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마다 '만능 태블릿'… 검사·약정보 알려주고 식사까지 접수
차세대시스템, 환자 의료정보 한눈에… 약 처방 오류 등 최소화
차세대시스템, 환자 의료정보 한눈에… 약 처방 오류 등 최소화
■ `바이오 메가융합` 미래 연다
(10) 의료혁신 현장을 가다-①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지난 3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병동. 55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앞에서 소아과 황희 교수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황 교수가 스크린을 터치하자 환자의 체온과 맥박, 호흡수 등이 그래프로 펼쳐졌다. 3∼4일 전까지 40도를 넘나들던 체온이 현재는 정상 수치로 돌아와 있었고, 맥박과 호흡수도 체온에 따라 변화한 것이 한눈에 보였다.
이 같은 화면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도 볼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병실에는 병상마다 태블릿PC가 설치돼 있었다. 다인실에서도 원하는 TV 채널을 개인적으로 볼 수 있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자신이 받게 될 검사나 먹고 있는 약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또 침대 시트 교환이나 식사 메뉴 결정, 입원비 정산이나 각종 문서 발급 등도 병실에서 간단히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스마트 기기 사용이 익숙한 방문객이라면 병원을 처음 방문해도 길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 병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놓으면 병원 입구부터 블루투스로 인식해 진료가 예약된 곳을 지도로 안내하고, 그날의 검사 일정과 진료 단계도 알려준다.
집에 돌아와서는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진료 기록과 검사 결과 등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 받아야 할 치료 일정 등도 관리할 수 있다. 처방받은 약물정보와 투약시간 및 복용법도 알려준다. 사용자가 약 복용 시간을 설정하면 그 시간에 알람 메시지도 보내준다.
의료정보센터장을 맡고 있는 황희 교수는 "그동안 의료 IT 기술들이 주로 의사가 보다 빠르고 편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병원을 방문하거나 입원한 환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IT 기술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0% 디지털 병원' 실현하다=2003년 '100% 디지털 병원'을 표방하며 개원한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전까지 종이에 기록해오던 진료차트와 처방전, 검사 지시서 등을 모두 디지털화해 '종이 없는 병원'을 구현했다.
황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연구한 논문 등을 보면 진료 지시나 기록 등 전 진료과정을 풀-EMR(전자의무기록)로 관리할 경우 병원의 생산성이 최소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종이 대신 전자차트를 쓰는 것에 대해 개인의 선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병원 전체적으로는 확실히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총 250억원을 투입해 1년 8개월간 개발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종이차트를 전자차트로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판단해 필요한 데이터를 보여주고,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걸러주거나 의사에게 알려주는 등 '인공지능형'으로 진화했다. 병원의 IT 활용이 의사의 업무를 편리하게 해주는 차원을 지나 본격적으로 환자 편의와 의료 질을 높이 데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정보센터를 찾아가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을 살펴보니 기본적인 환자 정보부터 진료기록, 처방 내역, 검사 결과 등을 한 화면에 띄워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먹어선 안되는 약을 처방하거나, 임신, 소아 등 환자 상태에 맞지 않는 검사를 지시하면 알람이 떠 의사가 적절한 이유를 입력하고 확인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같은 '임상의사결정시스템(CDSS)'은 350여 가지 체크로직이 실시간으로 처방을 내릴 때마다 오류가 없는지 걸러줘 병원 내 의약품 관련 사고를 감소시킨다.
또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던 의료서비스를 의료정보 분석에 기반해 하도록 개발한 '표준화 진료지침(CP)'을 병원정보시스템과 연동한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총 13개 진료과에서 146개 CP를 개발해 입원 환자 중 32.5% 달하는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흉강경 폐절제술을 받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입원한 순간부터 병원정보시스템에 있는 CP가 적용돼 일자별로 진료 순서와 수술 및 치료 과정이 진행된다. 모든 과정은 병원정보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며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오류를 막는다.
개원부터 디지털로 기록된 진료기록을 병원정보시스템의 빅데이터 툴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의사가 CDW(Clinical Data Warehouse)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해당하는 자료가 수십초 안에 화면에 정렬돼 나타난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각 진료과에 요청하고 수집해 엑셀과 통계작업을 거쳐야 했던 작업이다. 빅데이터 활용은 의료 질 지표 관리나 보험 청구 등 각종 병원 업무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황 교수는 "의료 질 관리를 가장 잘 한다고 알려진 미국 메이요클리닉이나 클리브랜드클리닉의 경우 수십명의 간호사가 100개 정도 관리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은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에 적용된 빅데이터 툴을 활용해 6명의 간호사가 310개 지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IT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의료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의료IT 효과에 주목하고 있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전자건강기록(EHR) 등 IT시스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EHR 도입 의료기관에 최대 2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도입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는 진료비 지원을 삭감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 정보화 수준을 갖춘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달 SK텔레콤, 이지케어텍, 헬스커넥트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국내 대형병원 최초로 사우디에 의료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중동지역에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휴먼 IT' 품어야=황 교수는 차세대 이후의 의료IT에 대해 "환자의 상태와 가족력, 임상정보, 유전정보 등을 종합해 빅데이터 툴과 연결하면 환자의 질환을 미리 예측해 치료할 수 있는 '예방의학'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환자 생체정보를 활용하거나 수술실에 구글글래스나 가상현실을 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모든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며,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의사와의 만남으로 심리적 위안을 얻는 것인 만큼 IT가 오히려 이를 방해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IT 도입을 통해 진료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남은 시간을 환자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더 시간과 정성을 쏟는 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들이 IT를 통해 의료진과 접촉하는 부분에서 더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휴먼IT'를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10) 의료혁신 현장을 가다-①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지난 3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병동. 55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앞에서 소아과 황희 교수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황 교수가 스크린을 터치하자 환자의 체온과 맥박, 호흡수 등이 그래프로 펼쳐졌다. 3∼4일 전까지 40도를 넘나들던 체온이 현재는 정상 수치로 돌아와 있었고, 맥박과 호흡수도 체온에 따라 변화한 것이 한눈에 보였다.
