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초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오픈 차별화 기대
정보보호 마인드 강화… 중기 통일금융 지원방안 모색"
대담 =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정보보호 마인드 강화… 중기 통일금융 지원방안 모색"
대담 =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지난해 12월 금융권을 들썩이게 한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군 중 하나로 꼽히는 금융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은행장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다.
그래서인지 금융권이 권 행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단지 최초의 여성 행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취임한 후 IBK기업은행은 스마트금융 확대,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창조금융, 통일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집무실에 만난 권 행장은 차분하지만 강단이 느껴졌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한 걸음씩 내실을 다지며 IBK기업은행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드러운 미소지만 답변 하나하나마다 자신감이 넘쳤다.
봄기운을 넘어 초여름의 열기마저 느껴졌던 지난 20일 오후, 권 행장을 만나 IBK기업은행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또 최초의 여성 은행장으로서 자기관리 비법과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들어봤다.
대담=한민옥 금융증권부장
-지난해 12월 취임한 후 약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보람됐다고 느꼈던 일은 무엇인가.
"기업 현장을 방문해 고객들이 전해주시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36년 은행 생활 동안 가장 잘 한 일이 고객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한 것이다. 은행장이 돼서도 고객에게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고 에너지도 받게 되니 현장을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찾게 된다."
-첫 여성 은행장으로, 내부 출신 IBK기업은행장으로 내ㆍ외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철학으로 `희망경영'을 내세웠는데 어떤 의미인가.
"희망경영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공급이라는 금융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아울러 상생, 나눔, 배려라는 사회적 책임 실천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며 직원, 고객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희망이 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금융 이용자가 4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IBK기업은행도 스마트금융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보유출 사태 등으로 과제도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스마트금융에 대한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
"스마트금융이 확대되면서 보안 이슈는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흐름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행도 하반기에 조직이나 인원 구성을 개편해서 스마트금융에 힘을 실으려고 하고 있다. 스마트금융을 강화하겠다고 하면 직원들이 겁을 내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금융을 하면 프로모션이 걸려서 힘든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이 전자지갑 사업을 해서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면 고객들이 편리성 때문에 그쪽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변화를 빨리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현재 기업은행의 스마트금융은 앱 기반으로 돼 있어서 앱을 하나씩 다운로드받아 사용해야 한다. 하루 빨리 플랫폼화해서 여러 가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마트금융 쪽 조직도 정비하고 전문 인력도 보강하겠다."
-은행 등 금융권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금융 부문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거대한 IT 기업들이 은행보다 훨씬 많은 고객을 갖고 있고 능력도 있다. 그래서 은행이 갈곳이 없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흐름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차별화 된 전략을 가져가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이건 은행들 간의 싸움이 아니다. 은행들도 큰 흐름을 갖고 나가야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기업은행 스마트금융의 비전은 무엇인가.
"국민 모두가 거래하는 스마트금융 넘버원 은행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IBK와 거래하는 개인고객 1300만명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채널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금융을 강화할 것이다. 고객의 스마트기기 활용도와 스마트금융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 스마트채널이 본격적인 상품판매 채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IBK의 스마트금융 사업은 그동안 ONE뱅킹 가입자 증대, 스마트전용상품 출시 등 스마트채널 확보에 중점을 뒀다. 앞으로도 ONE뱅킹 이용고객 증대를 위한 홍보 및 마케팅은 계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채널이 고객 스스로 상품을 비교, 설계하고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본격적인 상품판매 채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 금융권에서 개인정보유출 등 보안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안전한가.
"개인정보 유출방지 대책으로 업무용 PC에 개인정보를 포함한 모든 저장파일은 암호화해 저장하고 있으며 USB, 노트북 PC, 인터넷 파일첨부, 출력물 등 모든 개인정보 유출경로에 대해 통제 절차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또 시스템 개발 시 외부직원이 활용하는 고객정보는 임의 변환해 제공하고 테스트 종료 후 고객정보를 삭제하고 있다. 전 직원 대상 연간 6시간 이상의 정보보안 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의 정보보호 마인드를 강화하고 있으며 고객정보 수탁업체,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및 외부직원에 대한 보안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하반기 중요한 것이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오픈이다.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6월부터 테스트를 시작한다. 전체 시스템을 오픈하는데 이는 포스트 차세대 은행권 최초다. 다른 은행의 시스템과 차별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금융과 포스트 차세대 오픈 등 올해 하반기 기업은행의 IT 부문에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말했듯이 포스트 차세대를 10월에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골든타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부터 그때까지가 차세대 시스템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금융권에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은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최근에는 은행이 문제가 있으면 솔직히 오픈하는 것 같다. 내부에서만 알고 있던 문제를 다 오픈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다. 과거와 달리 작은 부분도 공개되고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금융산업이 발전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는지.
