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텍쳐·플랫폼·앱인프라 우리 경쟁력"
기업용 협업 앱 무료개방 등 시장 공략
기업용 협업 앱 무료개방 등 시장 공략
"시스코의 다음 먹거리는 소프트웨어(SW)가 될 것입니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이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로 SW 시장을 지목했다. 이제까지 회사는 네트워크 장비와 서버, 영상회의 시스템 등 하드웨어가 주력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드에 이어 협업 분야에서 SW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세계 네트워크 장비와 서버 등 하드웨어 시장 1위를 다투는 시스코가 'SW 중심'을 선언한 것은 몸통 대신 머리를 장악하는 기업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유선 네트워크 장비 1위 기업 시스코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시스코 콜라보레이션 서밋(협업전략 발표회)' 행사를 열고 이같은 전략 변화를 알렸다.
행사는 네트워크, 서버와 함께 시스코의 3대 핵심사업인 영상회의와 기업 업무용 회의 장비, SW 등 협업 솔루션 분야의 전략과 제품을 다른 ICT 기업과 공유하는 자리다.
챔버스 회장은 "지난 2006년 영상회의 사업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65%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제 새로운 협업 SW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날 기업용 협업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퀘어드'를 공개하고, 기업 시장에 무료 개방한다고 알렸다. 이 솔루션은 트위터와 유사하다. 가상의 업무 방을 개설하고, 구성원들이 단체 채팅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문서와 영상, 이미지, 음성 등 각종 자료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시스코의 영상회의용 협업 솔루션인 '웹엑스'(Webex)와 연동해 영상, 음성회의까지 가능하다. 특히 클라우드 SW 기업인 '박스'와 제휴해 회의 공간의 모든 자료는 박스 앱에 자동 저장할 수도 있다.
챔버스 회장은 "서비스 아키텍처(설계)와 플랫폼, 앱 인프라라는 3개 요소를 엮는 것이 우리가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이제 협업 분야에서 영상회의와 웹, 음성 등을 조합해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스코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스코는 SW 중심으로 전환을 위해 이미 3년 전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조너던 로젠버그 협업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카이프에서 지난 2012년 시스코로 이적했다.
시스코는 또 지난 2011년부터 버슬리(Versly)를 비롯한 4~5명 규모의 스타트업 SW기업과 보안업체까지 본격적으로 사들여 협업 솔루션 부문 인력으로 흡수했다.
로젠버그 CTO는 "앞으로 시스코에서는 네트워크 인프라, 클라우드, SW가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협업 솔루션뿐 아니라 기존 네트워크와 서버, 클라우드 등 전통 분야에서도 SW 적용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하드웨어 대표기업인 시스코가 SW 기업을 선언했다는 것은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도 결국 SW가 지배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시스코는 원래 임베디드SW의 강자였지만, 이제 앱과 서비스 영역까지 본격적 확대를 선언한 것으로 본다"며 "머리를 장악하는 기업이 세계 ICT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국내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과 정부도 뼛속까지 SW 중심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엔젤레스(미국)=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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