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5개대학 51개학과 참여…CAC 인증 리더십 발휘
활성화지원사업 기업 호응도 높아`IT교육 혁신`에 기여
대학-기업-정부 함께 호흡… 맞춤인재 양성 기회 늘려야
활성화지원사업 기업 호응도 높아`IT교육 혁신`에 기여
대학-기업-정부 함께 호흡… 맞춤인재 양성 기회 늘려야
■ 서울어코드위원회 좌담회
사회=대학간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는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평가를 매년 하다 보니 대학간 경쟁이 유발되어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서울어코드 워크숍에서 종종 듣는 얘기가 기업 이름은 밝히지 말라는 겁니다. 경쟁사의 견제가 들어오고 대학들로부터 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기업 참여를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각 대학마다 차별화 된 노하우를 개발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도 아울러 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학과들이 공동 추진하면 가산점을 주는 등의 유인책을 통해 경쟁 및 학과별 폐쇄성을 상쇄 할 수 있을 겁니다. 일정 수준 및 신뢰도에 따라 2년, 3년, 6년 마다 평가를 진행하는 등 기간에 차등을 두고 평가를 진행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어떨지 합니다.
박=대부분의 중소 SW기업들은 서울어코드 산학협력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서울어코드 위원회와 우리 협회가 중소기업들에 대해 산학협력프로그램의 이점을 적극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SW분야에서 대기업의 목소리보다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크게 나타다고 있는데, 항상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인재양성 특혜를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간의 차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대학 주변의 산업 환경, 학생 수, 학교의 네임 밸류의 차이 등 여러 외부 요인이 작용합니다. 못하는 학교도 미래가 있습니다. 서울지역에서 동국대가 기여하는 것보다 호남에서 전북대가 기여하는 부분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성과 공유는 차이점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확대하는 과정입니다.
사회=서울어코드 도입과 정부의 활성화지원사업으로 산업현장에서 성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동국대처럼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졸업 후 진로를 멘토 기업으로 이어가거나 특화된 분야의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면 현재 문제가 심각한 청년취업난 해소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서울어코드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기업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인력을 쓰지 않습니다. SW는 기술 쏠림 현상도 심하고 기술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산업입니다. 때문에 대학에서는 `우리는 이 정도의 레벨의 사람을 키운다, 나머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은 자체 교육을 하든지 추가 교육을 요청하든지 하라`는 등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 요구가 명확해 누구든 데려가도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인력을 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데, 정작 SW사업의 실무의 많은 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소SW기업은 R&D, 인재양성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합니다. 서울어코드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공백을 메워주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입니다. 지원이 지속돼야 합니다.
이=저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컴공과 인력은 채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첫째, 비싸고 둘째, 공고를 해도 비전공자들이 몰립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전공자를 채용해 교육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진행하려는 프로젝트와 유사한 업무를 했던 인력을 채용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직원은 다른 업무는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실업자가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도=2012년 통계 조사를 보면 사업을 수료한 학생의 취업률이 일반 공학계열 평균 보다 9.2% 높습니다. 일반 공학계열 취업률 평균이 67.4%인데, 서울어코드사업 수료 학과의 경우 76.6%였습니다. 이러한 양적인 측면 뿐 아니라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지취업률(6개월 평균 : 년 95.5% 2011년 4년제 대학평균 84.1% 수준)이 높고 전공취업률 또한 2012년 92.9%로 높습니다. 문제는 이런 졸업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면 나머지 중소기업에 들어갈 인원이 없다는 겁니다.
이=저희 대학과 협력하는 기업 중 하나가 깜짝 놀랄 제안을 했는데, 장학금을 지급할 테니 3학년말의 학생 4명을 선발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장학금은 1학기 50%, 2학기 75% 지급하고 채용 조건 없이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업 대표는 4명의 총 장학금 비용이 2500만원인데 자사의 대리급 직원 1명의 연봉이라는 겁니다. 이 비용을 가지고 동국대 학생 4명을 동원해 기업이 하고 싶었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할 수 있으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타 회사에서는 1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중소기업들에 확산하면 좋을 듯합니다.
