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행하던 `아무도 모르는 3가지'란 유머가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생각'을 지칭하는 우스갯소리로 현재 정치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하지만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이 든다.
최근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 이를 빗댄 `금융권의 아무도 모르는 3가지'라는 농담이 오간다. 정답은 `은행의 창조금융', `금융위의 금융개혁', `우리금융의 미래'로 역시 현재의 금융상황을 꼬집는 유머다. 그런데 뒷맛은 원조 아무도 모르는 3가지 보다 더 개운치 않다. 관치금융의 벽과 함께 금융권 관계자들의 자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미래야 현재 매각 작업이 추진 중이니 차치하더라도 은행의 창조금융과 금융위의 금융개혁은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치 창조경제와 새정치의 금융판처럼 일방통행식 주장만 있지 실체가 없다.
먼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은행들이 너도나도 창조금융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구호에 그치고 있다. 창조금융을 한다며 내놓은 게 고작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상품을 경쟁적으로 늘린 정도다. 그나마도 실적이 미미하다. 기업은행은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총 2000억원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을 출시했으나 현재까지 실적이 전무하다.
NH농협은행이 전국 16개 테크노파크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출시한 NH테크노파크 기업대출도 실적이 전혀 없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기술창조기업 성장지원 대출은 실적은 있으나 8억원에 불과하다. 창조금융이 이명박정부의 `녹색금융'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은행들은 지난 정부에서도 녹색경제에 발맞춰 우후죽순 격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았으나 결국에는 흐지부지되지 않았는가.
금융위의 금융개혁 역시 `태스크포스(TF) 잔치'에 그쳤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우리금융 민영화' 등 4대 TF를 만들었다. 이중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금융감독체계 개편 TF가 내놓은 결과물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신 위원장이 "통렬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지를 보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며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도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내에 두고 금융사에 대한 제재권을 금융위가 사실상 가져오는 것으로 결론을 내면서 양 기관이 적당히 권력을 나눠갔는데 그쳤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라"며 퇴짜를 놓았을까.
창조금융과 금융개혁이 한낱 우스갯소리로 전락한데는 은행과 금융당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 사실 창조금융을 하기에 우리 금융토양은 너무 척박하다. 현재의 은행 구조로는 기술과 아이디어만 보고 대출을 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평가해 계량화하기 쉽지 않은 데다, 잘못되면 은행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구조에서 어떻게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은행 관계자의 하소연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은행에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내놓은 창조금융 상품은 모두 정부의 구호에 맞춘 보여주기 식이었다. 예를 들어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IP를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 은행들은 금융토양 탓 만 할 게 아니라, 현재의 금융토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본지가 개최한 `창조경제와 ICT 기업인의 역할과 과제' 강연회에서 "창조기업 육성은 대출보다는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개혁도 마찬가지다. 우리 금융현실은 한마디로 `관치'다. 대형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금융권 전반의 모든 요직은 `모피아`(재무부의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차지하고 있다. TF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최근 금융ㆍ경제 관련 교수 및 전문가 143명이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창조금융과 금융개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창조금융과 금융개혁은 새정부의 정책기조가 아니더라도, 위기에 직면한 우리 금융환경의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그 첫 단추는 은행 스스로 창조금융의 토양을 키우고, 금융당국은 관치를 중단하는 것이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최근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 이를 빗댄 `금융권의 아무도 모르는 3가지'라는 농담이 오간다. 정답은 `은행의 창조금융', `금융위의 금융개혁', `우리금융의 미래'로 역시 현재의 금융상황을 꼬집는 유머다. 그런데 뒷맛은 원조 아무도 모르는 3가지 보다 더 개운치 않다. 관치금융의 벽과 함께 금융권 관계자들의 자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미래야 현재 매각 작업이 추진 중이니 차치하더라도 은행의 창조금융과 금융위의 금융개혁은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치 창조경제와 새정치의 금융판처럼 일방통행식 주장만 있지 실체가 없다.
먼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은행들이 너도나도 창조금융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구호에 그치고 있다. 창조금융을 한다며 내놓은 게 고작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상품을 경쟁적으로 늘린 정도다. 그나마도 실적이 미미하다. 기업은행은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총 2000억원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을 출시했으나 현재까지 실적이 전무하다.
NH농협은행이 전국 16개 테크노파크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출시한 NH테크노파크 기업대출도 실적이 전혀 없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기술창조기업 성장지원 대출은 실적은 있으나 8억원에 불과하다. 창조금융이 이명박정부의 `녹색금융'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은행들은 지난 정부에서도 녹색경제에 발맞춰 우후죽순 격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았으나 결국에는 흐지부지되지 않았는가.
금융위의 금융개혁 역시 `태스크포스(TF) 잔치'에 그쳤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우리금융 민영화' 등 4대 TF를 만들었다. 이중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금융감독체계 개편 TF가 내놓은 결과물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신 위원장이 "통렬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지를 보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며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도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내에 두고 금융사에 대한 제재권을 금융위가 사실상 가져오는 것으로 결론을 내면서 양 기관이 적당히 권력을 나눠갔는데 그쳤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라"며 퇴짜를 놓았을까.
창조금융과 금융개혁이 한낱 우스갯소리로 전락한데는 은행과 금융당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 사실 창조금융을 하기에 우리 금융토양은 너무 척박하다. 현재의 은행 구조로는 기술과 아이디어만 보고 대출을 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평가해 계량화하기 쉽지 않은 데다, 잘못되면 은행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구조에서 어떻게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은행 관계자의 하소연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은행에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내놓은 창조금융 상품은 모두 정부의 구호에 맞춘 보여주기 식이었다. 예를 들어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IP를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 은행들은 금융토양 탓 만 할 게 아니라, 현재의 금융토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본지가 개최한 `창조경제와 ICT 기업인의 역할과 과제' 강연회에서 "창조기업 육성은 대출보다는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개혁도 마찬가지다. 우리 금융현실은 한마디로 `관치'다. 대형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금융권 전반의 모든 요직은 `모피아`(재무부의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차지하고 있다. TF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최근 금융ㆍ경제 관련 교수 및 전문가 143명이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창조금융과 금융개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창조금융과 금융개혁은 새정부의 정책기조가 아니더라도, 위기에 직면한 우리 금융환경의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그 첫 단추는 은행 스스로 창조금융의 토양을 키우고, 금융당국은 관치를 중단하는 것이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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