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 소형·ESS 기반 영역확대 가속화
가격경쟁력 우위 … 르노-닛산도 한국산 조달 검토
완성차 수직계열화 집중 일본, 한국에 주도권 내줘
가격경쟁력 우위 … 르노-닛산도 한국산 조달 검토
완성차 수직계열화 집중 일본, 한국에 주도권 내줘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규모의 경제'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소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최근 연이은 수주 실적을 거두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선두 굳히기에 나서지만, 완성차 및 전자와의 수직계열화에만 집중했던 일본 업체들은 차츰 도태되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LG화학 등 외부 업체에 조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미 르노그룹이 만드는 전기차인 트위지, 플루언스, 캉구, 조에 중 캉구를 제외한 모든 라인업에는 LG화학의 리튬이온 2차전지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세계 누적판매 10만대를 돌파한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 닛산 리프 등에도 LG화학 등 외부 배터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이 일본 NEC와 합작해 배터리 제조 전문 업체인 AESC를 설립했음에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외부 배터리 조달 확대를 검토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신에 따르면 AESC는 미국·영국·일본 공장의 생산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CEO 역시 최근 공개석상에서 "공급업체는 두(AESC 및 외부 업체) 업체 모두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아직 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LG화학, AESC, 파나소닉, 삼성SDI의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LG화학과 삼성SDI의 경우 BMW와 아우디 등 완성차와의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킨 데 반해 일본 업체들은 부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ESC의 배터리 가격이 LG화학 등 경쟁사 대비 15%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며 "배터리 가격부담을 낮춰야 하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품질 보증이 되는 한국 배터리에 눈이 돌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주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이와 관련, AESC의 경우 배터리 가격 생산비용이 ㎾당 300달러 수준인데 이는 르노-닛산의 배터리 가격 목표인 200달러/㎾h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기술 경쟁력에 안주하던 일본이 방심하던 사이 규모를 키운 한국에 주도권을 뺏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터리 시장을 주도했던 소니의 경우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파나소닉은 소형 전지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삼성에 리튬이온배터리를 납품하는 히타치맥셀의 경우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삼성SDI와 LG화학의 경우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소형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전력저장장치(ESS)는 물론 전동공구 등 비 IT용 배터리까지 시장 영역을 확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중·대형의 경우 아직 수익을 내긴 어렵지만, 소형에서 받쳐주는 만큼 초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중·대형 배터리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 역시 소형 기반이 없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맹추격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용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단일 기업으로 중국 기업들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인수합병 등으로 규모를 키울 경우 국내 업체들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의 경우 아직 기술 수준에서 차이가 있지만, 소형에서는 이미 애플이 중국 ATL의 배터리를 쓰는 등 이미 상당수준 따라잡았다"며 "소재 기술력 등은 이미 중국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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