도=기존 정부지원 인턴제도는 채용연계 저조, 교육효과 미흡 및 학점 불인정 등의 문제가 지속돼 왔습니다. 그래서 작년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 특별법)을 만들어 학점이수 인턴제를 도입한 겁니다. 기업 및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도록 내실을 기하는 인턴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같은 공대 내에서도 서울어코드 활성화지원사업을 받는 컴퓨터공학과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미래부의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이 있고 취업도 잘 되기 때문이죠.
사회=그렇다면 답이 보이는군요. 지원 대상을 컴퓨터공학과뿐 아니라 인접 학과나 다른 학과로 확대하면 되지 않습니까. 인원이 늘어 중소기업 필요인원도 양성될 거구요.
이=컴퓨터공학과 학생이 수요가 많다고 모든 학생을 컴퓨터 공학과 학생으로 만들 수 없지만, 같은 이공계라 하더라도 비 컴공과 학생을 공학인증을 통해 인력 미스매치를 만회할 방법은 있습니다. 대학생들도 고민을 좀 더 해야 합니다. SI대기업보다는 작은 SW기업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능력을 발휘해 보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인력 채용 구조도 대기업에서 우수 인재를 싹 쓸어갈 게 아니라, 중소기업 다니다가 능력 개발해 대기업으로 가고 이들이 은퇴 후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오는 생태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중소기업에 능력을 쌓으면 몇 년 있다 대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문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도=컴퓨터 인력이 부족하니, 인력 확산을 위해서 복수전공, 부전공제를 지원해 융합교육의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 전공자가 SW인재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ICT융합대학(서울대 강원대 제주대)을 선정했고 올해는 더 늘릴 예정입니다. 대학원도 ICT융합대학원 모델을 도입하려 합니다. 한 학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아니고, IT융합 프로그램에 대해 지원하니 다른 학과 학생도 혜택을 받습니다. 학제간 벽을 허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IT분야의 예산을 타 분야로 지원할 때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확산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입니다.
이=동국대의 경우도 보면 ICIP산학협력 프로젝트에 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잘 알려진 기업 위주입니다. 대학과 산학협력을 하고 싶은데 통로를 몰라 진행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도=학생들에게 강소기업을 발굴해서 기업설명회 또는 취업상담회를 열어 홍보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박=대기업에 쏠리는 인재를 중소기업에 돌리려면 대학의 산학프로그램과 정부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소통돼야 합니다. 그런데 소홀한 측면이 있어요.
사회=서울어코드의 활성화의 문제는 곧 이공계 대학의 교육 내실화의 문제인데요, 현재와 같이 SCI논문 수 위주로 교수역량 평가를 하면 교수들이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투신에 소홀하지 않을까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방법은 없나요.
이=대학은 연구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언론사 대학순위 등의 영향으로 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이 SCI논문 쓰는 데만 몰두하고 있죠. 논문의 수가 승진과 연봉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어코드 활성화 사업은 이 부분에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비중을 같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행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서울어코드의 성공적인 진행을 하고 있는 대학들을 보면 대다수 교수들이 연구 못지 않게 교육에 헌신하는 곳입니다. 학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요.
김=지난달 출범한 공과대학혁신위에서도 교수들이 논문 수에 집착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월성 교육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대학의 목표입니다. 서울 어코드도 교수평가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산학협력을 어느 정도 수행 했느냐가 평가 항목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교육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가 중점 평가 대상입니다.
