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중 가솔린차 비율 30% 회복… 말리부 등 국산 디젤차 판매는 ‘껑충’
'수입차=디젤(경유), 국산차=가솔린(휘발유)'이라는 공식이 만연했던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올해 잇따라 출시된 국산 디젤차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시장에선 가솔린차의 비율이 올 들어 처음으로 30%대를 회복했다.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9월 신규 등록 수입 승용차 1만7027대 중 디젤 모델은 1만1174대로 65.6%, 가솔린이 5105대로 30%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가솔린차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는 2012년 3월 사상 처음 5249대로 가솔린(4974대)을 역전한 이래 2010년 25.4%에서 2011년 35.2%, 2012년 51.0%, 지난해 62.1%, 올해 1∼8월 68.4%로 가솔린차에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모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3~4년 전 수입 디젤차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차량을 바꾸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다시 가솔린차로 돌아서려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소음 및 진동에 피로감을 느낀 고객들이 연비가 상당 부분 개선된 가솔린 혹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문의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가 렉서스 ES300h다. 이 차는 수입차 판매량 상위 10개 차량 중 유일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로, 1~8월 누적 판매대수 1위를 기록하며 최근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함께 BMW 528 X드라이브(341대)와 벤츠 E300 4매틱(317대), 폭스바겐 파사트 1.8 TSI(300대) 등이 9월 수입 가솔린차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수입차 시장에서의 반짝 지각변동과 별개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의 디젤 강세는 여전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1~6월) 디젤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24만9407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3935대에 비해 28.6%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처음으로 50만대를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초기 디젤차 상승세를 이끈 건 독일차 업계였으나, 최근에는 국산 디젤차의 인기가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쉐보레 말리부 디젤은 출시 이후 9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4225대를 기록, 같은 기간 전체 말리부 전체 판매의 35.7%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차 SM5 D 역시 같은 기간 2440대가 팔리며, SM5 전체의 33.1%를 담당했다. 현대차 그랜저 디젤은 그랜저 전체 판매의 19%(4183대)를 기록해 업체 측 애초 예상 목표치인 10%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이들 3개 국산 디젤차는 9월에만 말리부 디젤 1237대, 그랜저 디젤 1208대, SM5 D 1180대의 판매량을 각각 기록하며 신차 출시 효과로 인한 반짝인기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디젤차의 성능이 대폭 개선되는 동시에 수입차 업계는 가솔린 모델 판촉에도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고객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디젤과 가솔린, 수입차와 국산차 모델을 골고루 경험해보는 고객들이 늘어날수록 기존 시장의 공식화된 흐름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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