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불황에 중국산 저가 공습 … 스마트십·고부가 강종 개발 총력
■2015 차이나 경계령… 한중FTA 명과 암
지난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지속되고, 세계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조선·철강 산업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우리나라 조선·철강 업체들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에 처하는 등 고사 위기로 내몰렸다. 2000년대 이후 부동의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국내 조선 업계는 수주잔량 부문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조선 업계의 맏형 현대중공업은 2분기 연속 1조원 이상 적자를 냈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작년 2분기 10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작년 세계에서 유례가 없던 대형 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한때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애초 예상했던 비용보다 더 많은 제조원가가 드는 등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값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철강업계 역시 장기화된 글로벌 철강 경기 불황 속에 저가로 무장한 중국산 제품의 물량 공세와 호주, 미국 및 동남아 시장 일부 신흥 국가들이 한국산 제품을 반덤핑이라는 수단으로 견제하는 등 해외 수출시장에서 격렬한 싸움을 치러야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철강이 극복하고 본연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가격이나 물량에 연연하지 말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조선 및 철강 산업이 중국에 맞서려면 고부가가치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자각한 조선업계는 선박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며 중국을 제압하고 있고, 철강업계는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과 수출 중심의 마케팅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선IT융합= 조선업계는 미래 성장동력 선점을 위해 IT에서 활로를 찾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도 IT융합 산업을 뜻하는 '스마트 컨버전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면서 업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조선 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조선·IT 융합시장의 규모는 2010년 208억달러에서 2015년 260억달러, 2020년 35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선박 내 IT 융합장비 비중도 현재 선가 대비 6%에서 향후 15%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들은 선박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IT융합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IT융합추진부'와 '조선·IT융합 혁신센터'를 운영, '스마트십 2.0'을 구현하고 있다. 스마트십 2.0은 현대중공업이 2011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십 1.0보다 한 단계 발전된 모델로, 선박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최적의 경제운항과 안전운항이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생산자동화 로봇을 도입해 전 세계 주요 조선소 중 가장 높은 공정자동화율(68%)을 기록하고 있다. 또 자재 가공·설계·시뮬레이션·물류 등 선박 건조 전 과정을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 바코드, 무선통신, 위성항법장치(GPS) 등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내 성능감시 및 조기경보 시스템, 선박 내 IP 기반 통합 메시징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박 설비와 운항을 원격 관제하는 글로벌 통합 원격 관제센터를 만드는 등 최첨단 조선산업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 철강업계는 올해 생존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그동안 중국의 저가·편법 수출로 인해 그 피해를 국내 철강업계가 고스란히 떠 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국내·외 기술서비스센터(Technical Service Center)를 구축, 솔루션 제공을 원하는 고객사의 요구에 즉시 대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고객 맞춤형 고부가가치 전략 강종 판매 및 미래 신강종 개발을 통해 제품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합병한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은 기존 조선, 중공업 중심에서 가전 분야까지 고객사를 확대해 통합 마케팅을 실시하기 위해 국내 영업망과 더불어 유니온스틸의 태국, 인도, 멕시코 등 스틸서비스센터(유통·가공 기지) 망에 대한 활용을 모색할 계획이다.
정유진기자 yj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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