이=동국대의 경우 사업 시행 시 총장님께 교수 평가의 규정 변경 등 다양한 요구를 했습니다. 총장님에게 `학교 재학 때 기억나는 은사님이 SCI 논문을 많이 쓰신 분입니까, 아니면 잘 가르쳐 주신 분입니까`하고 질문하자 잘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니 규정을 바꿔 주십시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선해주시더군요. 하지만 총장님은 사업에서 떨어질 시에는 규정을 안 바꾸겠다 하시더군요(웃음)
김=그 때 규정을 컴공과만 바꾸셨습니까, 공대 전체를 바꾸셨습니까.
도=원래 이 사업에 들어오는 학과만 바꾸는 건데 공대 전체 규정을 바꾸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토목, 건축 등 타 학과 교수님들이 서울어코드 참여로 규정이 바뀌는 부분에 불만을 갖기도 했습니다.
박=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교수님들은 논문을 쓰시는 것보다는 제품이나, 기술 등의 실제 사업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걸로 평가를 받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도 논문으로도 인정해 줬으면 합니다.
사회=SCI 논문 수 평가는 논문 찍어내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공대혁신위에서 주요 과제로 이를 내세운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저도 1년에 1~2건은 쓰고 있습니다. 서울어코드 맡지 말고 SCI논문만 쓰는 건 외려 수월합니다. 양적으로 수치화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회=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피터힉스 교수는 현재와 같이 논문 양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는 자신과 같은 사람은 대학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국내나 외국이나 SCI 논문 수 평가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국은 SCI 논문 수에 평가지표가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다. 평가지표 10개 중 8개가 컨퍼런스입니다. 소프트웨어분야는 거의 컨퍼런스입니다. 그런데 국내는 콘퍼런스나 국내학회지 발표가 평가지표에 포함 안됩니다. 국내 KSCI는 0점, 컨퍼런스도 0점입니다. 그래서 국내 각 학회가 활성화가 안 되고 있습니다. 학회에서 교수와 학자들이 많이 만나고 대화해야 무엇인가 나오고 융합이 되지 않겠습니까. 학회가 활성화 될 필요가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정보과학회, 정보처리학회에서 지경부, 진흥원 등의 세션을 마련해 공학인증 등 다양한 내용을 전달했으나, 최근에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초청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도=NIPA에서는 미래부의 지침을 받아 프로젝트 위주로 기준을 바꿔 지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논문을 보지 않는 쪽으로 비중을 낮추고 있습니다. 기존 산학협력 특허 등을 중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음 사업자로 선정되었을 때 다양한 지표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표보다는 성과가 나오고 학생-기업-학교가 모두 좋으니 과제 수행 책임자로서 뿌듯합니다. 좋은 지표를 만들어 놓으면 따라가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서울 어코드는 이제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어코드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이=어느 정부부처에서 인재양성 사업을 꾸준히 10년 이상 지속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미래부가 서울어코드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데 대해 감사 드립니다. 지금까지 서울어코드 지원사업은 대학-정부-기업이 호흡이 잘 맞아 성공했습니다. 이런 기조를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흔히 상위권 대학의 참여를 독려하고 일부 처지는 대학들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서울어코드 위원회는 적극 노력할 겁니다. 서울어코드는 각 대학들에 일률적인 교육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짜면 됩니다. 다만, CAC교육의 핵심인 과학, 수학, 설계 능력 향상을 필수요건으로 제시합니다
박=SW기업들에게 서울어코드는 그나마 맞춤 인재양성의 기회입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더 늘려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인력구조상 적극적인 리드가 불가능합니다. 대학과 NIPA가 먼저 정보를 주고 손을 내미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협회에서도 회원사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펴겠습니다.
도=일부 소위 명문대에서 지금까지는 서울어코드활성화지원사업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 대학은 심사를 신청했다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상위권대도 서울어코드를 적극 도입하면 지금보다 교육의 질이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소위 수도권 중위권 대학과 지방대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우수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과의 확산이 중요합니다.
김=정부 입장에서는 성과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학교별 스스로 추구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목표가 있고 그 성과지표도 다릅니다. 정부는 서울어코드와 연계해 SW를 비롯한 컴퓨터정보기술 등 공학교육 혁신을 위해 앞으로도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과대학 혁신이 현 정부의 주요과제이기도 합니다.
