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와 치료시스템·유전체 분석 플랫폼 구축
환자별 최적치료법 제시… 비용 절감·부작용 최소화
독보적 기술력… 수술 경험 2만건 육박 '글로벌 톱'
환자별 최적치료법 제시… 비용 절감·부작용 최소화
독보적 기술력… 수술 경험 2만건 육박 '글로벌 톱'
■ `바이오 메가융합` 미래 연다
(11) 의료혁신 현장을 가다-②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지난 11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 지난해 대장암 절제술을 받고 1년 만에 암이 재발한 김모씨가 두 명의 종양내과 교수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의료진은 수술 당시 조직 등을 미리 살펴본 후 적절한 유전자 검사 항목을 선택하고 김씨 동의를 받았다.
센터 의료진이 환자의 암 조직을 내시경 생검으로 채취하면 특수 가공을 거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아산-다나파버 암유전체연구센터'로 보내진다.
연구센터에서는 연구원들이 DNA 추출 자동화 장비를 이용해 환자 시료에서 암세포 유전자만 가려내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이 개발한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통해 어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지 분석하는 것으로, 기간은 1~2주가 걸린다. 분석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항암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김씨의 경우 'KRAS'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으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1년 아산-다나파버 암유전체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열어 맞춤형 암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와 공동으로 맞춤형 암 치료 시스템인 '한국형 온코맵'과 차세대 유전체 해독기술을 이용한 '온코패널'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지금까지 1400례의 맞춤치료 데이터를 확보하고 800건 이상의 표적항암제 관련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올해는 폐암, 대장암, 악성 흑색종 환자 550여명에 대해 시범적용을 할 계획이다.
◇'맞춤형 항암치료' 기술로 난치암 정복한다=조기에 암 진단을 받았어도 빠르게 전이돼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있는 반면 암 발견이 늦었지만 진행이 느려 무리 없이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 또 같은 항암제를 처방해도 치료가 잘 되는 환자가 있고, 잘 안 되는 환자도 있다. 개인마다 암 유전자 발현이나 활성 정도, 돌연변이 유무 등에 따라 치료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환자 각각의 유전적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에 따른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표적항암치료제를 쓸 수 있다. 치료기간과 비용은 물론, 약물 부작용 또한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치료법이 바로 '맞춤형 항암치료' 기술이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소장은 "현재 대표적인 암 치료법인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통해 전체 암의 70% 정도는 완치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나머지 30%는 전이성 암이나 재발 암 등 난치성 암으로, 유전자 변이 경로가 워낙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어떤 한 단계 치료만으론 진행을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항암제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분자생물학 발전과 유전체 연구 능력이 향상되면서 발암에 관여하는 암 유전자들이 속속 발견됐고, 이를 막는 항암 신약도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 같은 특정 유전자 변이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들을 골라 환자에게 쓰는 것이 맞춤형 항암치료"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난치성 암으로 알려진 흑색종의 경우 과거에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지만, 특정 유전적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표적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종양이나 표준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하거나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은 난치성 종양을 대상으로 맞춤형 암 치료법을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폐암, 담도암, 유방암, 위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에 대해 유전체 분석 검사가 가능하며, 폐암은 한 단계 나아가 실제 치료에 적용돼 환자들이 유전체 맞춤 표적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
유 소장은 "맞춤형 항암 치료법은 아직 의료현장에서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곧 다가올 미래"라며 "미리 임상 정보를 수집해 준비해 놓으면 신약이 개발될 경우 신속하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암치료센터를 설립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며, 특정 유전자 변이에 맞는 치료제가 나와 있는 경우에는 실제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와 함께 하는 맞춤형 암 치료 연구=서울아산병원은 지난 6월 맞춤형 암 치료법 개발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윈(WIN: Worldwide Innovative Network) 컨소시엄' 가입 승인을 받았다. 윈 컨소시엄은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프랑스 구스타브 로시암연구소 등 세계 최고 수준 암센터와 연구소,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맞춤형 암 치료법 혁신을 위해 모인 협력체다.
5대륙에 걸친 대규모 임상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3년 동안 전세계 암환자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난치암 치료의 길을 여는 것이 컨소시엄의 목표다. 현재 전이성 암 연구를 시작했으며, 내년 초부터 대표적 난치성 암인 폐암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와 연세암병원이 참여한다.
아시아지역 디렉터로 위촉되기도 한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소장은 "윈 컨소시엄 가입은 서울아산병원에도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국내 환자들이 세계적인 암 치료 프로젝트의 성과를 더욱 빠르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폐암 치료 연구에서는 환자 유전체 돌연변이에 맞는 치료제 조합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폐암의 경우 하나의 약제로 치료가 어려워 여러 약제를 섞어 처방해야 하지만 독성 때문에 무조건 많은 약을 쓸 수도 없어 미리 조합을 정해놓고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복합 처방을 해 치료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다.
유 소장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멤버만이 이 같은 유전체 조합과 신약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을 미리 적용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풍부한 고난도 암 수술 경험 살린다=서울아산병원은 암 수술 경험에 있어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770병상 규모에 수술건수는 2011년 1만6839건, 2012년 1만7267건, 2013년 1만7467건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외래 진료환자는 2011년 64만4350명, 2012년 67만9059명, 2013년 69만7853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암센터로 잘 알려진 MD앤더슨 암센터가 660병상 규모에 수술건수 8764건, 외래 진료환자 120만여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비단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뿐만 아니라 국내 암 진료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풍부한 고난도 수술 및 치료 경험을 살려 현대의학으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치성 암 치료를 위한 혁신적 치료법을 연구하는 게 갈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D앤더슨이 세계 최고 자리에 있는 건 수술 환자 수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 혁신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역량 때문이라는 것.
