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칼럼] LED와 전기차에 거는 기대](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2402102251661001[1].jpg "[이근형 칼럼] LED와 전기차에 거는 기대")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따른다. 조선 중기 공납 제도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쌀로 대납하도록 한 대동법은 광해군이 경기도 지역에 시범 도입한 지 100년이 지나서야 전국에서 실시할 수 있었다. 공납 제도의 먹이사슬 속에서 특혜를 누리던 관리와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앙시앙레짐(구체제)을 몰락시킨 프랑스대혁명이 완결되기까지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혁명과 반혁명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큰 희생이 치른 후에야 오늘날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우리는 에너지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혁명의 일등공신인 화석연료 시대가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 셰일가스라는 구체제가 잠시 발목을 잡고 있지만 속도만 늦출 뿐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이런 변화가 화석연료 시대의 기득권자들은 달가울 리 없다. 현 시스템 아래서 충분히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화는 이들에게 손해다.
대한민국도 화석연료 시대에서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 발길을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속도가 더디다. 전 세계가 친환경 시대의 주도권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우리가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LED 조명과 태양광(신재생에너지), 전기차는 친환경 에너지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마저 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모습은 그래 보이지 않는다.
형광등을 대체하며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LED 조명은 매년 개화기가 머잖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 장벽에 막혀 보급률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산업 형성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오히려 관련 지원 예산을 축소하는 등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다르지 않다. 정부는 2012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 직접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발전사들에 책임을 떠넘기는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라는 돌려막기 제도로 바꿔 버렸다.
이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서 꿈을 꿨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사업 존속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도 세계 시장 경쟁에서 뒤지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는 물론 중국까지 친환경차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부는 관련 예산을 축소하고 보급 확산에 뚜렷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뭔가 남는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 세수의 3분의 1을 넘게 차지하는 석유산업에서 나오는 막대한 세수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LED, 태양광, 전기차는 기존 시장 질서를 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먹이사슬을 바꿔야 하고, 저항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 경쟁국이 꺼리는 탄소가스배출권거래제는 앞서 도입한 정부가 에너지 혁명의 시대를 선도할 전기차 등에 소홀한 진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가야 할 길이라면 우리가 먼저 가야 한다. LED, 태양광, 전기차 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고민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근형 산업부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