정리=이규화 선임기자 david@ ㆍ임신섭 연구원 issue1007@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사회=대학간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는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평가를 매년 하다 보니 대학간 경쟁이 유발되어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서울어코드 워크숍에서 종종 듣는 얘기가 기업 이름은 밝히지 말라는 겁니다. 경쟁사의 견제가 들어오고 대학들로부터 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기업 참여를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각 대학마다 차별화 된 노하우를 개발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도 아울러 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학과들이 공동 추진하면 가산점을 주는 등의 유인책을 통해 경쟁 및 학과별 폐쇄성을 상쇄 할 수 있을 겁니다. 일정 수준 및 신뢰도에 따라 2년, 3년, 6년 마다 평가를 진행하는 등 기간에 차등을 두고 평가를 진행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어떨지 합니다.
박=대부분의 중소 SW기업들은 서울어코드 산학협력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서울어코드 위원회와 우리 협회가 중소기업들에 대해 산학협력프로그램의 이점을 적극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SW분야에서 대기업의 목소리보다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크게 나타다고 있는데, 항상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인재양성 특혜를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간의 차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대학 주변의 산업 환경, 학생 수, 학교의 네임 밸류의 차이 등 여러 외부 요인이 작용합니다. 못하는 학교도 미래가 있습니다. 서울지역에서 동국대가 기여하는 것보다 호남에서 전북대가 기여하는 부분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성과 공유는 차이점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확대하는 과정입니다.
사회=서울어코드 도입과 정부의 활성화지원사업으로 산업현장에서 성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동국대처럼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졸업 후 진로를 멘토 기업으로 이어가거나 특화된 분야의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면 현재 문제가 심각한 청년취업난 해소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서울어코드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기업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인력을 쓰지 않습니다. SW는 기술 쏠림 현상도 심하고 기술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산업입니다. 때문에 대학에서는 `우리는 이 정도의 레벨의 사람을 키운다, 나머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은 자체 교육을 하든지 추가 교육을 요청하든지 하라`는 등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 요구가 명확해 누구든 데려가도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인력을 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데, 정작 SW사업의 실무의 많은 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소SW기업은 R&D, 인재양성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합니다. 서울어코드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공백을 메워주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입니다. 지원이 지속돼야 합니다.
이=저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컴공과 인력은 채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첫째, 비싸고 둘째, 공고를 해도 비전공자들이 몰립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전공자를 채용해 교육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진행하려는 프로젝트와 유사한 업무를 했던 인력을 채용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직원은 다른 업무는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실업자가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도=2012년 통계 조사를 보면 사업을 수료한 학생의 취업률이 일반 공학계열 평균 보다 9.2% 높습니다. 일반 공학계열 취업률 평균이 67.4%인데, 서울어코드사업 수료 학과의 경우 76.6%였습니다. 이러한 양적인 측면 뿐 아니라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지취업률(6개월 평균 : 년 95.5% 2011년 4년제 대학평균 84.1% 수준)이 높고 전공취업률 또한 2012년 92.9%로 높습니다. 문제는 이런 졸업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면 나머지 중소기업에 들어갈 인원이 없다는 겁니다.
이=저희 대학과 협력하는 기업 중 하나가 깜짝 놀랄 제안을 했는데, 장학금을 지급할 테니 3학년말의 학생 4명을 선발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장학금은 1학기 50%, 2학기 75% 지급하고 채용 조건 없이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업 대표는 4명의 총 장학금 비용이 2500만원인데 자사의 대리급 직원 1명의 연봉이라는 겁니다. 이 비용을 가지고 동국대 학생 4명을 동원해 기업이 하고 싶었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할 수 있으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타 회사에서는 1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중소기업들에 확산하면 좋을 듯합니다.
