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사회적 신뢰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 필요
새로운 교육의 틀 위해 범사회적 합의 마련을
국가교육위 신설 등 다양한 방안 검토해야
새로운 교육의 틀 위해 범사회적 합의 마련을
국가교육위 신설 등 다양한 방안 검토해야
![[시론] 새로운 `교육의 틀`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409/2014091702102351607001[1].jpg "[시론] 새로운 `교육의 틀` 만들자")
교육은 국가 차원에서 미래의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교육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사회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교육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11년의 공교육비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6%로 OECD 평균인 6.1%를 훌쩍 넘어설 정도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실은 암울하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버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는 가정에서는 가족 해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 자식을 남의 나라 공교육에 맡기고 있다. 교육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내놓는 교육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 가지만 잘 하면 된다는 달콤한 궤변에 속아 알맹이 없는 스펙 쌓기에 매달렸던 학생들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최고급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사회 현실에 넋을 잃어버리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절박하다. 공교육의 현실이 자칫 우리 사회의 미래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을 정도로 깊이 병들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교육부가 소수의 교육학자들을 앞세워서 현재의 교육 정책을 짜깁기 식으로 손을 댄다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 공교육에 대한 대규모 수술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다행히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5·31 교육개혁을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의 기본 가치는 유지해야겠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우리 사회의 변화가 반영된 새로운 교육의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중등과 대학의 교육이 모두 심각한 위기에 빠진 현실을 고려하면 늦었지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황 장관의 발언이 현재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대학의 구조조정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새로운 교육의 틀을 짜는 일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공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교육부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교육 분야의 알량한 전문성을 앞세우면서 교육 관련 정책을 독점하고 사유화시켜버린 몰지각한 관변 교육학자들에게만 맡겨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멀쩡하던 공교육을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추락시켜버린 책임이 바로 무책임한 교육부와 자신의 전문성을 핑계로 권력과 밥그릇을 챙기려는 일부 관변 교육학자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에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정 개정의 경우에서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교육의 틀을 찾는 일은 범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고, 그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교육학의 영역이 아니다.
새로운 교육의 틀을 짜기 위한 노력은 범정부적·범사회적 수준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1995년에 5·31 교육개혁안을 만들었던 교육개혁위원회는 대통령의 자문기구이면서 실질적인 정책 결정 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국가의 미래를 조망(眺望)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중진급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기왕이면 민주화·다원화·선진화된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교육의 틀을 결정하는 기능을 가진 국가교육위원회를 상설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필요하다. 교육부가 초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리를 넘어서 교육과 입학시험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시시콜콜 간섭할 수 있는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교육부가 교육의 모든 영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는 시대적 요구인 교육의 다양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초중등 교육을 지자체에게 넘기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교육부를 몰지각한 '교육 마피아'의 손아귀에서 구해내서 진정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부처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교수·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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