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불법복제율 38%… 미·일의 2배
개발·유지보수 '정당한 대가' 선순환 필요
개발·유지보수 '정당한 대가' 선순환 필요
■ 제2회 SW산업보호대상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불법복제율이 지금 보다 절반 수준인 20% 대로 낮아져야 한다."
1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회SW산업보호대상에서 오해석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전제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인 SW 생태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SW를 제값 주고 사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SW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추기에 어렵다는 얘기다.
소프트웨어연합(B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SW불법복제율은 처음으로 30%에 진입했다. 우리나라 SW불법복제율은 2000년 56%로 높았지만, 2005년 46%, 2010년 40%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조사에서 38%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의 SW불법복제율을 기록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SW강국인 미국과 일본은 수년 전부터 19%의 낮은 SW불법복제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SW는 하드웨어와 동일한 가치로 인정 받으며, SW불법복제에 대한 범죄인식도 강하다. SW업체들이 개발에 들인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더 좋은 SW가 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SW 혁신과 성장, 가치창출의 중심이 되고, 개인·기업·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SW중심사회' 실현전략을 발표했지만, SW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SW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큰 변화가 없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SW업계 관계자는 "SW를 개발하고, 사용하고, 유지보수 하는데 있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국내 SW업계의 악순환"이라며 "SW업체들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게만 하면, 국내 SW업체들이 알아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SW업체들은 SW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W개발과 유지보수에 맞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분당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대 최우혁 경사는 "일부 SW사용자들은 웹하드에서 포인트를 구입해 내려받는 불법SW를 정품SW로 생각하기도 한다"며 "SW는 공짜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제대로 된 SW 사용과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SW로 중심으로 이동하는 경제 중심에 맞춰, 국내도 SW 제작, 사용과 관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성숙시장에서는 불법SW에 대한 처벌과 제한에 대한 내용이 법률 뿐 아니라 기업 자체 규정에도 포함돼 있는 것처럼, 국내도 정품SW 사용에 대한 규정이 더 자세하게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SW업계 관계자는 "신흥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이 SW불법복제율이 높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SW불법 복제율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이 형성돼 있으면 자연스럽에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SW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근기자 bass00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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