도=기존 정부지원 인턴제도는 채용연계 저조, 교육효과 미흡 및 학점 불인정 등의 문제가 지속돼 왔습니다. 그래서 작년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 특별법)을 만들어 학점이수 인턴제를 도입한 겁니다. 기업 및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도록 내실을 기하는 인턴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같은 공대 내에서도 서울어코드 활성화지원사업을 받는 컴퓨터공학과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미래부의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이 있고 취업도 잘 되기 때문이죠.
사회=그렇다면 답이 보이는군요. 지원 대상을 컴퓨터공학과뿐 아니라 인접 학과나 다른 학과로 확대하면 되지 않습니까. 인원이 늘어 중소기업 필요인원도 양성될 거구요.
이=컴퓨터공학과 학생이 수요가 많다고 모든 학생을 컴퓨터 공학과 학생으로 만들 수 없지만, 같은 이공계라 하더라도 비 컴공과 학생을 공학인증을 통해 인력 미스매치를 만회할 방법은 있습니다. 대학생들도 고민을 좀 더 해야 합니다. SI대기업보다는 작은 SW기업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능력을 발휘해 보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인력 채용 구조도 대기업에서 우수 인재를 싹 쓸어갈 게 아니라, 중소기업 다니다가 능력 개발해 대기업으로 가고 이들이 은퇴 후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오는 생태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중소기업에 능력을 쌓으면 몇 년 있다 대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문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도=컴퓨터 인력이 부족하니, 인력 확산을 위해서 복수전공, 부전공제를 지원해 융합교육의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 전공자가 SW인재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ICT융합대학(서울대 강원대 제주대)을 선정했고 올해는 더 늘릴 예정입니다. 대학원도 ICT융합대학원 모델을 도입하려 합니다. 한 학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아니고, IT융합 프로그램에 대해 지원하니 다른 학과 학생도 혜택을 받습니다. 학제간 벽을 허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IT분야의 예산을 타 분야로 지원할 때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확산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입니다.
이=동국대의 경우도 보면 ICIP산학협력 프로젝트에 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잘 알려진 기업 위주입니다. 대학과 산학협력을 하고 싶은데 통로를 몰라 진행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도=학생들에게 강소기업을 발굴해서 기업설명회 또는 취업상담회를 열어 홍보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박=대기업에 쏠리는 인재를 중소기업에 돌리려면 대학의 산학프로그램과 정부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소통돼야 합니다. 그런데 소홀한 측면이 있어요.
사회=서울어코드의 활성화의 문제는 곧 이공계 대학의 교육 내실화의 문제인데요, 현재와 같이 SCI논문 수 위주로 교수역량 평가를 하면 교수들이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투신에 소홀하지 않을까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방법은 없나요.
이=대학은 연구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언론사 대학순위 등의 영향으로 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이 SCI논문 쓰는 데만 몰두하고 있죠. 논문의 수가 승진과 연봉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어코드 활성화 사업은 이 부분에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비중을 같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행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서울어코드의 성공적인 진행을 하고 있는 대학들을 보면 대다수 교수들이 연구 못지 않게 교육에 헌신하는 곳입니다. 학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요.
김=지난달 출범한 공과대학혁신위에서도 교수들이 논문 수에 집착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월성 교육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대학의 목표입니다. 서울 어코드도 교수평가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산학협력을 어느 정도 수행 했느냐가 평가 항목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교육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가 중점 평가 대상입니다.
이=동국대의 경우 사업 시행 시 총장님께 교수 평가의 규정 변경 등 다양한 요구를 했습니다. 총장님에게 `학교 재학 때 기억나는 은사님이 SCI 논문을 많이 쓰신 분입니까, 아니면 잘 가르쳐 주신 분입니까`하고 질문하자 잘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니 규정을 바꿔 주십시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선해주시더군요. 하지만 총장님은 사업에서 떨어질 시에는 규정을 안 바꾸겠다 하시더군요(웃음)
김=그 때 규정을 컴공과만 바꾸셨습니까, 공대 전체를 바꾸셨습니까.
