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모든 부문에 걸쳐 다양한 정책이 실시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활용했지만, 이제는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들조차 우리나라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정책담당자들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끈 주역은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제시한 자신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말 그럴까? 원래 정책은 `시장의 실패'가 있을 때 개입하는 것이고, 그 개입도 `정책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시장친화적 방식으로 개입할 때 비로소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은 그런 방식으로 시행되어 왔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같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실업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게 채용하면 장려금을 주는 채용장려금 제도는 대부분 몇 백만원 수준의 장려금을 채용하는 기업에게 주지만 이것이 실제로 신규고용을 창출할까? 단기간의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장기근속의 정규직을 채용하는 기업이 몇 백만원 수준의 채용장려금만으로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미 채용계획이 있었던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규고용창출효과는 크지 않다. 또 직업훈련기관에서 몇 개월간의 맞춤훈련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여 취업을 시킨다고 하는 사업도 자주 시행되지만, 이렇게 몇 개월만에 양성될 수 있는 맞춤형 인력을 대학은 왜 4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양성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것은 직업훈련기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혹은 교육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R&D 지원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원한 R&D사업의 평가가 대부분 성공이라고 나오는 것은 절대평가방식을 택하는 한 불가피한 결과이다. 만약 지원대상 대부분이 성공했다고 판정하는 절대평가방식 대신, 10% 정도는 평가를 통해 무조건 탈락시키는 상대평가방식을 택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평가를 받는 기업도 평가를 하는 평가위원도 평가를 주관하는 정책담당자도 모두 긴장하여 제대로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대중소기업 상생정책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모기업인 대기업은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가 말하지 않아도 중소기업과 협력을 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 분야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겉으로는 협력하는 시늉을 하겠지만 필요에 입각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한다면 억지춘향식 대중소 협력을 강제하기보다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독립 지향적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어떨까? 중견기업의 수가 왜 적은가에 대한 원인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견기업의 수가 적으니 기존의 중견기업을 더욱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대기업의 수가 적으니 대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만큼이나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 한정된 재원을 감안한다면 이미 업력도 꽤 되고 생존능력도 검증된 중견기업보다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경쟁력이 취약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왕성하여 미래에 중견기업으로 발전한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정책들은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참여주체의 인센티브시스템이나 사업의 성과평가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정책이 `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보정하고 `정책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말 그럴까? 원래 정책은 `시장의 실패'가 있을 때 개입하는 것이고, 그 개입도 `정책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시장친화적 방식으로 개입할 때 비로소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은 그런 방식으로 시행되어 왔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같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실업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게 채용하면 장려금을 주는 채용장려금 제도는 대부분 몇 백만원 수준의 장려금을 채용하는 기업에게 주지만 이것이 실제로 신규고용을 창출할까? 단기간의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장기근속의 정규직을 채용하는 기업이 몇 백만원 수준의 채용장려금만으로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미 채용계획이 있었던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규고용창출효과는 크지 않다. 또 직업훈련기관에서 몇 개월간의 맞춤훈련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여 취업을 시킨다고 하는 사업도 자주 시행되지만, 이렇게 몇 개월만에 양성될 수 있는 맞춤형 인력을 대학은 왜 4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양성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것은 직업훈련기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혹은 교육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R&D 지원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원한 R&D사업의 평가가 대부분 성공이라고 나오는 것은 절대평가방식을 택하는 한 불가피한 결과이다. 만약 지원대상 대부분이 성공했다고 판정하는 절대평가방식 대신, 10% 정도는 평가를 통해 무조건 탈락시키는 상대평가방식을 택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평가를 받는 기업도 평가를 하는 평가위원도 평가를 주관하는 정책담당자도 모두 긴장하여 제대로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대중소기업 상생정책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모기업인 대기업은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가 말하지 않아도 중소기업과 협력을 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 분야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겉으로는 협력하는 시늉을 하겠지만 필요에 입각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한다면 억지춘향식 대중소 협력을 강제하기보다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독립 지향적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어떨까? 중견기업의 수가 왜 적은가에 대한 원인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견기업의 수가 적으니 기존의 중견기업을 더욱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대기업의 수가 적으니 대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만큼이나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 한정된 재원을 감안한다면 이미 업력도 꽤 되고 생존능력도 검증된 중견기업보다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경쟁력이 취약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왕성하여 미래에 중견기업으로 발전한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정책들은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참여주체의 인센티브시스템이나 사업의 성과평가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정책이 `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보정하고 `정책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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