엔진 완성품이 처음 선보이게 된다."
- 올해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에도 착수하는데.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은 다양한 탑재체를 실을 수 있는 500㎏급 인공위성의 표준 본체와, 광학카메라, 영상 레이더, 마이크로파, 초분광기 등 여러 형태의 탑재체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하게 호환 가능한 표준 본체를 만들면 위성을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것과 달리 단기간에 필요한 위성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제품을 찍어 내듯이 위성을 원하는 목적에 따라 빠른 기간 내에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발 기간뿐 아니라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산업화에 유리하다.
이 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총 12기의 차세대 중형위성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 첫 단계가 올해부터 시작하는 차세대 중형위성 1호 개발이다. 우선 1호기는 항우연 주도로 개발한다. 이후 우리가 개발한 위성 표준 본체 플랫폼을 산업체에 이전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의 우주개발 기술 역량을 높이고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토대를 만들 계획이다."
- 달탐사 사업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차질이 예상되는데.
"올해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 만큼 자체 예산으로 달탐사 사업을 추진한다. 내년에는 반드시 예산을 확보해 사업이 가속도를 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최근 달탐사 조직을 '달탐사연구단'으로 승격시켜 연구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도록 조직 틀을 갖췄다. 인원도 보강할 예정이다. 아울러 위성분야의 지원도 받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없도록 시너지를 모아나갈 것이다. 지난해부터 다른 출연연들과 진행하고 있는 달탐사 융합연구도 항우연이 리더십을 발휘해 추진하겠다."
- 달탐사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아닌가.
"사업 착수가 한 해 지연되면 진행도 당초 계획보다 한 해 늦어지기 마련인데 올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3월까지 NASA와의 달탐사 협력방향과 분야를 구체화할 것이다. 고수와 바둑을 두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 아리랑위성 등 다양한 위성이 운용되고 있는데 활용방안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상 레이더 위성인 '아리랑위성 5호'가 지난해 초기 운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영상 서비스 준비에 들어간다. 또 2월 예정된 아리랑 3A호도 성공적으로 발사돼 운용에 들어가면 항우연은 고해상도 광학, 영상레이더(SAR), 적외선(IR) 영상을 동시에 제공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관으로 자리 잡는다.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2·3호, 천리안위성 등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면 국가 위성정보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다중위성 관제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도 힘쓰겠다."
- 개발한 기술의 민간 이전 계획은.
"산업체에 대한 기술이전은 기술 개발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위성 개발은 앞으로 산업체 몫이 될 것이다. 항우연은 위성 개발을 하지 않고 산업체가 하도록 우리 기술을 적극 개방하고 이전할 것이다.
아리랑 7호부터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산업체 주도로 위성을 개발하고, 차세대 중형위성 1호는 항우연이 스타트 한 뒤 궁극적으로는 산업체가 맡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항우연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기술 진보가 필요해 산업체가 하기 힘든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우주기술 개발의 큰 방향이다."
- 위성영상 판매 및 '위성정보3.0' 실현 계획은.
"우리 위성이 보내오는 다양한 고품질 영상을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위성영상 판매를 대행하는 민간업체를 선정해 필요로 하는 국내외 기관에 영상을 판매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정부 국정과제인 정부3.0에 발맞춰 위성영상 정보를 활용한 위성정보3.0 실현에 주력하겠다. 우선 국민편익을 극대화하고 우주분야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각종 재해 발생 시 각국의 인공위성 영상을 공유하는 우주활용 국제협력 프로그램 '인터내셔널 차터'를 통해 재해재난 등 지구적 문제 해결을 적극 지원하겠다."
-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연계하는 작업이 활발한데 항우연의 기술사업화 전략은.
"거창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 우선 위성영상 처리기술을 사업화로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 다른 나라의 위성 발사 시 우리가 구축·운영하는 추적시설을 이용해 위성을 추적·관제하는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사업화 방안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위성을 만들어 수출할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의 강점인 ICT 기술을 토대로 위성정보를 수신하거나 영상을 처리하는 것은 지상국에서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러한 사업화를 기반으로 서로 필요한 기술을 주고받는 대등한 수준의 국제협력을 추진하겠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 조광래 원장은 …
○ 약력
-1978∼1982동국대 전자공학과
-1982∼1984동국대 마이크로파공학 석사
-1984∼1988동국대 마이크로파공학 박사
-1988.8∼1989.12천문우주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1990.1∼1992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1993∼1998항우연 체계그룹장
-2001.5∼2009.1항우연 우주발사체사업단장
-2011.9∼2011.9항우연 발사체연구본부장
-2011.9∼2013.6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
-2013.7∼2014.10 항우연 연구위원
-2014.10∼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수상이력
-1993과학기술부장관 표창
-1994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로상
-2000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창립유공자 공로패
-2000대통령 표창
-2003과학기술훈장 도약장
-2013과학기술훈장 창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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