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해외보다 10~46%P 높아
다중채무자 증가로 부실위험 갈수록 확대
중층적인 정책지원으로 섬세한 대응법 찾아야
다중채무자 증가로 부실위험 갈수록 확대
중층적인 정책지원으로 섬세한 대응법 찾아야
![[시론] 가계부채 대증요법으로 해결 안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410/2014103002102351607001[1].jpg "[시론] 가계부채 대증요법으로 해결 안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가계부채 상황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전문가인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2013년 말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비율이 세계 수준보다 10∼46% 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고,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역시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금의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에 달했음을 지적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OECD 주요국에 비해 절대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여 왔고 또 급격하게 증가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항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계부채 수준이 매년마다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219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명목 GDP의 85%를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가계의 채무의존형 체질은 시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기는커녕 점차 그리고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이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연평균 10%에 달할 정도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실질적인 가계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공식 통계를 훨씬 상회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가계부채의 구조적 특징에 대한 다음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우리 가계부채는 주로 비은행권 가계대출 및 다중채무자의 증가로 그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고금리 비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또 이로 인해 다중채무자의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비은행권에서 발생한 부실이 은행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둘째, 우리사회 취약계층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짐으로 인해 가계대출의 부실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의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약 60%가 1년 및 3년 위주의 단기대출로 이루어져 있어 그 위험은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또 원금상환으로 인해 우리나라 가계의 채무부담이 일시에 증가할 경우 이는 대출 부실화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셋째, 연소득 2천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의 장기간 경기침체 및 가계수지 악화로 인한 생계형 차입수요에 대한 대출이 증가되면서 이의 부실화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 사실 이들의 채무상환능력은 낮은 반면, 차입금리 수준은 고소득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연체가 발생될 리스크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 2000년대 후반 이후 우리나라 금융권 전반으로 여신 건전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가계부채 규모의 증대와 함께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하고 있으며, 또 금융권 가계대출 부실채권의 선행지표로 간주할 수 있는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금리인상과 같은 정치적 색채가 강한 통화정책 차원에서의 대증요법이 아니라 보다 공적인 즉 보다 비시장적인 제도 보완이 불가결하다. 즉 시장원리에 따른 일반금융만으로는 서민들의 가계부채 문제 또는 금융소외 상황의 해소가 곤란해져 정부는 공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저리의 자금을 특별 공급하고, 소액대출 및 신용보증 등과 같은 사전적인 정책 지원과 채무조정 등과 같은 사후적 정책 지원을 중층적으로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채무상환 능력이 낮은 계층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와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한 대출수요 증가에 대한 보다 제도화된 형태의 정책적 대응이 불가결하다. 둘째, 가계부채의 문제는 금융정책이나 서민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서민들의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일자리 창출 및 창업지원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 차원의 각종 고용촉진 지원제도는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 자활의지가 있는 건전한 서민에게 저리의 창업 및 운영 자금을 확대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계부채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지속적으로 증대할 수 있도록 그 방안이 근본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서민들의 실질임금 안정화를 위한 각종 노동시장 정책은 물론이거와 공적 차원에서 기획되고 있던 기존의 서민금융지원제도에 관한 기준 완화를 통해 서민들의 금융비용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즉 채무조정 및 전환대출 등 공적인 금융 정책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제도적 장벽을 낮춤으로써 다수 서민의 신속한 신용회복과 이들의 고질적인 고금리 부채상황 해소를 비시장적 즉 서민금융적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증요법이 통화정책 또는 부동산대출 규제에 머물고 있었다면 그 근본적 처방은 위의 세 가지와 같은 보다 섬세하고 다각적인, 그리고 보다 중층적인 정책 조합을 통한 대응에 있음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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