" 모든 것들이 투명해지는 과정이다. 조금한 것도 알려지면서 사고가 늘었다고 인식하는 면도 있다고 본다."
-금융권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금융권이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직원 개개인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직원 역량강화에 투자해야 하며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문제가 있으면 드러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은행장에게 소통엽서를 쓰도록 해 내용을 받고 있다. 이런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장문의 편지로 받는다. 소통의 연결 고리가 돼 있으면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내부통제가 되는 것에서 소통이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통일금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에서는 통일금융위원회도 발족을 했는데 기업은행에서 생각하는 통일 금융은 무엇인가.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 분야가 연관돼 있다. 각 분야 전문가별로 생각이 다르다. 임원을 하는 분들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력 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력을 균등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의 경우 화폐문제가 있다. 동일화폐를 써야 결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국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이외에 공단을 어디에 설치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해주면서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소기업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동독에 진출하는 서독 기업을 은행들이 지원했다. 기업은행은 독일 통일할 때 은행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공부할 것이다."
-기업은행 통일준비위원회의 향후 역할은.
"지난 5월 12일 통일금융관련 사업을 추진할 IBK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기업은행의 핵심 부서장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IBK통일금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또 통일을 대비한 장단기 경영 전략 수립과 중소기업 통일금융 지원 방안 모색 등 역할도 한다. IBK경제연구소 내에 IBK통일금융 전략TFT 설치해 독일 통일금융 사례연구, 통일준비 상품 개발 등 통일에 대비한 다양한 준비를 할 예정이다.
향후 IBK의 통일금융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 수행을 하며 통일금융과 관련된 업무를 협의 및 조정할 예정이다. 정부의 통일금융 정책 협조 및 통일 대비 경영 전략도 수립한다. 통일시대에 맞는 중소기업 통일금융을 선도하고 통일 전후 북한 지역 중소기업 진출 및 육성도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및 해외 등과 통일준비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통일금융 전담 조직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요즘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은행 문턱이 높고 금리도 여전히 높다고 이야기를 한다. 중소기업을 잘 지원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P(지식재산) 담보대출을 시작했는데 이제 시작이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행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은행이 늘면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정책 방향에 맞춰서 은행들도 많이 움직이고 있다.
다만 과거 벤처붐 때처럼 지원할 수는 없다. 벤처붐이 일어서 묻지마 투자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 것은 결국 버블이 됐다. 앞으로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하고 기술력이 사업화 될 수 있고 곳을 지원해야 한다.
-올해 중소기업 자금지원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지원을 지속 강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IBK기업은행은 `비올 때 우산을 뺐지 않고 더 큰 우산'으로 중소기업의 시름을 덜어주는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올해에도 전년도 계획보다 2조원이 늘어난 40조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4월까지 이미 14조3000억원의 중소기업대출을 지원했다."
-IBK기업은행의 신성장동력은 무엇인가.
"모든 것들을 어떻게 융합을 해서 시너지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남들 보다 빨리 문화콘텐츠, 기술금융에 투자하고 있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전략도 시도하고 있다. 금융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은퇴 시장 공략도 생각하고 있다. 은퇴 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6월 정도에 출시를 할 것이다. 좋은 상품이 차별화 전략이며 신성장동력이다.
-창조금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창조금융 지원 및 확대를 위한 기업은행만의 전략은?
"현재 기업은행에서는 기술평가 역량 강화, IP 금융 활성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창조기업 육성을 창조금융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라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정부 및 관련기관과 협력해 창조금융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이를 은행권에 확산시키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중소기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하겠다."
