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달간 1320대 판매 ‘선방’… 대형차 라인업 동반상승엔 한계 노출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현대차 아슬란을 두고 한 말이다.
오랜만에 국내 대형차 시장에 출시된 신차 효과로 인해 국산·수입 대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분위기다.
아슬란은 출시 전부터 업계의 많은 관심을 끈 모델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했다가 실패했던 다이너스티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수입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왔다.
이달부터 아슬란의 공식 판매 집계가 발표되면서, 아슬란이 가져온 대형차 시장 변화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아슬란은 출시 첫달인 11월 한달 동안 1320대가 판매됐다.
출고되지 않은 예약물량 2500여대를 더하면 첫 성적은 4000여대 수준인 셈이다.
이대로라면 출시 당시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내세웠던 올해 6000대 목표에 무난히 도달할 전망이다.
아슬란의 탄생으로 같은 식구 대형차인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성적도 요동쳤다.
제네시스는 아슬란 출시 전 3631대에서 지난달 2527대로 30.4% 감소했고, 에쿠스는 556대에서 474대로 14.7% 감소했다.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판매 감소량은 아슬란의 판매대수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랜저만이 7169대에서 7449대로 3.9% 상승하며 전체 감소 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신 수요층을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현대차의 전략과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로 여겨진다.
같은 기간 국산 경쟁업체 대형차인 한국GM 알페온은 421대에서 349대로, 르노삼성차 SM7은 591대에서 540대로 각각 17.1%, 8.6% 떨어졌다.
아슬란의 출시가 국산 대형차의 전체적인 부흥을 이끈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아슬란은 매년 늘고 있는 수입차에 맞서 '안방 시장 사수'라는 특명을 안고 출시됐다.
아슬란이 경쟁 모델로 지목한 수입차는 동급 차종으로 렉서스 ES350·아우디 A635·벤츠 E300 등이 있으며, 가격대를 고려하면 폭스바겐 파사트·아우디 A4·BMW 320d 등이 꼽힌다.
10월 대비 렉서스 ES350(44대→46대), 아우디 A6 35(348대→504대), 벤츠 E300(166대→177대), 파사트 2.0(451대→674대), BMW 320d(238대→304대), 아우디 A4 30(166대→230대) 등 아슬란의 경쟁 수입차 모두 소폭 상승세를 그렸다.
이 같은 아슬란 출시 전후 국산·수입 대형차의 판매량 변화는 최근 한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실시한 아슬란 일반고객 대상 품평회 결과와도 대동소이한 흐름이다.
당시 품평회에서는 아슬란을 두고 기존 국내 준대형급 세단보다는 좋지만, 동급 차종의 수입차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43.2%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슬란 출시는 소비자 입장에서 국산 대형차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에서만큼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라는 애매한 시장을 목표로 탄생한 아슬란이 현대차 자체 대형차 라인업의 동반상승도, 수입차의 대항마의 역할도 해내지 못한 측면에서 업체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9의 경우에도 출시 초기에는 제네시스와 많이 비교되며 외면받았지만, 고객의 요구에 따라 디자인을 변경하고 엔진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며 "아슬란 역시 첫 성적만으로 섣불리 성패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출시된 대형차는 지난해보다 9.7% 늘어난 11만7000대의 판매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흐름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SUV 경쟁에서 갈렸다면, 내년에는 국산차와 수입차간 대형차를 두고 치열한 판매 전쟁이 예고된다.
올 한해 안방 시장을 내주었던 국산 대형차가 내년에는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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