이 같은 화면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도 볼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병실에는 병상마다 태블릿PC가 설치돼 있었다. 다인실에서도 원하는 TV 채널을 개인적으로 볼 수 있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자신이 받게 될 검사나 먹고 있는 약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또 침대 시트 교환이나 식사 메뉴 결정, 입원비 정산이나 각종 문서 발급 등도 병실에서 간단히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스마트 기기 사용이 익숙한 방문객이라면 병원을 처음 방문해도 길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 병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놓으면 병원 입구부터 블루투스로 인식해 진료가 예약된 곳을 지도로 안내하고, 그날의 검사 일정과 진료 단계도 알려준다.
집에 돌아와서는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진료 기록과 검사 결과 등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 받아야 할 치료 일정 등도 관리할 수 있다. 처방받은 약물정보와 투약시간 및 복용법도 알려준다. 사용자가 약 복용 시간을 설정하면 그 시간에 알람 메시지도 보내준다.
의료정보센터장을 맡고 있는 황희 교수는 "그동안 의료 IT 기술들이 주로 의사가 보다 빠르고 편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병원을 방문하거나 입원한 환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IT 기술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0% 디지털 병원' 실현하다=2003년 '100% 디지털 병원'을 표방하며 개원한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전까지 종이에 기록해오던 진료차트와 처방전, 검사 지시서 등을 모두 디지털화해 '종이 없는 병원'을 구현했다.
황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연구한 논문 등을 보면 진료 지시나 기록 등 전 진료과정을 풀-EMR(전자의무기록)로 관리할 경우 병원의 생산성이 최소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종이 대신 전자차트를 쓰는 것에 대해 개인의 선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병원 전체적으로는 확실히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총 250억원을 투입해 1년 8개월간 개발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종이차트를 전자차트로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판단해 필요한 데이터를 보여주고,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걸러주거나 의사에게 알려주는 등 '인공지능형'으로 진화했다. 병원의 IT 활용이 의사의 업무를 편리하게 해주는 차원을 지나 본격적으로 환자 편의와 의료 질을 높이 데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정보센터를 찾아가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을 살펴보니 기본적인 환자 정보부터 진료기록, 처방 내역, 검사 결과 등을 한 화면에 띄워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먹어선 안되는 약을 처방하거나, 임신, 소아 등 환자 상태에 맞지 않는 검사를 지시하면 알람이 떠 의사가 적절한 이유를 입력하고 확인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같은 '임상의사결정시스템(CDSS)'은 350여 가지 체크로직이 실시간으로 처방을 내릴 때마다 오류가 없는지 걸러줘 병원 내 의약품 관련 사고를 감소시킨다.
또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던 의료서비스를 의료정보 분석에 기반해 하도록 개발한 '표준화 진료지침(CP)'을 병원정보시스템과 연동한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총 13개 진료과에서 146개 CP를 개발해 입원 환자 중 32.5% 달하는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흉강경 폐절제술을 받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입원한 순간부터 병원정보시스템에 있는 CP가 적용돼 일자별로 진료 순서와 수술 및 치료 과정이 진행된다. 모든 과정은 병원정보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며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오류를 막는다.
개원부터 디지털로 기록된 진료기록을 병원정보시스템의 빅데이터 툴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의사가 CDW(Clinical Data Warehouse)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해당하는 자료가 수십초 안에 화면에 정렬돼 나타난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각 진료과에 요청하고 수집해 엑셀과 통계작업을 거쳐야 했던 작업이다. 빅데이터 활용은 의료 질 지표 관리나 보험 청구 등 각종 병원 업무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황 교수는 "의료 질 관리를 가장 잘 한다고 알려진 미국 메이요클리닉이나 클리브랜드클리닉의 경우 수십명의 간호사가 100개 정도 관리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은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에 적용된 빅데이터 툴을 활용해 6명의 간호사가 310개 지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IT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의료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의료IT 효과에 주목하고 있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전자건강기록(EHR) 등 IT시스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EHR 도입 의료기관에 최대 2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도입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는 진료비 지원을 삭감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 정보화 수준을 갖춘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달 SK텔레콤, 이지케어텍, 헬스커넥트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국내 대형병원 최초로 사우디에 의료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중동지역에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휴먼 IT' 품어야=황 교수는 차세대 이후의 의료IT에 대해 "환자의 상태와 가족력, 임상정보, 유전정보 등을 종합해 빅데이터 툴과 연결하면 환자의 질환을 미리 예측해 치료할 수 있는 '예방의학'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환자 생체정보를 활용하거나 수술실에 구글글래스나 가상현실을 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모든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며,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의사와의 만남으로 심리적 위안을 얻는 것인 만큼 IT가 오히려 이를 방해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IT 도입을 통해 진료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남은 시간을 환자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더 시간과 정성을 쏟는 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들이 IT를 통해 의료진과 접촉하는 부분에서 더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휴먼IT'를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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