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 2020 스마트코리아-스마트 거버넌스
ICT(정보통신기술) 정부부처는 80년대부터 90년대에 체신부, 1994년부터 2008년까지의 정보통신부를 거쳐 2008년부터 현재까지 방송통신위원회 체제로 변모되어 왔다. ICT 거버넌스의 변화는 각기 시대적 명분과 소명을 가지고 이루어졌고, 또 나름의 정책성과를 가져왔다. 과거 경제 성장기에 TDX 국산교환기 개발을 통해 전화적체 해소가 체신부의 성과였다면, 현재의 IT강국, 세계최고의 유무선 인프라 보급율, IT분야의 높은 GDP 기여도는 정보통신부의 과감한 시장개방, 경쟁촉진, 산업진흥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신 정부 출범을 앞둔 2007년 즈음, ICT분야는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컨버전스 혁신'이라는 체제저항에 직면하게된다. 정보통신부가 2000년대 중반이후 IT839 정책 기조하에 추진해 온 BcN(광대역통합망)사업, 와이브로, 위성DMB, IPTV 등이 통신영역과 방송영역간 공방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고, 그 결과 시장은 심한 컨버전스 혁신 피로에 젖어 있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 허물기는 2008년 진행된 IT 거버넌스 구조개편의 가장 큰 명분이 되었다. 여기에 IT가 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 이미 전 산업에 편재하여 고용을 대체하고, 신성장동력으로서 IT역할 또한 그 효력을 다했다는 보고서가 널리 회자되었다. 그 결과, IT진흥정책의 명분은 사라졌고, 결국 정보통신부는 해체돼 방송의 강한 정치색을 그대로 반영한 위원회 구조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혁신의 장애요소를 제거할 목적으로 추진된 ICT 거버넌스 개편이 시장보다 훨씬 더 `혁신 저항적인'정치적 구조를 택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방송통신융합영역에서 신사업, 신시장이 개척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중립을 담보해야 하는 위원회 구조하에서 방송의 민주주의적 가치도 향상되지도 못했다. 성장기반에 관한 고려없이 인가된 종편은 오히려 방송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렸고, IT영역에서 고용확대를 위한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그리고 새로운 선행적 규제정책 마련은 위원회 구조하에서 계속 발목이 잡혔다.
그 결과, 컨버전스 혁신을 토대로 한 성장돌파의 계기는 정치적 관심이 덜한 민간사업영역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났다. 아이폰 도입으로 국내 정보통신시장은 하루아침에 글로벌 경쟁체제로 편입되었고,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생태계 패러다임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사실 ICT 거버넌스의 개편이 80년대 초, 90년대 중반, 그리고 2000년대 후반에 걸쳐, 약 15년 간격으로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제 겨우 4년 남짓한 ICT 거버넌스 구조를 또 개편해야 하는 것은 분명 슬픈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ICT 시장경쟁은 노키아 사례에서 보듯 국운을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경제환경에서 ICT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신성장동력을 찾기도 어려워 졌다. 정체된 국내외 정치경제상황에서 상황돌파를 위한 탈출구로 ICT 생태계 중심의 성장전략을 새롭게 짜고 추진해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차기정부의 ICT 거버넌스는 몇가지 분명한 방향과 원칙을 가지고 정립해야 한다.
첫째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권한 중 민주주의적 가치를 담보하는 정치적 규제와, 산업진흥적 성격을 갖는 시장경쟁정책 등 선행적 규제는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 즉 진흥성격의 규제정책은 독임제 거버넌스 구조로 회귀시키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방송정책과 내용물 심의규제는 독임부처내 독립위원회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ICT 거버넌스의 역할은 규제강화와 시장개입보다는, 규제완화와 시장경쟁 활성화, 그리고 미래 창조지식산업을 육성할 차세대 ICT 플랫폼의 구축과 보급, 활용성 제고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차기 거버넌스는 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CPNT(Contents - Platform - Network - Terminal) 가치사슬의 전 영역을 포괄하되, 그 관장범위는 저작권, 표준기술 개발, 통합적 보안정책, 주파수 배분, 시장개방 및 경쟁정책 등 ICT 인프라와 플랫폼 계층의 공급산업 영역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ICT 독임부처가 담당하는 ICT 플랫폼 기반위에서 펼쳐질 다양한 법제도, 사회적 확산과 정보화 수준향상, 그리고 정치, 문화, 사회적 파급에 관한 정책은 영역별로 특화된 정부부처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스마트 헬스케어, 전자정부 3.0, 스마트 교육, 스마트 교통 등을 포함하는 많은 활용영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ICT 거버넌스의 재정립은 현행구조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차기정부의 새로운 국가비전을 실현하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모색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ICT 거버넌스는 과거의 잘잘못에 대한 포상적 또는 징벌적 조치가 돼서는 안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부처간 중복을 최소화하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명확한 업무분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거버넌스 개편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재정립과정에서 나타날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장석권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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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정보통신기술) 정부부처는 80년대부터 90년대에 체신부, 1994년부터 2008년까지의 정보통신부를 거쳐 2008년부터 현재까지 방송통신위원회 체제로 변모되어 왔다. ICT 거버넌스의 변화는 각기 시대적 명분과 소명을 가지고 이루어졌고, 또 나름의 정책성과를 가져왔다. 