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비트코인' 열풍이 새해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각 국 중앙은행의 견제(?)에도 불구 페이스북ㆍ징가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연초부터 폭락했던 가격을 빠르게 회복해 가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이버 화폐(머니)다. 그런데 단순히 온라인에서만 거래되지 않는다. 미국ㆍ캐나다ㆍ독일ㆍ영국ㆍ중국ㆍ일본 등 상당수 국가에서 비트코인으로 실물거래가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석유생산자 기구인 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가 석유판매 때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으며,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곳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는 북한에서도 비트코인이 첫 거래됐다고 한다.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제치고 새로운 화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인 수용성과 가치 변동성, 안정성 등에서 큰 허점을 들어내고 있다. 특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가치 변동성을 보면 투기적 거래마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열풍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부럽다. 비트코인의 법정 또는 민간 화폐로서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규제와 통제로 대변되는 작금의 금융질서를 IT기술로 새롭게 재편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IT강국이자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도 비트코인 못지 않은 사이버 화폐가 있었다. 한때 국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불리던 싸이월드의 `도토리'다.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을 강타한 도토리 열풍은 비트코인과 다분히 흡사하다. 도토리 선물하기는 당시 온라인 최대의 유행이었고, 1개에 100원하는 도토리의 하루 평균 매출이 1억원을 넘었다. 비트코인처럼 오프라인에서 실물거래도 가능했다.
하지만 도토리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싸이월드의 쇠락과 함께 서서히 사그라지더니 지금은 이름조차 유명무실하다. 도토리는 왜 몰락했을까. 힌트는 비트코인에 있다.
비트코인은 2012년 중반까지는 해도 수많은 사이버 화폐 중 하나였다. 당시 1비트코인당 가치는 5달러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3월 키프로스 사태 이후이다. 금융위기로 키프로스 정부가 금융 통제에 들어가자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대이동했다. 기존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었던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공 요인은 정부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아직까지 이를 잘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도토리는 어땠는가. 싸이월드는 성공과 함께 SK커뮤니케이션즈라는 대기업에 인수됐다. 기존 질서의 통제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정부의 각종 규제가 시작됐다. 페이스북ㆍ트위터 등 글로벌 경쟁 서비스의 등장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싸이월드와 도토리 몰락의 직접적 요인이지만, 그 이면에 통제와 규제가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각 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현재 비트코인 규제를 준비중이다. 미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유통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허가제 등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도 국세청이 감독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국 내 10개 온라인 결제사이트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취급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우리나라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이미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린바 있다. 도토리의 몰락을 보며 비트코인의 `화폐 혁명'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비트코인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이버 화폐(머니)다. 그런데 단순히 온라인에서만 거래되지 않는다. 미국ㆍ캐나다ㆍ독일ㆍ영국ㆍ중국ㆍ일본 등 상당수 국가에서 비트코인으로 실물거래가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석유생산자 기구인 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가 석유판매 때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으며,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곳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는 북한에서도 비트코인이 첫 거래됐다고 한다.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제치고 새로운 화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인 수용성과 가치 변동성, 안정성 등에서 큰 허점을 들어내고 있다. 특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가치 변동성을 보면 투기적 거래마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열풍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부럽다. 비트코인의 법정 또는 민간 화폐로서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규제와 통제로 대변되는 작금의 금융질서를 IT기술로 새롭게 재편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IT강국이자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도 비트코인 못지 않은 사이버 화폐가 있었다. 한때 국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불리던 싸이월드의 `도토리'다.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을 강타한 도토리 열풍은 비트코인과 다분히 흡사하다. 도토리 선물하기는 당시 온라인 최대의 유행이었고, 1개에 100원하는 도토리의 하루 평균 매출이 1억원을 넘었다. 비트코인처럼 오프라인에서 실물거래도 가능했다.
하지만 도토리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싸이월드의 쇠락과 함께 서서히 사그라지더니 지금은 이름조차 유명무실하다. 도토리는 왜 몰락했을까. 힌트는 비트코인에 있다.
비트코인은 2012년 중반까지는 해도 수많은 사이버 화폐 중 하나였다. 당시 1비트코인당 가치는 5달러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3월 키프로스 사태 이후이다. 금융위기로 키프로스 정부가 금융 통제에 들어가자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대이동했다. 기존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었던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공 요인은 정부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아직까지 이를 잘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도토리는 어땠는가. 싸이월드는 성공과 함께 SK커뮤니케이션즈라는 대기업에 인수됐다. 기존 질서의 통제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정부의 각종 규제가 시작됐다. 페이스북ㆍ트위터 등 글로벌 경쟁 서비스의 등장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싸이월드와 도토리 몰락의 직접적 요인이지만, 그 이면에 통제와 규제가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각 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현재 비트코인 규제를 준비중이다. 미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유통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허가제 등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도 국세청이 감독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국 내 10개 온라인 결제사이트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취급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우리나라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이미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린바 있다. 도토리의 몰락을 보며 비트코인의 `화폐 혁명'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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