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심상치 않다. 계속되는 금융사고 때문이다. 사상초유의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 수천억원대 이르는 대출사기 사건, 확대되고 있는 은행 해외지점 비자금 의혹 등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금융사고들을 보고 있으면 세계 15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산업 동맥이라는 금융산업이 이토록 허술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런 금융권 상황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현재 금융권이 처한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해 온, 속칭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2009년 7ㆍ7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따른 일부 금융사이트 마비 및 서비스 지연, 2011년 4월 현대캐피탈 개인정보 유출과 농협 전산망 마비, 2013년 3월 신한ㆍ농협ㆍ제주은행 인터넷뱅킹 중단 등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그때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머리 숙여 사과하고 각종 대책을 내놨으나, 결과적으로 일회성 행사와 구호에 그쳤다. 되풀이되고 있는 금융사고가 그 증거다.
결국 숱한 경고음에도 불구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관행, 고객보호보다는 회사의 편의와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 말과 행동이 다른 보안 인식과 투자 등을 지속해 온 금융권 스스로가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무기로 누려 온 각종 정책적 불평등이 있었다. 단적인 예가 "2차 유출은 결코 없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공언과 달리, 외부 유통이 확인되며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다.
금융권은 그동안 신용정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다른 정보보호 잣대를 적용받아 왔다. 통신사ㆍ포털업체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시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받는 것과 달리 금융회사들은 신용정보법을 통해 1%만을 적용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기본 원칙인 `제3자 개인정보 제공의 제한'도 금융지주회사법을 기반으로 피해갔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전면 금지 역시 금융권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예외를 주장해 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종합대책'을 통해 이제 겨우 타 산업과 금융권의 수준이 엇비슷해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금융권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한국 금융산업의 근간인 지주체제를 훼손한다거나, 금융당국이 정보유출 사태를 지나치게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등 일견 타당한 주장들도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더 이상 어떤 정책적 혜택을 바라서도, 입어서도 안 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불평등이 사회에 해로운 이유는 단지 그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불평등은 비효율적이며, 그 비효율이 결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산업 불평등의 대가는 `신뢰 추락'이다. 신뢰는 누가 뭐래도 금융의 생명이다. 이미 금융권은 2008년 금융위기로 신뢰를 한 번 잃은바 있다. 더욱이 올해 금융권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글로벌화'를 정하고 해외 시장에서 신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단언컨대 자국에서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결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심지어 해외는 우리보다 개인정보 수집과 공유에서는 보다 자유로울지 몰라도 사고시 제재가 훨씬 더 엄격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번 위기는 안전하고 튼튼한 금융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금융권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mohan@
그런데 돌이켜 보면 현재 금융권이 처한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해 온, 속칭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2009년 7ㆍ7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따른 일부 금융사이트 마비 및 서비스 지연, 2011년 4월 현대캐피탈 개인정보 유출과 농협 전산망 마비, 2013년 3월 신한ㆍ농협ㆍ제주은행 인터넷뱅킹 중단 등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그때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머리 숙여 사과하고 각종 대책을 내놨으나, 결과적으로 일회성 행사와 구호에 그쳤다. 되풀이되고 있는 금융사고가 그 증거다.
결국 숱한 경고음에도 불구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관행, 고객보호보다는 회사의 편의와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 말과 행동이 다른 보안 인식과 투자 등을 지속해 온 금융권 스스로가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무기로 누려 온 각종 정책적 불평등이 있었다. 단적인 예가 "2차 유출은 결코 없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공언과 달리, 외부 유통이 확인되며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다.
금융권은 그동안 신용정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다른 정보보호 잣대를 적용받아 왔다. 통신사ㆍ포털업체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시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받는 것과 달리 금융회사들은 신용정보법을 통해 1%만을 적용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기본 원칙인 `제3자 개인정보 제공의 제한'도 금융지주회사법을 기반으로 피해갔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전면 금지 역시 금융권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예외를 주장해 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종합대책'을 통해 이제 겨우 타 산업과 금융권의 수준이 엇비슷해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금융권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한국 금융산업의 근간인 지주체제를 훼손한다거나, 금융당국이 정보유출 사태를 지나치게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등 일견 타당한 주장들도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더 이상 어떤 정책적 혜택을 바라서도, 입어서도 안 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불평등이 사회에 해로운 이유는 단지 그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불평등은 비효율적이며, 그 비효율이 결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산업 불평등의 대가는 `신뢰 추락'이다. 신뢰는 누가 뭐래도 금융의 생명이다. 이미 금융권은 2008년 금융위기로 신뢰를 한 번 잃은바 있다. 더욱이 올해 금융권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글로벌화'를 정하고 해외 시장에서 신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단언컨대 자국에서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결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심지어 해외는 우리보다 개인정보 수집과 공유에서는 보다 자유로울지 몰라도 사고시 제재가 훨씬 더 엄격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번 위기는 안전하고 튼튼한 금융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금융권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m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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