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3.0] 사우디에서 띄우는 편지](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0702102251607001[1].jpg "[메디컬 3.0] 사우디에서 띄우는 편지")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사우디 국가방위부 소속 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의 파트너로 선정되고 첫 프로젝트 구축을 위해 이곳 리야드로 온 지도 넉 달이 지나가고 있다. 낯설었던 황토색 건물들과 50도를 넘나드는 더위도 이제는 익숙해지고 어느새 열사의 땅에도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일년 반 전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해 보겠다고 첫 발을 내디딜 때의 긴장감이나 생경함이 먼 일 같이 느껴진다. 다만, 상당 기간 한국의 병원을 비우게 되면서 소아신경학 의사로서 돌보던 환자를 보지 못하는 미안함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고, 더불어 환자 진료를 포함해 필자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 선후배 동료 의사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소아신경학자로서의 개인적 욕심에 대한 고민 때문에 마음이 온전히 평안하지는 않다. 그러나 병원 차원에서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헬스케어 IT 소프트웨어 수출의 첫 성과라는 대의를 바라보며 매일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곤 한다.
지난 일년간 해외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해외 출장과 제안발표들이 있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컨소시엄은 많은 경제적, 인적 비용을 치러야했다. 글로벌 벤더와 차별화된 발표를 위해 30여명의 개발자를 현지에 데려가 실제 솔루션을 시연하기도 했으며 병원 직원 10여명을 대동하여 병원 인력이 사업에 직접 투입된다며 다른 업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시연이 여러 차례 이루어지고 난 후 지금의 고객은 자발적으로 본 컨소시엄에 찾아와서 사업 제안 발표를 부탁했다. 한국병원으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들의 사업파트너 선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 성공적인 오픈 때까지 한국 병원의 인력이 현지에 머물면서 직접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객들도 이제는 우리의 제안발표가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나온 진심이었음을, 우리가 약속했던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지키며 밤낮으로 일하는 것을 지켜보며 완전히 이해하고 고객과 벤더의 관계보다는 파트너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이해하며 지원해주고 있다.
이곳에 오기 이미 일년 전부터 해외사업을 준비했지만 낯선 나라, 다른 문화에서의 첫 해외사업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든 개발자들의 헌신과 한국에서 노심초사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병원 및 참여기업의 경영진의 배려, 그리고 좋은 고객의 성심 어린 도움으로 잘 해결해냈고, 지난 10월 중순 개발을 마친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하고 이제 자랑스러운 베스트케어 2.0의 중동버전이 처음으로 올라갈 새 병원의 오픈을 기다리며 현지 의사, 간호사의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요즘이다.
본 컨소시엄이 수주는 많은 언론을 통해 밝혔듯이 보건복지부와 미래부, 산업부 등 정부 기관의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 때로는 어떤 부처의 도움이 가장 컸는지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각각의 정부 부처의 지원 사항들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것이 컨소시엄의 생각이다. 다만 필자의 부족한 소견으로는 정부는 좋은 판을 만들어주고, 기업과 병원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경쟁력 있는 산출물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어 사업을 과오없이 수행하는 것이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지 않나 생각한다.
헬스케어 사업은 전세계적으로 미래의 중요한 전략 사업 중에 하나로 인식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는 그 치열한 경쟁의 시장에서 여러 정부기관의 지원과 기업 및 병원의 노력, 그리고 약간의 운으로 작은 첫 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디딘 아이를 훌륭한 어른으로 키워내는 것이 모든 부모의 소망이자 의무이듯 이 작은 성공이 누구의 공이 우선인지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 할 뿐이다. 그것 보단 뒤따라 올 수많은 해외사업의 기회를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지켜낼 수 있도록 하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황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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