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본사부지 입찰 삼성·현대차 '2파전'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자존심 맞대결' 양상
마지막 노른자땅 '최고 랜드마크' 개발할 듯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자존심 맞대결' 양상
마지막 노른자땅 '최고 랜드마크' 개발할 듯
17일 마감한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에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참여함에 따라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을 놓고 재계 1, 2위가 맞붙게 됐다. 특히 이번 한전부지 인수전에는 두 그룹의 승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경쟁이 불붙은 만큼 이번 입찰 낙찰가가 최고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 이재용 Vs 현대차 정의선 승자는?=한전부지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인 현대차와 달리 삼성그룹은 17일 마감 직전까지도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함구했다. 17일 마감 직후에도 "입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결국은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이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새로운 통합 사옥이 절실한 현대차와 달리 이미 강남구 서초동에 대규모 삼성타운을 마련한 삼성그룹은 신규 부지에 대한 필요성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에 이어 그룹을 승계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이재용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터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스마트폰 부진으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신규 부지 매입과 함께 그룹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이 한전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삼성은 2009년 한전부지를 비롯해 옛 한국감정원, 서울의료원 일대를 묶는 초대형복합문화 상업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만들어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삼성은 이곳은 대형 미술관, 외국 유명 학교의 캠퍼스를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에 통합사옥 및 자동차 테마파크, 호텔, 컨벤션센터 등이 혼합된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이미 내놓은 바 있다. 인근 최고 높이의 빌딩을 세워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경쟁사인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를 매개로 한 테마파크로 브랜드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관광수익도 적잖게 거두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공공적인 측면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들이 진행 중인 각종 행사만 이 곳으로 옮겨도 총 1조3000억원 이상의 관광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낙찰가 5조원대 전망…정보전이 승패 가를 듯=재계 1, 2위가 맞붙은 만큼 낙찰가는 감정가격인 3조3346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낙찰가는 그동안 예상치였던 4조원대를 뛰어넘어 5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자금 동원력으로는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올 상반기 말 기준 31조4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자존심 싸움이 걸린 만큼 현대차가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에서는 조카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밀리지는 않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결단이 있을 경우 기선제압을 위해 과감한 딜을 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는 약 17조60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데다 환율 등 악재까지 겹쳐 있어 자금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현대차그룹이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과 컨소시엄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도 자금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막판까지 두 그룹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승자의 저주' 논란이 있을 만큼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양측의 정보력이 이번 입찰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두 그룹이 써낸 입찰가의 차이가 1000억~2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희종·박정일기자 mindle·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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