유 소장은 "과학의 발전과 수많은 의과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금까지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30%의 난치성 암을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암 병원들도 앞으로 난치성 암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국제 공동연구에 동참해 새로운 치료법과 약제 개발에 앞장서 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11) 의료혁신 현장을 가다-②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지난 11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 지난해 대장암 절제술을 받고 1년 만에 암이 재발한 김모씨가 두 명의 종양내과 교수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의료진은 수술 당시 조직 등을 미리 살펴본 후 적절한 유전자 검사 항목을 선택하고 김씨 동의를 받았다.
센터 의료진이 환자의 암 조직을 내시경 생검으로 채취하면 특수 가공을 거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아산-다나파버 암유전체연구센터'로 보내진다.
연구센터에서는 연구원들이 DNA 추출 자동화 장비를 이용해 환자 시료에서 암세포 유전자만 가려내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이 개발한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통해 어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지 분석하는 것으로, 기간은 1~2주가 걸린다. 분석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항암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김씨의 경우 'KRAS'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으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1년 아산-다나파버 암유전체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열어 맞춤형 암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와 공동으로 맞춤형 암 치료 시스템인 '한국형 온코맵'과 차세대 유전체 해독기술을 이용한 '온코패널'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지금까지 1400례의 맞춤치료 데이터를 확보하고 800건 이상의 표적항암제 관련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올해는 폐암, 대장암, 악성 흑색종 환자 550여명에 대해 시범적용을 할 계획이다.
◇'맞춤형 항암치료' 기술로 난치암 정복한다=조기에 암 진단을 받았어도 빠르게 전이돼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있는 반면 암 발견이 늦었지만 진행이 느려 무리 없이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 또 같은 항암제를 처방해도 치료가 잘 되는 환자가 있고, 잘 안 되는 환자도 있다. 개인마다 암 유전자 발현이나 활성 정도, 돌연변이 유무 등에 따라 치료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환자 각각의 유전적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에 따른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표적항암치료제를 쓸 수 있다. 치료기간과 비용은 물론, 약물 부작용 또한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치료법이 바로 '맞춤형 항암치료' 기술이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소장은 "현재 대표적인 암 치료법인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통해 전체 암의 70% 정도는 완치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나머지 30%는 전이성 암이나 재발 암 등 난치성 암으로, 유전자 변이 경로가 워낙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어떤 한 단계 치료만으론 진행을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항암제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분자생물학 발전과 유전체 연구 능력이 향상되면서 발암에 관여하는 암 유전자들이 속속 발견됐고, 이를 막는 항암 신약도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 같은 특정 유전자 변이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들을 골라 환자에게 쓰는 것이 맞춤형 항암치료"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난치성 암으로 알려진 흑색종의 경우 과거에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지만, 특정 유전적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표적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종양이나 표준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하거나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은 난치성 종양을 대상으로 맞춤형 암 치료법을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폐암, 담도암, 유방암, 위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에 대해 유전체 분석 검사가 가능하며, 폐암은 한 단계 나아가 실제 치료에 적용돼 환자들이 유전체 맞춤 표적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
유 소장은 "맞춤형 항암 치료법은 아직 의료현장에서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곧 다가올 미래"라며 "미리 임상 정보를 수집해 준비해 놓으면 신약이 개발될 경우 신속하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암치료센터를 설립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며, 특정 유전자 변이에 맞는 치료제가 나와 있는 경우에는 실제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와 함께 하는 맞춤형 암 치료 연구=서울아산병원은 지난 6월 맞춤형 암 치료법 개발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윈(WIN: Worldwide Innovative Network) 컨소시엄' 가입 승인을 받았다. 윈 컨소시엄은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프랑스 구스타브 로시암연구소 등 세계 최고 수준 암센터와 연구소,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맞춤형 암 치료법 혁신을 위해 모인 협력체다.
5대륙에 걸친 대규모 임상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3년 동안 전세계 암환자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난치암 치료의 길을 여는 것이 컨소시엄의 목표다. 현재 전이성 암 연구를 시작했으며, 내년 초부터 대표적 난치성 암인 폐암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와 연세암병원이 참여한다.
아시아지역 디렉터로 위촉되기도 한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소장은 "윈 컨소시엄 가입은 서울아산병원에도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국내 환자들이 세계적인 암 치료 프로젝트의 성과를 더욱 빠르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폐암 치료 연구에서는 환자 유전체 돌연변이에 맞는 치료제 조합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폐암의 경우 하나의 약제로 치료가 어려워 여러 약제를 섞어 처방해야 하지만 독성 때문에 무조건 많은 약을 쓸 수도 없어 미리 조합을 정해놓고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복합 처방을 해 치료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다.
유 소장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멤버만이 이 같은 유전체 조합과 신약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을 미리 적용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풍부한 고난도 암 수술 경험 살린다=서울아산병원은 암 수술 경험에 있어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770병상 규모에 수술건수는 2011년 1만6839건, 2012년 1만7267건, 2013년 1만7467건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외래 진료환자는 2011년 64만4350명, 2012년 67만9059명, 2013년 69만7853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암센터로 잘 알려진 MD앤더슨 암센터가 660병상 규모에 수술건수 8764건, 외래 진료환자 120만여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비단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뿐만 아니라 국내 암 진료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풍부한 고난도 수술 및 치료 경험을 살려 현대의학으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치성 암 치료를 위한 혁신적 치료법을 연구하는 게 갈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D앤더슨이 세계 최고 자리에 있는 건 수술 환자 수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 혁신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역량 때문이라는 것.
유 소장은 "과학의 발전과 수많은 의과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금까지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30%의 난치성 암을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암 병원들도 앞으로 난치성 암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국제 공동연구에 동참해 새로운 치료법과 약제 개발에 앞장서 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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