도=원래 이 사업에 들어오는 학과만 바꾸는 건데 공대 전체 규정을 바꾸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토목, 건축 등 타 학과 교수님들이 서울어코드 참여로 규정이 바뀌는 부분에 불만을 갖기도 했습니다.
박=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교수님들은 논문을 쓰시는 것보다는 제품이나, 기술 등의 실제 사업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걸로 평가를 받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도 논문으로도 인정해 줬으면 합니다.
사회=SCI 논문 수 평가는 논문 찍어내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공대혁신위에서 주요 과제로 이를 내세운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저도 1년에 1~2건은 쓰고 있습니다. 서울어코드 맡지 말고 SCI논문만 쓰는 건 외려 수월합니다. 양적으로 수치화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회=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피터힉스 교수는 현재와 같이 논문 양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는 자신과 같은 사람은 대학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국내나 외국이나 SCI 논문 수 평가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국은 SCI 논문 수에 평가지표가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다. 평가지표 10개 중 8개가 컨퍼런스입니다. 소프트웨어분야는 거의 컨퍼런스입니다. 그런데 국내는 콘퍼런스나 국내학회지 발표가 평가지표에 포함 안됩니다. 국내 KSCI는 0점, 컨퍼런스도 0점입니다. 그래서 국내 각 학회가 활성화가 안 되고 있습니다. 학회에서 교수와 학자들이 많이 만나고 대화해야 무엇인가 나오고 융합이 되지 않겠습니까. 학회가 활성화 될 필요가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정보과학회, 정보처리학회에서 지경부, 진흥원 등의 세션을 마련해 공학인증 등 다양한 내용을 전달했으나, 최근에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초청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도=NIPA에서는 미래부의 지침을 받아 프로젝트 위주로 기준을 바꿔 지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논문을 보지 않는 쪽으로 비중을 낮추고 있습니다. 기존 산학협력 특허 등을 중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음 사업자로 선정되었을 때 다양한 지표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표보다는 성과가 나오고 학생-기업-학교가 모두 좋으니 과제 수행 책임자로서 뿌듯합니다. 좋은 지표를 만들어 놓으면 따라가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서울 어코드는 이제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어코드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이=어느 정부부처에서 인재양성 사업을 꾸준히 10년 이상 지속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미래부가 서울어코드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데 대해 감사 드립니다. 지금까지 서울어코드 지원사업은 대학-정부-기업이 호흡이 잘 맞아 성공했습니다. 이런 기조를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흔히 상위권 대학의 참여를 독려하고 일부 처지는 대학들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서울어코드 위원회는 적극 노력할 겁니다. 서울어코드는 각 대학들에 일률적인 교육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짜면 됩니다. 다만, CAC교육의 핵심인 과학, 수학, 설계 능력 향상을 필수요건으로 제시합니다
박=SW기업들에게 서울어코드는 그나마 맞춤 인재양성의 기회입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더 늘려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인력구조상 적극적인 리드가 불가능합니다. 대학과 NIPA가 먼저 정보를 주고 손을 내미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협회에서도 회원사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펴겠습니다.
도=일부 소위 명문대에서 지금까지는 서울어코드활성화지원사업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 대학은 심사를 신청했다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상위권대도 서울어코드를 적극 도입하면 지금보다 교육의 질이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소위 수도권 중위권 대학과 지방대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우수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과의 확산이 중요합니다.
김=정부 입장에서는 성과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학교별 스스로 추구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목표가 있고 그 성과지표도 다릅니다. 정부는 서울어코드와 연계해 SW를 비롯한 컴퓨터정보기술 등 공학교육 혁신을 위해 앞으로도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과대학 혁신이 현 정부의 주요과제이기도 합니다.
정리=이규화 선임기자 david@ ㆍ임신섭 연구원 issue1007@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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