-해외진출은 모든 은행들의 중요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또 어려운 문제다. IBK기업은행의 해외 진출 현황 및 추진방향이 궁금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강소기업 성장 지원이 최우선 목표다. 23개 국외점포와 세계 유수 은행과의 MOU를 통해 세계 어디서나 진출 중소기업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주요 아시아 신흥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2월 베이징 분행 개점으로 총 15개 영업망을 구축했다. 인도에서는 기존 사무소의 지점전환 추진 중으로 올해 안에 영업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에도 사무소 개설 후 현지은행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당장 점포개설이 어려운 지역은 MOU은행 영업망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 14개 은행과 협력해 6만8000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첫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 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했다는 것 이외에 대단한 이야기 거리가 없다. 오래 동안 일해온 것에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떤 자세를 갖고 은행생활을 해왔는지 기본적인 자세 등이다. 은행생활을 하면서도 편을 가르거나 그렇게 생활해오지 않았다. 직원들을 볼 때는 늘 고맙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이런 생각을 했다."
-권선주 은행장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여대생, 직장인들이 많다. 그렇다면 권 행장의 롤 모델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책이 롤모델이다. 책 속에서 교훈을 얻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책에서 얻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인지?
"칼리 피오리나 HP 전 회장에 관한 책을 원서로 구입해 읽고 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의 새로운 금융시대도 읽었다. `시몬느 스토리',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독일에서의 생활을 쓴 `벤츠 베토벤 분데스리가' 등도 읽었다."
-마지막으로 권선주 행장에게 있어서 기업은행의 의미를 묻고 싶다. 권선주 은행장에게 기업은행은 000인가.
"인생의 전부다. 기업은행에 들어온 온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다."
정리=강진규기자 kjk@dt.co.kr
■권선주 행장은…
◇학력
- 1974년 2월 경기여자고등학교 졸업
- 1978년 2월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경력
- 1978년 IBK기업은행 입행
- 1998년∼2001년 IBK기업은행 방이역지점장
- 2001년∼2003년 IBK기업은행 역삼1동지점장
- 2003년∼2005년 IBK기업은행 서초남지점장
- 2005년∼2007년 IBK기업은행 CS센터장
- 2007년∼2008년 IBK기업은행 PB부사업단장
- 2008년∼2009년 IBK기업은행 여신/외환지원센터장
- 2009년∼2010년 IBK기업은행 외환사업부장
- 2010년∼2011년 IBK기업은행 중부지역본부장
- 2011년∼2012년 IBK기업은행 부행장(카드사업본부장)
- 2012년 1월∼2013년 12월 IBK기업은행 부행장(리스크관리본부장 겸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 2013년 12월∼ 현재 IBK기업은행장
지난해 12월 금융권을 들썩이게 한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군 중 하나로 꼽히는 금융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은행장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다.
그래서인지 금융권이 권 행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단지 최초의 여성 행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취임한 후 IBK기업은행은 스마트금융 확대,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창조금융, 통일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집무실에 만난 권 행장은 차분하지만 강단이 느껴졌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한 걸음씩 내실을 다지며 IBK기업은행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드러운 미소지만 답변 하나하나마다 자신감이 넘쳤다.
봄기운을 넘어 초여름의 열기마저 느껴졌던 지난 20일 오후, 권 행장을 만나 IBK기업은행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또 최초의 여성 은행장으로서 자기관리 비법과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들어봤다.
대담=한민옥 금융증권부장
-지난해 12월 취임한 후 약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보람됐다고 느꼈던 일은 무엇인가.
"기업 현장을 방문해 고객들이 전해주시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36년 은행 생활 동안 가장 잘 한 일이 고객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한 것이다. 은행장이 돼서도 고객에게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고 에너지도 받게 되니 현장을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찾게 된다."
-첫 여성 은행장으로, 내부 출신 IBK기업은행장으로 내ㆍ외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철학으로 `희망경영'을 내세웠는데 어떤 의미인가.
"희망경영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공급이라는 금융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아울러 상생, 나눔, 배려라는 사회적 책임 실천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며 직원, 고객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희망이 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금융 이용자가 4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IBK기업은행도 스마트금융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보유출 사태 등으로 과제도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스마트금융에 대한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
"스마트금융이 확대되면서 보안 이슈는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흐름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행도 하반기에 조직이나 인원 구성을 개편해서 스마트금융에 힘을 실으려고 하고 있다. 스마트금융을 강화하겠다고 하면 직원들이 겁을 내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금융을 하면 프로모션이 걸려서 힘든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이 전자지갑 사업을 해서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면 고객들이 편리성 때문에 그쪽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변화를 빨리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현재 기업은행의 스마트금융은 앱 기반으로 돼 있어서 앱을 하나씩 다운로드받아 사용해야 한다. 하루 빨리 플랫폼화해서 여러 가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마트금융 쪽 조직도 정비하고 전문 인력도 보강하겠다."
