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게임 셧다운제` 실효성 있는 대안 찾기

강제적 게임 금지보다는 비용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어
심야에 게임 안하면 인센티브 부여도 검토할만 업계 자율규제가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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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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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도입과정부터 찬반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고, 시행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게임유저들과 IT업계 종사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이 제도가 실효성도 없고, 게임산업만 죽이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4대 중독법, 게임중독기금법 등 추가적인 규제시도는 이어지고 있고, 최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계기로 모바일 게임으로까지 셧다운제가 확대될 가능성도 재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해서는 논란을 풀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을 때도 되었다. 사실 한 걸음 물러서 보면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필자만 해도 셧다운제에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막상 사춘기 청소년의 부모가 되어보니 남의 일이라고 쉽게 생각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임의 중독성 여부 논란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게임이 중독을 유발하는 지에 대한 학술적 증거조차도 아직 충분치 않은데도 마약이나 도박과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분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밤낮으로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논쟁은 사치일 뿐이다. 규제의 부당성을 아무리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대안이 함께 제시되지 않는 한 쉽게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어떤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도 국가가 이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보다는 벌금을 부과하여 억제하는 편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행위자의 욕구를 억제하기가 어려울수록, 금지를 위한 집행비용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 계정을 도용해서라도 게임을 하고야 마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점, 규제로 인한 게임 산업에 대한 유무형의 피해나 해외게임과의 역차별 문제 등을 고려하면 게임 셧다운제야 말로 베커 교수가 제시한 상황과 부합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특정 시간에 강제적으로 게임을 못하도록 하는 것보다 허용하는 대신 비용을 높이는 것이 좀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게임의 비용을 높이기 위해 실제 요금을 징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심야에 게임을 하지 않는 청소년에게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료 아이템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만 부여하더라도 적어도 지금과 같은 강제 셧다운제 보다는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온라인 게임에 정말로 중독적 성향이 있다면 게임에 과몰입한 청소년 스스로도 평소에는 이를 벗어나기를 원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렇다 해도 당장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인 결정은 합리적으로 하면서도 막상 눈앞에 상황이 닥치면 선호가 바뀌는 현상을 과장된 할인율(hyperbolic discounting)이라고 부르며 행동경제학의 주된 연구주제 중 하나다.

한 가지 시사점은 청소년이 스스로 긴 호흡에서 과몰입을 억제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그 때 그 때 유혹을 이겨낼 수 있도록 즉각적인 포상 또는 벌칙 형태의 반대 인센티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일 정한 시간 내에서만 게임을 하기로 장기적 약속을 하면 일정한 혜택을 선 지급하고, 추가로 약속을 지킨 기간에 따라 혜택이 누적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해 볼 수 있다. 이 때 약속을 위반할 때마다 누적 유예는 물론 부분적으로 혜택을 회수하도록 한다면 이득보다는 손실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까지 맞물려서 더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요컨대 청소년기의 게임 과몰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강제적 셧다운제와 같이 과도한 규제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대안을 모색해 볼 여지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은 게임회사 스스로 주도적으로 고안하여 제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게임회사들은 이미 유료화라는 어려운 장벽을 뚫고 효과적인 수익모델을 마련해 낸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저들의 이용 습관이나 인센티브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학부모들의 걱정에 편승하여 규제방안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업계가 자율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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