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CD 패널 연 29% 고성장
관세인상 등 보호무역 정책 한몫
저가·고품질 백색가전 세계 장악
삼성 LG 등 혁신기술 강화 시급
관세인상 등 보호무역 정책 한몫
저가·고품질 백색가전 세계 장악
삼성 LG 등 혁신기술 강화 시급
■2015 차이나 경계령… 한중FTA 명과 암
지난해 2월 소니는 PC사업 철수, TV 사업 분사, 인력 감원이라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소니 TV 사업 부문은 10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소니는 TV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분사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한때 전 세계 TV 시장을 호령했던 소니에게는 굴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 한국의 가전 업계는 소니 TV 사업의 부침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일본 TV 산업이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LCD(액정표시장치) TV에 뒤늦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간 경기 침체로 대규모 투자를 머뭇거리던 사이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은 수조원을 들여 6세대, 7세대의 디스플레이 라인을 준공했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로 한국 기업들은 TV와 휴대폰 등 하드웨어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패권을 빼앗긴 일본 전자기업들은 아직도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비슷한 일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BOE는 최근 세계 최대 크기인 10.5세대(3320×2900㎜) 라인 투자를 시작했다. 한국 전자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사이 선수를 중국에 빼앗긴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전세계 LCD TV 패널 점유율 1위이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는 매서울 정도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2008~2013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는 5.6%에 그쳤으나 중국은 29.0%에 달하고 있다.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2013년 말 10.4%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LCD TV 패널 자급률을 2015년까지 80%로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자국 LCD 패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지방 정부는 BOE의 8세대 베이징 공장에는 50%, CSOT 8세대 선전 공장에는 30%, 티안마의 4.5세대 우한 공장에는 90%를 투자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LCD 패널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는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LCD TV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적극적인 보호무역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6세대 이하 LCD 유리기판 관세율을 4%에서 6%로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중 FTA에서도 디스플레이는 10년 이내 관세 폐지 품목에 포함됐다. 10년 후에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앞서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진행된 WTO(세계무역기구) ITA(정보기술협정) 협상도 중국 측이 관세 폐지 품목에서 디스플레이를 제외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결렬됐다.
중국은 2011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 TV 시장에서 1위부터 5위까지는 스카이워스, TCL, 하이센스, 창홍, 콩카 등 토종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는 중국에서는 5위권 밖으로 밀려 있다. 중국의 TV 업체들은 자국 내수 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세계 시장에서도 점차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TV 제조사들은 저렴한 가격과 높아진 품질을 무기로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백색 가전 시장에서는 이미 차이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하이얼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2008년 이후 전 세계 백색 가전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2013년 세계 대형 가전 시장에서 하이얼은 9.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품목별로 세탁기는 19%, 냉장고 16%, 와인냉장고 15% 등이다. 하이얼은 철저한 품질 관리로 중국 제품에 대한 고정 관념을 없앴으며 해외공장을 잇따라 M&A(인수합병)하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2011년에는 일본 산요의 세탁기 및 가전 냉장고 사업과 동남아 4개국의 백색가전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이얼뿐 아니라 메이디, 거리 등 중국 3대 백색가전 업체들 모두 고속성장하고 있다.
'2015년 글로벌 가전 시장 1위'를 목표로 내세운 삼성전자, LG전자에 이 같은 중국 가전 기업들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중국 가전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가전 기업의 기술 수준이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 한국을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프리미엄 가전으로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희종기자 mindl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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