-은행 등 금융권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금융 부문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거대한 IT 기업들이 은행보다 훨씬 많은 고객을 갖고 있고 능력도 있다. 그래서 은행이 갈곳이 없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흐름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차별화 된 전략을 가져가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이건 은행들 간의 싸움이 아니다. 은행들도 큰 흐름을 갖고 나가야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기업은행 스마트금융의 비전은 무엇인가.
"국민 모두가 거래하는 스마트금융 넘버원 은행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IBK와 거래하는 개인고객 1300만명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채널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금융을 강화할 것이다. 고객의 스마트기기 활용도와 스마트금융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 스마트채널이 본격적인 상품판매 채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IBK의 스마트금융 사업은 그동안 ONE뱅킹 가입자 증대, 스마트전용상품 출시 등 스마트채널 확보에 중점을 뒀다. 앞으로도 ONE뱅킹 이용고객 증대를 위한 홍보 및 마케팅은 계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채널이 고객 스스로 상품을 비교, 설계하고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본격적인 상품판매 채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 금융권에서 개인정보유출 등 보안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안전한가.
"개인정보 유출방지 대책으로 업무용 PC에 개인정보를 포함한 모든 저장파일은 암호화해 저장하고 있으며 USB, 노트북 PC, 인터넷 파일첨부, 출력물 등 모든 개인정보 유출경로에 대해 통제 절차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또 시스템 개발 시 외부직원이 활용하는 고객정보는 임의 변환해 제공하고 테스트 종료 후 고객정보를 삭제하고 있다. 전 직원 대상 연간 6시간 이상의 정보보안 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의 정보보호 마인드를 강화하고 있으며 고객정보 수탁업체,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및 외부직원에 대한 보안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하반기 중요한 것이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오픈이다.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6월부터 테스트를 시작한다. 전체 시스템을 오픈하는데 이는 포스트 차세대 은행권 최초다. 다른 은행의 시스템과 차별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금융과 포스트 차세대 오픈 등 올해 하반기 기업은행의 IT 부문에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말했듯이 포스트 차세대를 10월에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골든타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부터 그때까지가 차세대 시스템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금융권에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은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최근에는 은행이 문제가 있으면 솔직히 오픈하는 것 같다. 내부에서만 알고 있던 문제를 다 오픈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다. 과거와 달리 작은 부분도 공개되고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금융산업이 발전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는지.
" 모든 것들이 투명해지는 과정이다. 조금한 것도 알려지면서 사고가 늘었다고 인식하는 면도 있다고 본다."
-금융권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금융권이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직원 개개인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직원 역량강화에 투자해야 하며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문제가 있으면 드러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은행장에게 소통엽서를 쓰도록 해 내용을 받고 있다. 이런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장문의 편지로 받는다. 소통의 연결 고리가 돼 있으면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내부통제가 되는 것에서 소통이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통일금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에서는 통일금융위원회도 발족을 했는데 기업은행에서 생각하는 통일 금융은 무엇인가.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 분야가 연관돼 있다. 각 분야 전문가별로 생각이 다르다. 임원을 하는 분들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력 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력을 균등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의 경우 화폐문제가 있다. 동일화폐를 써야 결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국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이외에 공단을 어디에 설치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해주면서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소기업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동독에 진출하는 서독 기업을 은행들이 지원했다. 기업은행은 독일 통일할 때 은행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공부할 것이다."
-기업은행 통일준비위원회의 향후 역할은.
"지난 5월 12일 통일금융관련 사업을 추진할 IBK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기업은행의 핵심 부서장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IBK통일금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또 통일을 대비한 장단기 경영 전략 수립과 중소기업 통일금융 지원 방안 모색 등 역할도 한다. IBK경제연구소 내에 IBK통일금융 전략TFT 설치해 독일 통일금융 사례연구, 통일준비 상품 개발 등 통일에 대비한 다양한 준비를 할 예정이다.
