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드디어 국가정책으로 채택이 되었다. 2011년에 일어난 9.15 단전사태 이후 전력위기가 계속되는 데다 원전비리로 인하여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여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에 과연 정부에서 어떤 해법을 내어 놓을지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이번에 수립된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하여 아직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이전의 계획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앞으로 전력정책을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전력정책은 분명 공급위주의 정책이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전력수요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겼고, 늘어나는 수요 이상으로 전력설비를 더 건설하겠다는 것이 전력정책의 요지였다. 그러다 보니 좁은 국토에 전력설비는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가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총이 곱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더 짓고 싶어도 마땅히 지을 장소를 찾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전력설비를 짓지 않으면서 전력수급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왔는데 그 해답이 바로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 정책이 아닌가 한다.
전력란이 한창이던 작년 1월, 한겨울을 앞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시행했던 적이 있었다. 방송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했더니 무려 770만kW의 전력수요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이것은 원자력발전기 7대가 만들어내는 전력보다 더 많은 양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엄청난 양의 전력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1년 9.15 순환단전 사태 때 약 500만kW의 전력이 차단되면서 750만 가구에 정전을 불러오고 국가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던 것과 비교한다면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확한 정보가 적절한 시기에 전력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 전력수요는 반드시 반응한다. 9.15 단전 때의 문제는 차단된 전력의 양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서 막무가내 식으로 단전을 하였던 데에 있었다고 본다. 발전소를 더 지어서 전력을 더 만들어내는 것이 전력수급의 한 가지 방안이라면, ICT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필요한 시기에 수요를 조절하도록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은 방안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된다면 발전소나 송전선로의 건설을 줄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ICT를 응용하는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도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발전소나 송전탑을 더 건설하는 것만으로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ICT 기술을 전력 신기술과 융합시킨다면 환경을 보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도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인 전력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전력수요의 변화에 따라 전기요금도 함께 변동하는 피크타임요금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전력수요반응 효과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전기요금체계를 개선하고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등 정부의 꾸준한 노력을 기대한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만이 발전소가 아니다. 이제는 ICT도 당당한 발전소이다.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이제까지의 전력정책은 분명 공급위주의 정책이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전력수요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겼고, 늘어나는 수요 이상으로 전력설비를 더 건설하겠다는 것이 전력정책의 요지였다. 그러다 보니 좁은 국토에 전력설비는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가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총이 곱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더 짓고 싶어도 마땅히 지을 장소를 찾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전력설비를 짓지 않으면서 전력수급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왔는데 그 해답이 바로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 정책이 아닌가 한다.
전력란이 한창이던 작년 1월, 한겨울을 앞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시행했던 적이 있었다. 방송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했더니 무려 770만kW의 전력수요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이것은 원자력발전기 7대가 만들어내는 전력보다 더 많은 양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엄청난 양의 전력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1년 9.15 순환단전 사태 때 약 500만kW의 전력이 차단되면서 750만 가구에 정전을 불러오고 국가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던 것과 비교한다면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확한 정보가 적절한 시기에 전력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 전력수요는 반드시 반응한다. 9.15 단전 때의 문제는 차단된 전력의 양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서 막무가내 식으로 단전을 하였던 데에 있었다고 본다. 발전소를 더 지어서 전력을 더 만들어내는 것이 전력수급의 한 가지 방안이라면, ICT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필요한 시기에 수요를 조절하도록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은 방안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된다면 발전소나 송전선로의 건설을 줄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ICT를 응용하는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도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발전소나 송전탑을 더 건설하는 것만으로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ICT 기술을 전력 신기술과 융합시킨다면 환경을 보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도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인 전력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전력수요의 변화에 따라 전기요금도 함께 변동하는 피크타임요금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전력수요반응 효과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전기요금체계를 개선하고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등 정부의 꾸준한 노력을 기대한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만이 발전소가 아니다. 이제는 ICT도 당당한 발전소이다.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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