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무역수지 1047억달러 전망… "글로벌 4강 위해 원천기술 키워야"
민·관 육성정책 성과 가시화
민·관 육성정책 성과 가시화
정부와 업계의 소재·부품산업 육성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환율 문제와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일본의 공세와 중국의 추격 등 시장 악재로 인해 부품·소재 강국으로 가는 길은 아직 험난하다. 업계에서는 부족한 자원과 작은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천기술 확보만이 살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소재부품 무역흑자를 약 1047억달러로 추정, 소재부품 연간 무역 흑자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같은 성과는 소재부품 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무역흑자로 전환한 1997년 이후 17년 만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소재는 물론 자동차 부품, 신소재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선전이 뒷받침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제3차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2013∼2016년)을 세우고 오는 2020년까지 세계 4대 소재 부품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세운 바 있다. 이를 통해 10대 소재부품 핵심 분야에 2016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2조원을 투자하는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WPM) 사업을 추진하고, 소재부품 분야 중소·중견 전문기업 수를 작년 2770개에서 2020년까지 600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일단 지금까지 성과는 긍정적이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종목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두며 메모리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가 2009년 5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6억달러로 수출액이 5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자동차 부품업계도 수출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신소재 부문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IT뿐 아니라 자동차 경량화 소재 사업도 강화해 유럽시장에서 4억달러까지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SK케미칼은 자동차 경량화에 적용되는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 PPS(폴리페닐렌설파이드) 양산 가동도 하기 전에 벌써 글로벌 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효성은 탄소섬유와 신소재 '폴리케톤'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품·소재업체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부품·소재 자급률이 2002년 44.8%에서 지난해 68.8%까지 증가하는 등 범용 석유화학 소재 부문에서 후발 주자들의 성장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여기에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일본이 엔저를 앞세워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부품·소재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점도 국내 업계에는 부담이다.
이는 이미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국내 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의 경우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8%, 69% 급감했다. 이는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 강화 등이 주 요인이라고 LG화학 측은 설명했다. 이는 엔저와 중국 시장의 성장, 내수 산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부품소재 업계 전반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소재부품 4강 도약을 위해서는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 시장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편 산업부는 올해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 달성을 앞두고 '2014 소재부품 산업주간' 행사를 이날 개최했다. 전시장에는 자동차 부품 무게를 60% 이상 줄일 수 있는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와 체온조절이 가능한 아웃도어 용 섬유소재 등 혁신 제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이관섭 산업부 1차관은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 달성은 완제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소재부품 기업인과 연구진들이 만든 눈부신 성과"라며 "앞서가는 선진국과 빠르게 쫓아오는 신흥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은 제조업 혁신 3.0이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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