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시장 품었지만 안방 내줄 위기… 중국, 자본력-인재-정부지원 업고 파죽지세
■2015 차이나 경계령… 한중FTA 명과 암
2014년 우리는 중국과 관련한 2개의 큰 뉴스를 접했다. 하나는 중국의 구매력 기준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중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중국은 더이상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생산기지'가 아니다. 중국은 막대한 소비력을 갖춘 세계 최대 내수 시장으로 성장했다.
아직도 중국을 한국의 제품을 모방하는 '짝퉁 천국'으로만 평가하면 더더욱 곤란하다.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정부의 무한한 지원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는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장할 것이냐 정체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10일 중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는 우리 경제에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FTA 타결 직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7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혜택이 예상된다'는 응답이 51.7%로 '타격이 예상된다(7.4%)를 크게 웃돌았으나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40.9%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응답은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가격 경쟁력 이외에 기술력 또한 한국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실제로 한국은 그동안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던 분야마저도 중국에 위협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을 8개 산업으로 재구성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중심으로 중국과 비교·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자동차·조선 해양·석유화학·정유·철강 등 6대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스마트폰의 경우 2012년 2분기 한국의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34.8%로 중국(14.6%)을 크게 웃돌았으나 2014년 2분기에는 30.1%와 31.3%로 한국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국의 시장 점유율(생산량 기준)은 2003년 4.7%에서 지난해 12.5%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5.4%에서 9.8%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철강과 정유 산업도 중국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8.5%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베이징시는 반도체 회로 사업 육성을 위해 300억위안(약 5조3000억원)의 투자기금을 마련했으며 텐진 역시 매년 2억위안(약 353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반도체 설계(팹리스)의 경우 지난해 57억6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8.1%가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양국의 최근 5년 간(2008~2013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6%에 그쳤으나, 중국은 2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의 FTA 체결로 13억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혁신의 속도를 고삐를 늦춘다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국에 추격 당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브랜드 파워가 비슷해지기 전까지 중국 현지 기업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내 (한국기업의) 생존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중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품질, 디자인 등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희종·박정일기자 mindl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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