향후 IBK의 통일금융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 수행을 하며 통일금융과 관련된 업무를 협의 및 조정할 예정이다. 정부의 통일금융 정책 협조 및 통일 대비 경영 전략도 수립한다. 통일시대에 맞는 중소기업 통일금융을 선도하고 통일 전후 북한 지역 중소기업 진출 및 육성도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및 해외 등과 통일준비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통일금융 전담 조직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요즘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은행 문턱이 높고 금리도 여전히 높다고 이야기를 한다. 중소기업을 잘 지원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P(지식재산) 담보대출을 시작했는데 이제 시작이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행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은행이 늘면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정책 방향에 맞춰서 은행들도 많이 움직이고 있다.
다만 과거 벤처붐 때처럼 지원할 수는 없다. 벤처붐이 일어서 묻지마 투자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 것은 결국 버블이 됐다. 앞으로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하고 기술력이 사업화 될 수 있고 곳을 지원해야 한다.
-올해 중소기업 자금지원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지원을 지속 강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IBK기업은행은 `비올 때 우산을 뺐지 않고 더 큰 우산'으로 중소기업의 시름을 덜어주는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올해에도 전년도 계획보다 2조원이 늘어난 40조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4월까지 이미 14조3000억원의 중소기업대출을 지원했다."
-IBK기업은행의 신성장동력은 무엇인가.
"모든 것들을 어떻게 융합을 해서 시너지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남들 보다 빨리 문화콘텐츠, 기술금융에 투자하고 있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전략도 시도하고 있다. 금융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은퇴 시장 공략도 생각하고 있다. 은퇴 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6월 정도에 출시를 할 것이다. 좋은 상품이 차별화 전략이며 신성장동력이다.
-창조금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창조금융 지원 및 확대를 위한 기업은행만의 전략은?
"현재 기업은행에서는 기술평가 역량 강화, IP 금융 활성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창조기업 육성을 창조금융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라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정부 및 관련기관과 협력해 창조금융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이를 은행권에 확산시키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중소기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하겠다."
-해외진출은 모든 은행들의 중요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또 어려운 문제다. IBK기업은행의 해외 진출 현황 및 추진방향이 궁금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강소기업 성장 지원이 최우선 목표다. 23개 국외점포와 세계 유수 은행과의 MOU를 통해 세계 어디서나 진출 중소기업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주요 아시아 신흥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2월 베이징 분행 개점으로 총 15개 영업망을 구축했다. 인도에서는 기존 사무소의 지점전환 추진 중으로 올해 안에 영업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에도 사무소 개설 후 현지은행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당장 점포개설이 어려운 지역은 MOU은행 영업망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 14개 은행과 협력해 6만8000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첫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 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했다는 것 이외에 대단한 이야기 거리가 없다. 오래 동안 일해온 것에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떤 자세를 갖고 은행생활을 해왔는지 기본적인 자세 등이다. 은행생활을 하면서도 편을 가르거나 그렇게 생활해오지 않았다. 직원들을 볼 때는 늘 고맙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이런 생각을 했다."
-권선주 은행장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여대생, 직장인들이 많다. 그렇다면 권 행장의 롤 모델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책이 롤모델이다. 책 속에서 교훈을 얻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책에서 얻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인지?
"칼리 피오리나 HP 전 회장에 관한 책을 원서로 구입해 읽고 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의 새로운 금융시대도 읽었다. `시몬느 스토리',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독일에서의 생활을 쓴 `벤츠 베토벤 분데스리가' 등도 읽었다."
-마지막으로 권선주 행장에게 있어서 기업은행의 의미를 묻고 싶다. 권선주 은행장에게 기업은행은 000인가.
"인생의 전부다. 기업은행에 들어온 온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다."
정리=강진규기자 kjk@dt.co.kr
■권선주 행장은…
◇학력
- 1974년 2월 경기여자고등학교 졸업
- 1978년 2월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경력
- 1978년 IBK기업은행 입행
- 1998년∼2001년 IBK기업은행 방이역지점장
- 2001년∼2003년 IBK기업은행 역삼1동지점장
- 2003년∼2005년 IBK기업은행 서초남지점장
- 2005년∼2007년 IBK기업은행 CS센터장
- 2007년∼2008년 IBK기업은행 PB부사업단장
- 2008년∼2009년 IBK기업은행 여신/외환지원센터장
- 2009년∼2010년 IBK기업은행 외환사업부장
- 2010년∼2011년 IBK기업은행 중부지역본부장
- 2011년∼2012년 IBK기업은행 부행장(카드사업본부장)
- 2012년 1월∼2013년 12월 IBK기업은행 부행장(리스크관리본부장 겸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 2013년 12월∼ 현재 IBK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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