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을 맞아 지난 4월21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내에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전자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을 상당히 많이 갖추고 있어 일반인들이 한번 방문해볼 만하다.
공식 개막에 앞서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사전 투어 행사가 있어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전시관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2관인 `기업 혁신의 시대'다. 이곳은 TV,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들의 변천사를 주요 제품들과 함께 전시했는데 특히 TV쪽이 인상깊었다.
최초의 대량 생산TV인 RCA사의 630TS 모델, 최초의 컬러TV인 RCA CT100 모델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예전 TV를 볼 수 있었다. 이처럼 TV 산업의 시작은 RCA 등 미국 기업이 열었다. 미국이 주도하던 TV 산업은 70년대 들어 일본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전시관에서는 70~90년대까지 세계 TV 산업을 이끌었던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제품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삼성전자 제품이 전시관을 독차지하면서 일본 제품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국에 이어 일본, 한국으로 TV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을 박물관 투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가 도쿄 본사에서 경영 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히라이 가즈오는 "우리는 TV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소니는 오는 7월 1일부로 TV 사업부가 자회사로 분리된다. 이 회사 이름은 소니 비주얼 프로덕츠로 정해졌다. TV 사업이 분사되면서 항간에는 소니가 TV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소니가 철수설을 강하게 부인한 것은 이같은 루머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며칠전 소니는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소니는 이번 회계 연도에 1284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적자 415억엔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TV가 소니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니 TV 사업은 10년 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다. 소니는 지난 10년간 TV에서 7900억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히라이 가즈오가 2012년 CEO에 선임되면서 "2년 안에 TV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히라이 CEO는 또다른 약속을 했다. 2015년 회계연도에 4000억엔의 흑자를 내겠다는 것이다. 소니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력사업인 TV와 모바일 부분이 정상궤도를 찾아야 한다.
TV 사업에서 소니의 추락은 일본 TV 산업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TV 사업을 이끌던 소니,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전자 업계는 그 이후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한국 기업에 왕좌의 자리를 내주었다. 최근 국내에서는 일본보다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를 따라오고 있는 중국을 더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일본 TV 산업은 회생 불가의 상태인가? 과거의 영광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TV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4K(UHDㆍ초고화질) TV의 경우가 좋은 예다. 올해 1분기에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탈환했으나 지난 4분기까지만 해도 전세계 UHD TV 시장 1위는 소니였다.
비록 TV에서 1위 자리를 빼앗겼으나 전세계 UH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소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열심히 UHD TV를 팔면 팔수록 소니는 뒤에서 웃고 있다. 왜 그럴까? UHD TV가 보급될수록 방송국들이 UHD 장비를 많이 구입하게 되는데, 방송 장비는 일본이 세계 시장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HD의 경우엔 일본의 국영방송사인 NHK와 소니가 선행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허도 상당히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3일엔 NHK가 4K 다음인 8K용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한국과 중국의 TV용 패널 제조사들은 여전히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장비와 소재를 일본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다. UHD TV 등 차세대 TV가 많이 판매될수록 덕을 보는 건 일본의 후방산업계다.
우리나라는 단순히 TV 완제품 부분에서 소니를 제쳤다고 환호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방송장비, 패널 생산 장비, 디스플레이 소재 등 여전히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희종 산업부 차장 mindle@
공식 개막에 앞서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사전 투어 행사가 있어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전시관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2관인 `기업 혁신의 시대'다. 이곳은 TV,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들의 변천사를 주요 제품들과 함께 전시했는데 특히 TV쪽이 인상깊었다.
최초의 대량 생산TV인 RCA사의 630TS 모델, 최초의 컬러TV인 RCA CT100 모델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예전 TV를 볼 수 있었다. 이처럼 TV 산업의 시작은 RCA 등 미국 기업이 열었다. 미국이 주도하던 TV 산업은 70년대 들어 일본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전시관에서는 70~90년대까지 세계 TV 산업을 이끌었던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제품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삼성전자 제품이 전시관을 독차지하면서 일본 제품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국에 이어 일본, 한국으로 TV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을 박물관 투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가 도쿄 본사에서 경영 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히라이 가즈오는 "우리는 TV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소니는 오는 7월 1일부로 TV 사업부가 자회사로 분리된다. 이 회사 이름은 소니 비주얼 프로덕츠로 정해졌다. TV 사업이 분사되면서 항간에는 소니가 TV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소니가 철수설을 강하게 부인한 것은 이같은 루머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며칠전 소니는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소니는 이번 회계 연도에 1284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적자 415억엔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TV가 소니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니 TV 사업은 10년 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다. 소니는 지난 10년간 TV에서 7900억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히라이 가즈오가 2012년 CEO에 선임되면서 "2년 안에 TV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히라이 CEO는 또다른 약속을 했다. 2015년 회계연도에 4000억엔의 흑자를 내겠다는 것이다. 소니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력사업인 TV와 모바일 부분이 정상궤도를 찾아야 한다.
TV 사업에서 소니의 추락은 일본 TV 산업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TV 사업을 이끌던 소니,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전자 업계는 그 이후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한국 기업에 왕좌의 자리를 내주었다. 최근 국내에서는 일본보다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를 따라오고 있는 중국을 더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일본 TV 산업은 회생 불가의 상태인가? 과거의 영광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TV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4K(UHDㆍ초고화질) TV의 경우가 좋은 예다. 올해 1분기에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탈환했으나 지난 4분기까지만 해도 전세계 UHD TV 시장 1위는 소니였다.
비록 TV에서 1위 자리를 빼앗겼으나 전세계 UH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소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열심히 UHD TV를 팔면 팔수록 소니는 뒤에서 웃고 있다. 왜 그럴까? UHD TV가 보급될수록 방송국들이 UHD 장비를 많이 구입하게 되는데, 방송 장비는 일본이 세계 시장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HD의 경우엔 일본의 국영방송사인 NHK와 소니가 선행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허도 상당히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3일엔 NHK가 4K 다음인 8K용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한국과 중국의 TV용 패널 제조사들은 여전히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장비와 소재를 일본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다. UHD TV 등 차세대 TV가 많이 판매될수록 덕을 보는 건 일본의 후방산업계다.
우리나라는 단순히 TV 완제품 부분에서 소니를 제쳤다고 환호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방송장비, 패널 생산 장비, 디스플레이 소재 등 여전히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희종 산업부 차장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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