과거 경제 성장기에 TDX 국산교환기 개발을 통해 전화적체 해소가 체신부의 성과였다면, 현재의 IT강국, 세계최고의 유무선 인프라 보급율, IT분야의 높은 GDP 기여도는 정보통신부의 과감한 시장개방, 경쟁촉진, 산업진흥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신 정부 출범을 앞둔 2007년 즈음, ICT분야는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컨버전스 혁신'이라는 체제저항에 직면하게된다. 정보통신부가 2000년대 중반이후 IT839 정책 기조하에 추진해 온 BcN(광대역통합망)사업, 와이브로, 위성DMB, IPTV 등이 통신영역과 방송영역간 공방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고, 그 결과 시장은 심한 컨버전스 혁신 피로에 젖어 있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 허물기는 2008년 진행된 IT 거버넌스 구조개편의 가장 큰 명분이 되었다. 여기에 IT가 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 이미 전 산업에 편재하여 고용을 대체하고, 신성장동력으로서 IT역할 또한 그 효력을 다했다는 보고서가 널리 회자되었다. 그 결과, IT진흥정책의 명분은 사라졌고, 결국 정보통신부는 해체돼 방송의 강한 정치색을 그대로 반영한 위원회 구조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혁신의 장애요소를 제거할 목적으로 추진된 ICT 거버넌스 개편이 시장보다 훨씬 더 `혁신 저항적인'정치적 구조를 택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방송통신융합영역에서 신사업, 신시장이 개척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중립을 담보해야 하는 위원회 구조하에서 방송의 민주주의적 가치도 향상되지도 못했다. 성장기반에 관한 고려없이 인가된 종편은 오히려 방송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렸고, IT영역에서 고용확대를 위한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그리고 새로운 선행적 규제정책 마련은 위원회 구조하에서 계속 발목이 잡혔다.
그 결과, 컨버전스 혁신을 토대로 한 성장돌파의 계기는 정치적 관심이 덜한 민간사업영역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났다. 아이폰 도입으로 국내 정보통신시장은 하루아침에 글로벌 경쟁체제로 편입되었고,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생태계 패러다임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사실 ICT 거버넌스의 개편이 80년대 초, 90년대 중반, 그리고 2000년대 후반에 걸쳐, 약 15년 간격으로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제 겨우 4년 남짓한 ICT 거버넌스 구조를 또 개편해야 하는 것은 분명 슬픈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ICT 시장경쟁은 노키아 사례에서 보듯 국운을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경제환경에서 ICT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신성장동력을 찾기도 어려워 졌다. 정체된 국내외 정치경제상황에서 상황돌파를 위한 탈출구로 ICT 생태계 중심의 성장전략을 새롭게 짜고 추진해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차기정부의 ICT 거버넌스는 몇가지 분명한 방향과 원칙을 가지고 정립해야 한다.
첫째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권한 중 민주주의적 가치를 담보하는 정치적 규제와, 산업진흥적 성격을 갖는 시장경쟁정책 등 선행적 규제는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 즉 진흥성격의 규제정책은 독임제 거버넌스 구조로 회귀시키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방송정책과 내용물 심의규제는 독임부처내 독립위원회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ICT 거버넌스의 역할은 규제강화와 시장개입보다는, 규제완화와 시장경쟁 활성화, 그리고 미래 창조지식산업을 육성할 차세대 ICT 플랫폼의 구축과 보급, 활용성 제고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차기 거버넌스는 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CPNT(Contents - Platform - Network - Terminal) 가치사슬의 전 영역을 포괄하되, 그 관장범위는 저작권, 표준기술 개발, 통합적 보안정책, 주파수 배분, 시장개방 및 경쟁정책 등 ICT 인프라와 플랫폼 계층의 공급산업 영역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ICT 독임부처가 담당하는 ICT 플랫폼 기반위에서 펼쳐질 다양한 법제도, 사회적 확산과 정보화 수준향상, 그리고 정치, 문화, 사회적 파급에 관한 정책은 영역별로 특화된 정부부처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스마트 헬스케어, 전자정부 3.0, 스마트 교육, 스마트 교통 등을 포함하는 많은 활용영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ICT 거버넌스의 재정립은 현행구조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차기정부의 새로운 국가비전을 실현하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모색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ICT 거버넌스는 과거의 잘잘못에 대한 포상적 또는 징벌적 조치가 돼서는 안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부처간 중복을 최소화하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명확한 업무분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거버넌스 개편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재정립과정에서 나타날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장석권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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