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마비 넘어 국민 안전 위협…대형참사·대정전 조작가능 현실로
국가기반시설의 '두뇌' 제어시스템…취약점 분석 · 방어체계 마련 중요
국가기반시설의 '두뇌' 제어시스템…취약점 분석 · 방어체계 마련 중요
미사일이나 포탄이 아닌, 사이버 공격으로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위협을 가하는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간 정부 시스템이나 언론사, 금융사 등을 겨냥한 사이버테러는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끼쳤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원자력발전소 내부문건 유출을 비롯해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위협이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기반시설 붕괴로 인한 국가 경제의 심각한 위협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우려하던 사이버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국가가 안보차원에서 기반시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책임 있는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한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는 사이버 대형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고, 공격 배후까지 지목했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액션'을 취한 적은 없다"면서 "사이버전쟁은 이미 시작된 셈인데 이를 억제할 마땅한 묘책은 찾지 못하고 사건이 터지면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수천명을 태운 지하철이 정면 충돌을 일으키거나 원자력발전소가 동시다발적으로 고장을 일으켜 국가적 대정전이 일어나는 일은 해커가 기반시설 제어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장악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임 교수는 "지하철 운행시스템을 해킹해 선로 방향을 바꾼다면 지하철 정면 충돌과 같은 대형 사고도 해커가 조작할 수 있다"면서 "올해 세월호 참사나 판교 붕괴사고 등 대형 사고로 많은 국민이 생명을 잃었는데 그같은 참사가 해커의 손끝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국가기반시설이 해커의 손에 넘어가면 이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혼란과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사전 대응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하철이나 전력, 수도, 소방 등 '사회 기반시설'을 겨냥한 사이버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모의 훈련과 사전 예방의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정부도 올해 이행한 을지훈련 기간동안 '사이버테러 대응 훈련'을 통해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과 이에 대한 대응, 홈페이지 위변조 등 웹 환경의 침해 대응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에 밀접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보안훈련까지 함께 병행했다.
아울러 국가기반시설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제어시스템'에 대한 취약점 분석과 방어체계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주요 기반시설의 제어시스템 보안 취약점 검증 및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해당 연구가 조속히 제도화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진흥원 측은 "발전소나 지하철, 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이 예전에는 관리자에 의한 수동 제어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자동 제어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이에 대한 해킹 등 사이버공격 위험이 높아졌다"면서 "따라서 이같은 기반시설의 제어시스템에 대한 취약점 분석 및 해킹 대응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취약점 분석보고서 및 보안가이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사이버 위협은 물리적 방호시설이나 정보보안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수행된다. 어느 한 곳만 뚫려도 순식간에 내부 시스템이 장악될 수 있다"면서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위협은 즉각 국민의 안녕에 위협을 미치므로 물샐 틈 없는 보호, 보안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과거 전쟁이 발발할 때 적군이 가장 먼저 공격하는 곳은 군사시설 뿐만 아니라 발전소와 생산공장 등 산업기반시설이었다. 지금 이같은 공격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주요기반시설은 인터넷과 별개의 내부망으로 동작하고 있으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 위협 환경을 고려하면 이는 절대적으로 틀린 주장"이라면서 "내부망도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접점이 존재하며 다양한 대한 침투 경로를 통해 내부망에 접근 가능한 공격이 기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사회기반시설 사이버테러 대응체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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